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손세이셔널' 손흥민(22, 레버쿠젠)의 2014 인천아시안게임 출전 여부가 불투명하다.
손흥민의 소속팀 레버쿠젠은 29일 FC서울과의 친선경기(30일)을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손흥민의 아시안게임 출전과 관련한 질문을 원천봉쇄했다. 표면적으로는 친선경기에 집중하기 위해 관련없는 이야기는 꺼내지 말라는 것이었다.
23세 이하 대표선수들로 구성되는 아시안게임은 국제축구연맹(FIFA)의 대표 차출 의무 규정에 없는 대륙대회다. 물론 연령 제한이 없는 와일드카드가 있지만 손흥민은 나이로도 아시안게임 대표로 뽑히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광종 아시안게임 대표팀 감독도 손흥민을 대표로 선발하겠다는 확고한 입장이다.
그러나 소속팀 레버쿠젠의 입장이 불명확하다는 점이 손흥민이나 한국대표팀의 머리를 아프게 하고 있다. 손흥민 역시 아시안게임에 뛰고 싶은 의사가 분명하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병역혜택이 주어진다. 유럽에서 오래 뛰기 위해 병역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손흥민 입장에서는 달콤한 유혹이다.
손흥민이 아시안게임에서 뛰기 위해서는 교통정리가 필요하다. 먼저, 소속팀의 일정이다. 아시안게임은 9월19일부터 시작이다. 경기가 많은 축구의 경우 대회 개막 이전인 14일부터 첫 경기를 치른다.
대한축구협회의 대표팀 소집 규정에 따르면 아시안게임 본선은 개막일 14일 전에 대표선수들을 합류시킬 수 있다. 이 경우 9월5일부터 대표팀이 소집된다. 다만 남자팀의 경우 소집 후 개막 10일 전까지는 소속팀 경기 출전을 허용한다. 분데스리가 새 시즌 초반 일정이 진행중이라는 점에서 소집이 쉽지 않은 시기이다.
레버쿠젠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본선에 오를 경우 더 힘들어진다. 레버쿠젠은 지난 시즌 리그 4위를 기록해 플레이오프 예선을 치러야 한다. 레버쿠젠이 32강에 오르면 9월16일(또는 17일)과 9월30일(또는 10월1일) 조별리그 1, 2차전을 치러야 한다. 한국이 아시안게임에서 3-4위전(10월1일)이나 결승전(10월2일)을 치르게 될 경우 손흥민의 챔피언스리그 출전은 2차전까지 어렵다고 봐야 한다. 챔피언스리그 16강 이상을 노리는 레버쿠젠 입장에서는 팀 전력의 핵심인 손흥민의 존재가 절실하다.
해법은 없는 것일까. 박주영의 사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때 박주영은 와일드카드로 참가가 유력했지만 프랑스 리그1에서 좋은 활약을 하고 있던 그이기에 소속팀 모나코가 대표 차출에 난색을 표했다. 하지만 금메달시 병역 문제 해결 등을 앞세워 구단을 설득했고, 박주영은 대표 합류해 요르단과 2차전부터 출전할 수 있었다.
금메달이 보장만 된다고 하면 손흥민도 레버쿠젠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손흥민이 합류한다고 해도 한국이 금메달을 장담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실제 박주영이 뛰었던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한국은 동메달에 머물렀다.
넘어야 할 산은 또 있다. 내년 1월 호주 아시안컵이 기다리고 있다. 아시안컵은 FIFA의 대표 차출 의무 규정에 속하는 대륙대회다. 브라질월드컵에서 실패한 A대표팀의 자존심 회복과 새 감독과의 호흡을 위해서는 손흥민도 당연히 아시안컵에 출전할 필요가 있다. 브라질월드컵에서 공격력 부재라는 숙제를 재확인한 대표팀으로서는 그나마 최고의 골 감각을 갖춘 손흥민의 활용이 절실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손흥민이 두 대회를 모두 나서기는 힘든 일이다. 박주영의 경우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뒤 2011 카타르 아시안컵에는 나서지 못했다. 아시안게임 출전으로 상당기간 팀을 비웠던 상황인데다 아시안게임 대표 차출에 편의를 봐준 소속팀을 또 장기간 이탈할 명분이 없었다. 게다가 박주영은 무릎 연골 부상으로 4주 재활 진단까지 받아 결국 아시안컵에는 합류하지 못했다.
손흥민이 아시안게임과 아시안컵 두 대회를 다 뛴다면 레버쿠젠에서는 선수 혹사론을 앞세워 불가 방침을 세울 수도 있다. 전력 공백도 그렇지만 자칫 부상이라도 당하면 전체 시즌을 망칠 수 있다. 한국적인 상황과 정서를 완벽하게 이해하기 힘든 레버쿠젠을 설득할 카드가 필요하다. 또, 9월 초부터 11월까지 이어지는 대표팀의 여섯 차례 A매치에 손흥민이 계속 발탁된다고 볼 경우 구단과 갈등이 더욱 깊어질 수 있다.
손흥민이 한국 대표팀이나 소속팀 레버쿠젠에서나 귀한 존재이다 보니 이래저래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아진 상황이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