[류한준기자] 올 시즌이 반환점을 돈 가운데 롯데 자이언츠 불펜진에서 30경기 이상 출전한 투수는 모두 5명이다. 이명우, 강영식, 정대현, 김성배 그리고 마무리 김승회다.
이들의 공통점은 '필승조'다. 좌완 이명우와 강영식은 좌타자 상대 스페셜리스트로 많은 경기에 나온다. 둘은 롯데 마운드에서 대표적인 '마당쇠'로 꼽힌다. 그런데 올 시즌에는 마당쇠 리스트에 한 선수의 이름을 더 넣어도 좋을 것 같다.
등판 횟수는 3일 현재 15경기로 이들과 견줘 적지만 마운드에서 궂은 일을 도맡아 하고 있는 베테랑 우완 김사율이 그 주인공이다. 그는 최근 3년 동안 마무리, 선발, 중간계투를 두루 거쳤다.
마무리를 처음 맡았던 2011년에도 시즌 초반부터 클로저였던 건 아니다. 중간계투로 뛰다 마땅한 마무리투수가 없자 김사율이 뒷문을 책임졌다. 두 시즌에 걸쳐 54세이브를 기록하며 롯데에서 오랜만에 전문 마무리투수 역할을 해냈다.
김사율은 지난해 마무리 자리를 정대현에게 넘기고 중간계투로 보직 이동했다. 구위가 예전만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시즌 후반 들어 선발로 보직이 변경됐다. 같은 투수지만 맡은 보직과 역할에 따라 경기 준비 과정과 마음가짐은 차이가 나기 마련이다. 특히 분업화된 현대야구에서는 더하다.
김사율도 자주 바뀐 역할 때문에 힘이 들기는 했다. 바라던 성적이 나오지 않아 마음고생도 많았다. 김사율은 지난해 선발로 8경기에 나와 1승 4패 평균자책점 4.66을 기록했다. 그리고 올 시즌도 처음엔 선발로테이션에 포함됐다. 하지만 7경기 등판에 승리 없이 3패를 당했고 평균자책점은 5.91로 높아졌다.
4회까지는 상대 타자에 크게 밀리지 않았는데 5, 6회 찾아오는 고비에 발목을 잡힌 경우가 많았다. 결국 김사율은 다시 중간계투로 보직이 바뀌었다. 그러나 '필승조'가 아닌 '추격조'다. 섭섭한 마음이 들기도 했고 '내가 왜 이렇게 됐나'하는 자책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마음을 추스렸다. 김사율은 "팀에 믿음을 못줬기 때문"이라고 인정했다. 그는 "마무리로 거둔 성적에 대해 내 스스로가 잘못 생각한 부분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가 느끼기에 가장 편한 보직은 마무리였다. 그러나 만 34살의 나이도 있고 현재 팀 상황은 달라졌다. 현재 롯데 마무리는 김승회가 맡고 있다.
변한 위치와 상황에 대해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김사율은 "다시 야구공부를 하고 있는 셈"이라며 "더 많이 배워야 한다"고 웃었다. 프로 16년차 베테랑으로서 팀과 동료에 먼저 신뢰를 줬어야 했는데 최근에는 그러지 못했다.
김사율은 올 시즌 종료 후 야구인생 2라운드를 맞는다. 적지않은 나이지만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다. 그는 "내 스스로가 가치를 만들고 실력을 증명해야 한다"며 "어떤 자리든 초심을 잃지 말아야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김사율은 4일부터 사직구장에서 열리는 SK 와이번스와 경기에서 더 바빠질 지 모른다. 롯데는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목동구장에서 넥센 히어로즈와 주중 3연전을 치렀다. 그런데 잃은 게 많다. 3연패를 당하면서 앞서 5연승을 달리던 기세가 꺾인데다 마운드에서 출혈도 컸다. 특히 3일 경기에선 '필승조'를 모두 투입하고도 9-10으로 역전패했다.
SK를 상대로 치르는 이번 주말 3연전 첫 경기는 그래서 더 중요하다. 선발 경험이 많지 않은 홍성민이 선발로 마운드에 오르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그 뒤를 받쳐줄 롱릴리프가 필요하다. 불펜에 과부하가 걸린 상황에서 김사율이 제 몫을 해줘야 한다.
조이뉴스24 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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