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혜림기자] 신연식 감독이 옴니버스 영화 '프랑스 영화처럼'으로 스크린에 데뷔하는 씨스타 다솜과 함께 작업한 소회를 알렸다. 짧은 기간 호흡한 단편 작업이었지만, 신연식 감독은 다솜에게서 배우로서 큰 잠재력을 읽었다.
네 편의 단편을 엮은 옴니버스 '프랑스 영화처럼'에서 다솜은 단편 '맥주 파는 아가씨'의 여주인공으로 등장한다. KBS 2TV '사랑은 노래를 타고'에서 생동감 있는 연기를 선보였던 다솜이지만 영화 출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과감한 캐스팅을 통해 그를 영화계로 이끈 신연식 감독을 직접 만나 다솜이 지닌 남다른 패기와 가능성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직접 제작과 시나리오, 연출을 맡은 '프랑스 영화처럼' 외에도 신연식 감독의 작업 일정은 그 어떤 영화인보다 빡빡하다. 윤동주 시인의 삶을 그릴 이준익 감독의 '시인'(가제) 제작 현장을 총괄하고, 내년 께엔 상업 영화도 연출할 예정이다. 유독 빠른 집필 속도를 자랑하는 신 감독은 시나리오를 써 다른 감독들에게 연출을 맡기기도 한다. 흥미로운 지점은 그의 프로젝트들을 가로지르는 캐스팅 실험이다. 지난 2013년 개봉작 '배우는 배우다'에 엠블랙 멤버이자 배우인 이준을 캐스팅해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것도 그 예다.
신연식 감독은 "보다 다양한 형태의 배우들, 티켓 파워를 가지고 있고 산업을 지탱할 배우들이 더 있어야 할 것 같다"며 "지금은 너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돌 출신 배우들을 기피하지 않고 캐스팅하는 것 역시 다른 스타일의 배우를 발굴하려는 노력의 일환"라고 설명했다.
'배우는 배우다' 이후 많은 아이돌 가수들과 관계자들이 신연식 감독을 찾곤 한다. '배우는 배우다'가 배우로서 이준의 잠재력을 확실히 보여준 작품으로 남았기 때문일 터다. 신 감독은 "'배우는 배우다' 이후 이준이 너무 잘 됐다"며 "20대 남배우 목록에 한 명을 리스트업했다는, 이 산업에 좋은 역할을 하나 했다는 생각에 뿌듯하다. 그런 성취감 때문에 하고 있는 프로젝트인 셈"이라고 말했다.
신감독은 "다른 스타일의 배우, 기존과 다른 쓰임새 있는 배우들에 관심을 갖게 된다"며 "'배우는 배우다' 이후 돈을 받지 않고도 함께 작업하고 싶다는 아이돌 출신 배우들이 많이 찾아오더라"고 말했다.
"다솜과 작업을 하고 있지만, 사실 꼭 아이돌을 캐스팅하려는 것은 아니에요. 그런데 많이들 찾아오죠. 사실 경험적으로는 아이돌들과 작업했을 때 좋은 기억이 많았어요. 연극영화과에서 연기를 전공하는 신인들도 많이 보고 겪었지만, 아이돌 아이들 만큼 절실하게 하는 이들은 없어요. 훨씬 절실해요. 왜, 아이돌이 출연하면 '회사의 힘으로 캐스팅됐다'는 반응이 많잖아요. 영화판이 그렇게 만만하지 않아요. 아이돌의 인지도만 믿고, 그 외 가치 판단을 하지 않고 30~40억 예산 영화에 출연시키는 경우는 없어요."
이런 신감독의 판단에 비추어, 다솜은 함께 작업할 조건에 부합되는 아이돌이었다. 인지도만 자랑하는 아이돌이 아니라, 뜨거운 열망과 절실함을 보여줬다. 씨스타로 큰 인기를 누렸고 지상파 드라마를 통해 연기자로 얼굴도 알렸지만 신연식 감독에겐 "단역이라도 시켜달라"고 졸랐다.
궁금한 마음에 감독의 작업실에서 '맥주 파는 아가씨'를 미리 봤다. 영화 속 다솜의 모습에서 무대 위 춤추고 노래하던 씨스타 멤버를 떠올리긴 어려웠다. 드라마에선 보기 어려웠던 긴 호흡의 대사도 무리 없이 소화했다. 매혹적인 신인 배우의 탄생이 예견됐다.
"다솜은 연기에 대한 열망이 굉장히 컸어요. 아주 작은 역이어도 공부되는 걸 하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개인적으론 그 말에 마음이 갔어요. 이번엔 단편 작업을 같이 했는데, 짧게 작업한게 아쉽지만 배우로서도 가능성이 굉장히 많은 친구라는 생각을 했죠. 호흡이 긴 장편을 같이 하면 정말 좋은 배우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신연식 감독은 이미 소속사가 있는 신인 배우들은 물론, 연극영화과 학생들을 포함해 수많은 배우 지망생의 연기 레슨을 도맡기도 했다. 그는 좋은 배우가 되는 조건으로는 두 가지의 조건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연기에 대한 진지한 자세와 센스"다. "이 둘에 더해 작품을 많이 하고 노력도 따라온다면 어느 정도 수준의 배우가 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 감독의 경험적 결론이다.
"이 둘이 없으면 주변에서 아무리 노력해도 올라오기 힘든 것 같아요. 다솜의 경우 짧은 작업인데도 어느 정도 센스가 따라온다는 걸 알 수 있었죠. 배우로서 자세도 너무 너무 진지했어요. 처음 만났을 때 '열정은 누구보다 뒤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는데, 그게 예뻐보였어요. 그런 배우들과 작업할 때 연출자로서 보람도 있고 재미도 있죠"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