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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원 '직설 격려' 받은 정성룡, 빛바랜 선방


FC서울전에서 보여준 집중력, 알제리전 때 그랬다면…

[이성필기자] 브라질월드컵에서 큰 비난에 시달렸던 국가대표 골키퍼 정성룡(수원 삼성)은 국내 복귀 후 열린 K리그 클래식 두 경기에 결장했다. 충분한 휴식을 주겠다는 서정원 감독의 배려가 있었지만 무엇보다 월드컵에서의 부진 극복이 중요했다.

정성룡은 브라질월드컵 러시아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나름대로 선방하며 격려를 받는 듯했지만 알제리와의 2차전에서 무려 4골을 헌납하며 허망하게 무너졌다. 벨기에와의 3차전은 김승규에게 주전 골키퍼 자리를 내주며 벤치를 지켰고, 한국의 씁쓸한 16강 탈락을 함께했다.

브라질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과정에서는 비판적인 국민 정서를 잘 모르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격려해달라는 한가로운 글을 올렸다가 그야말로 비난의 화살을 엄청나게 얻어 맞았다.

소속팀 수원은 이런 정성룡을 두고 고민이 깊었다. 정성룡을 바로 출전시킬 경우 피로 회복이 제대로 되지 않은데다 심리적인 압박까지 심할 수 있어 일단 충분한 휴식을 줬다. 백업 골키퍼인 노동건이 어느 정도 역할을 해주고 있었다는 점도 정성룡에게 충분한 휴식을 줄 수 있었던 요인이다.

1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의 슈퍼매치에 정성룡은 드디어 선발로 출전했다. 슈퍼매치 경험이 많은 정성룡을 믿은 서정원 감독의 선택이었다.

서 감독은 "신범철 코치와 운동을 하면서 확인해보니 컨디션이 떨어져 있어서 경기에 출전시키지 않았다. 서서히 시간이 지나면서 몸이 좋아지고 있다길래 오늘은 출전시켰다. 노동건은 일주일 전에 허리를 삐끗했는데 주중 울산 현대와의 경기에 약간의 문제로 작용했다"라며 정성룡을 기용한 이유를 전했다.

산전수전 다 겪은 정성룡에게는 다른 어떤 것보다 자신감 회복이 중요했다. 서 감독도 정성룡과 직설 면담으로 현 상황에 대한 인식과 극복을 격려했다. 서 감독은 "자신은 아니라고 해도 (비난 여론에) 신경이 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직설적으로 이야기를 했다"라며 솔직한 처방전을 내려줬다고 강조했다.

이어 "축구는 특정 누구 때문에 지는 것이 아니다. 11명이 제대로 못해서 실점하는 것이다. 단체운동이기 때문이다"라며 책임론에 시달리지 말라는 뜻을 누차 강조했다고 전했다.

서 감독의 직설적인 격려에 자신감을 얻었는지, 이날 정성룡은 이전에 볼 수 없었던 빨간색 장갑을 끼고 나와 눈길을 끌었다. 움직임이 더욱 강조되어 보일 수밖에 없었다. 서울 팬들은 그가 SNS에 남긴 문구 중 하나인 '퐈이아~'를 플래카드로 제작해 내거는 등 최대한 신경을 자극했다. 정성룡이 볼을 잡으면 서울 팬들은 '우~~'하는 야유와 '퐈이아~'를 외쳤다,

정성룡은 경기장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박수를 쳐가며 동료들을 독려했다. 나름대로 좋은 움직임도 보여줬다. 하지만, 전반 43분 김진규에게 헤딩슛으로 실점했다. 몰리나의 코너킥 방향을 읽기는 했지만 수비수들이 김진규를 놓치면서 실점으로 이어졌다. 정성룡은 골문 오른쪽에, 수비수가 왼쪽에 있었다. 하필 볼이 수비수쪽으로 향하면서 정성룡은 꼼짝없이 당했다.

후반 2분 몰리나의 슈팅이 오른쪽 포스트에 맞고 나오는 등 정성룡에게는 지속적인 위기가 찾아왔지만 잘 버텼다. 26분 수비가 뚫려 에스쿠데로와 일대일로 만나는 위기 상황이 연출됐지만 침착하게 막아냈다. 이후에도 35분 이웅희의 터닝 슈팅을 선방하는 등 상당한 집중력을 보여줬다.

월드컵 알제리전 때 보여줬으면 하는 선방이 이날 서울전에서 잇따라 나온 점이 정성룡에게는 아쉬움이라면 아쉬움이었다. 애석하게도 후반 추가시간 팀 수비진이 서울의 역습을 방어하지 못하면서 정성룡은 막을 수 없는 추가 실점을 했다. 수원은 결국 0-2로 패했지만, 정성룡에게는 나름대로 월드컵 후유증을 털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슈퍼매치였다.

조이뉴스24 상암=이성필기자 elephant14@inews24.com 사진 박세완기자 park9090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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