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기자] 성남FC와 광주FC가 FA컵 16강전에서 맞붙었다. 장소는 성남의 홈구장인 탄천종합운동장이었다.
성남은 K리그 클래식 1부 리그 소속이다. 그리고 광주는 K리그 챌린지, 2부 리그에 속해 있다. 1부 리그와 2부 리그의 대결, 쉽게 승부를 예상해볼 수 있다. 성남의 우세를 점칠 수 있다. 게다가 장소도 성남의 홈구장이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정반대'의 상황이 연출됐다. 경기를 압도한 팀은 1부 리그 성남이 아닌 2부 리그 광주였다. 1부 리그와 2부 리그가 뒤바뀐 모습이었다.
광주는 적극적인 공격으로 성남을 몰아붙였다. 패스는 정확했고 역습도 빨랐다. 특히 광주는 사이드 공격이 매서웠다. 반면 성남은 볼을 걷어내기에 급급했다. 광주의 사이드 돌파에 성남 수비진은 맥을 추지 못했다.
결정적 기회도 광주가 더 많이 만들어냈다. 특히 전반 26분 김호남이 성남 수비수 두 명을 제친 후 때린 오른발 슈팅은 인상적이었다. 골대 오른쪽으로 뻗어가는 슈팅을 성남 골키퍼 전상욱이 가까스로 막아냈다.
기회를 만들지 못하던 성남은 단 한 번 찾아온 기회를 골로 살려냈다. 전반 31분 김동섭의 패스를 정선호가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이것이 성남의 처음이자 마지막 결정적 기회였다.
후반에도 흐름은 광주가 가져갔다. 성남은 제파로프, 김동희, 황의조 등 전반에 내보내지 않았던 베스트 멤버를 총동원시켰다. 그런데도 성남은 흐름을 가지고 오지 못했다. 광주가 매섭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성남을 위협했다. 광주의 사이드 공격은 후반에도 힘을 잃지 않았다. 성남은 매번 사이드에서 공간을 내주며 위기를 자초했다. 광주가 잘하는 것도 있었지만 성남이 너무 무기력했다.
우세 속에서 골로 결실을 만들지 못하던 광주는 후반 30분 파비오가 동점골을 넣었다. 결국 광주는 연장전으로 승부를 끌고 가는데 성공했다.
그나마 뒷심에서 성남이 광주보다 좀 나았다. 광주는 연장전에서 성남 김동희에 골을 내주며 아쉽게 패배했다. 성남은 진땀을 흘린 끝에 간시히 연장전에서 승리하며 FA컵 8강에 올랐다.
하지만 경기 내용만 놓고 보면 광주의 확실한 우세였다. 광주는 압도적인 경기로 K리그 챌린지의 매서움을 보여줬다. 1부 리그와 2부 리그 팀들간 수준차가 많이 나지 않는다는 것 역시 증명했다.
경기에서는 졌지만 내용에서 승리한, 1부 리그 같았던 광주는 졌지만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 2부 리그 같았던 성남이 이기고도 찜찜했다.
일반적으로 1부 리그와 2부 리그가 맞붙으면 1부 리그가 경기를 주도하는 상황에서 2부 리그의 역습 한 방으로 이변이 연출되곤 한다. 하지만 성남-광주전은 전혀 다른 상황으로 전개됐다. 성남은 경기를 압도하다 한 방의 역습으로 무너질 위기를 맞이한 것이 아니라 경기를 압도당했고, 무기력한 플레이로 무너질 뻔했다. 광주의 선전은 이변이 아니라 실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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