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울산 현대가 K리그 이적 시장에서 촌극을 연출했다. 구단과 감독은 한국프로축구연맹을 원망하고 있지만 증빙 자료를 제대로 제출하지 못한 책임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다.
K리그 여름 이적시장은 지난달 31일 마감됐다. 총 63명이 추가 등록했다. 그런데 울산이 영입한 에데르(27)의 이름이 빠져 의아했다. 구단에서는 브라질 출신으로 팔레스타인 이중국적자라며 떠들썩하게 홍보하는 등 에데르 영입으로 전력을 보강했다고 알렸다.
그런데 에데르는 최종 등록되지 않았다. 아시아쿼터로 영입한 에데르의 팔레스타인 국적을 확인시켜줄 수 있는 서류가 프로축구연맹에 접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에데르는 한국 입국시 비자가 필요없는 브라질 여권을 내밀었다. 팔레스타인에서 입국하려면 비자가 필요한데 발급 기간이 걸리기 때문에 무비자인 브라질 여권으로 입국했다.
여기까지는 문제가 생기지 않았지만 팔레스타인 국적을 입증할 수 있는 서류가 없었다. 이미 브라질 국적의 외국인 3명 쿼터가 차 있는 울산으로서는 아시아쿼터인 에데르를 팔레스타인 국적으로 등록해야 했지만 증빙서류 미비로 실패했다.
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선수 등록 기간 안에 제출해야 하는 서류가 부족했다. 그러니 등록이 되지 않은 것이다. 이런 일들은 정으로 따져서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현재 상황에서 에데르 신분은 공중에 뜬 상태다. 에데르가 울산에서 뛰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 챌린지(2부리그)는 물론 내셔널리그(3부리그)까지 모두 선수 등록이 끝났다. 연맹은 "마감 시한이 끝나면 국제축구연맹(FIFA)으로의 등록이 불가능하다. 해외로 이적을 시키는 방법 밖에는 없다"라고 밝혔다.
울산이 FIFA에 양해를 구하고 프로연맹 이사회 의결로 구제하는 규정 외 방안도 어려울 전망이다. 다른 구단들의 반발에 국제적 표준인 이적 규정이 무력화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울산은 이적 문제를 다뤄본 경험이 풍부한 브라질 변호사를 통해 추가 등록 방법을 찾고 있지만 쉽지 않다. 2002 한일월드컵 직후 FIFA가 무적 선수에 한해 이적이 허용되는 기간 외 등록이 가능하도록 각 국가에 권고한 적이 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2002년에만 적용됐던 규정이다.
2일 인천축구전용구장에서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K리그 클래식 18라운드를 치르기에 앞서 만난 조민국 울산 감독은 "그 이야기는 하지 말자"라며 에데르 문제에 난색을 표시했다. 올 시즌 팀 지휘봉을 잡은 뒤 성적이 신통치 않은 상황에서 에데르의 미등록 사태까지 벌어지니 골치가 아플 수밖에 없는 것이다.
조 감독은 사견을 전제로 "이런 것은 프로연맹이 도와줘야 하는 부분이 아닌가 싶다. 최선의 노력을 했는데 제대로 되지 않았다. 아직은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자유계약 선수에 한해서는 이적의 여지가 있는 것 같다"라며 어떻게든 에데르를 등록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을 나타냈다.
까이끼를 중국 슈퍼리그 청두로 임대보내는 과정과 연계하느라 에데르 영입 처리가 늦어졌다는 것이 조 감독의 추가 설명이다. 입국한 에데르를 홍콩으로 출국시켰다가 되돌아오게 하는 방안까지 연구했지만 시간이 부족했다며 동정론에 호소하기도 했다.
물론 조 감독의 구상이 실현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중국적자 선수를 처음 영입하다보니 벌어진 해프닝이지만 꼼꼼하게 일처리를 하지 못한 구단은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다. 선수등록 불가 상태에서 울산은 이날 인천에 0-2로 패하고 말았다. 이래저래 씁쓸한 울산이다.
조이뉴스24 인천=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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