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시즌이 한창 진행 중인 가운데 주전 야수를 선발 라인업에서 빼는 일은 '모험'일 수 있다. 그러나 대신 나온 선수가 주전의 빈자리를 잘 메워준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넥센 히어로즈가 KIA 타이거즈와 치른 지난 주말 3연전에서 그런 흐뭇한 경험을 했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4일부터 6일까지 목동구장에서 열린 KIA전에서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주전 유격수 강정호에게 휴식시간을 줬다. 앞선 3일 롯데 자이언츠와 경기에서 강정호가 타격 후 허리 근육통을 호소했기 때문이다.
염 감독은 강정호를 대신해 신인 내야수 김하성을 유격수로 내세웠다. 방망이보다는 수비에 초점을 맞춘 백업 기용이엇다. 김하성은 기대대로 수비에서 제 몫을 해줬을 뿐 아니라 4일 경기에서는 멀티히트도 쳤다. 팀은 비록 이날 패했지만 염 감독은 김하성에 대해 만족했다.
김하성 카드는 5일 경기에서 일종의 대박을 쳤다. 이날 경기 전 염 감독은 "(김)하성이가 오늘도 선발로 나간다"며 "어제 경기를 보니 방망이도 제법 날카롭게 돌아간다"며 웃었다. 김하성은 벤치의 기대에 100% 이상 보답했다.
3-3으로 팽팽하게 맞서고 있던 6회말, 김하성은 균형을 깨는 2점 홈런을 쏘아 올렸다. KIA는 예상치못한 한 방에 리드를 빼앗기고 당황했다. 경기 후반 추격에 나섰지만 결국 이 때 벌어지기 시작한 점수 차를 따라잡지 못하고 4-6으로 졌다.
김하성이 이날 '일'을 낸 건 격려 덕분이다. 김하성은 이날 경기 후 "첫 타석에서 번트를 실패했다. 그래서 솔직히 조금 위축됐었다"고 했다.
2회말 넥센은 선두타자 비니 로티노와 문우람이 연속안타를 쳐 무사 1, 2루 기회를 잡았다. 후속타자 김하성은 벤치 사인에 따라 보내기 번트를 시도했는데 성공하지 못했다. 볼 카운트가 몰리자 하는 수 없이 타격을 했지만 우익수 뜬공에 그쳤다. 다행히 넥센은 후속타자 서건창이 2루타를 쳐 주자 한 명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작전 수행에 실패한 김하성은 덕아웃에서 고개를 숙였다. 그런 그를 보고 선배들은 어깨를 두드려줬다. '그럴 수도 있다'는 의미다. 허문회 타격코치도 김하성에게 "결과를 떠나 자신있게 쳐라"고 말을 건넸다.
김하성은 두 번째 타석에서 3루수 앞 땅볼에 그쳤지만 세 번째 타석에서 결정적인 홈런을 때려냈다. 그는 "운이 좋아서 담장을 넘어간 것 같다"고 했지만 여러모로 의미가 큰 홈런이었다.
넥센은 강정호가 빠진 가운데서도 상승세를 타고 있던 KIA를 상대로 2승 1패를 거두며 위닝 시리즈를 만들었다. 6일 경기에서 김하성은 안타를 치지 못했지만 수비에서는 제 역할을 했다. 8회초 김민우의 까다로운 타구를 잘 처리했다. 포구 후 송구까지 깔끔한 동작을 선보였다.
넥센은 지난주 5승 1패를 거두며 NC 다이노스에 반경기 차 앞선 단독 2위가 됐다. 팀 성적도 좋지만 강정호의 휴식시간을 보조할 수 있는 확실한 카드 하나를 건졌다는 부분이도 기분 좋은 일이었다.
한편 강정호는 오는 8일부터 대전구장에서 열리는 한화 이글스와 주중 3연전을 통해 다시 선발 라인업에 돌아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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