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데자뷔가 될 것인가. 롯데 자이언츠가 지난해에 올 시즌에도 '가을야구'를 향한 고비에서 주저앉고 있는 모양새다.
롯데는 19일 제2홈구장인 울산 문수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전에서 7-10으로 덜미를 잡혔다. 이로써 최근 4연패를 당하면서 45승 1무 54패가 됐다. 그동안 어렵게나마 버티고 있던 4위 자리도 두산 베어스(44승 51패)에게 내줬다. 60일 만에 4위 아래로 떨어졌고, LG 트윈스(46승 1무 54패)에게 되려 반경기차 뒤지며 순식간에 6위로 떨어졌다.
롯데에게는 낯선, 74일 만에 받아든 6위 순위표다. 롯데는 지난 시즌에도 7, 8월 순위경쟁에서 주저 앉았다. 5할 승률을 넘겼지만 최종 순위는 5위였다.
롯데는 올 시즌 올스타 휴식기를 앞두고 있을 때만 해도 4위 수성 전망이 밝았다. 5, 6위 팀들과 승차를 크게 벌리지는 못했지만 후반기 제 페이스만 유지한다면 4위에서 밀려나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러나 계산대로 일이 풀리지 않았다.
후반기 일정이 시작된 지난 7월 22일부터 19일까지 치른 21경기에서 롯데는 5승 16패를 기록했다. 승률 3할1푼2리의 지독한 부진이다. 후반기 첫 3연전에서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로 안방에서 내리 3연패를 당하면서 분위기가 꺾이기 시작했다. 이후에도 연패를 밥먹듯이 하더니 이제는 설마했던 우려가 현실이 됐다.
변명거리는 있다. 후반기 시작과 함께 롯데는 주전선수들이 돌아가며 다쳤다. 문규현의 부상 공백을 잘 메워주고 있던 신본기를 비롯해 손아섭 등이 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대형 FA 계약을 맺은 안방마님 강민호는 부담 탓인지 제 컨디션을 찾지 못하면서 자신감을 잃었다. 여기에 지난 6월까지 타선에서 '해결사' 노릇을 하던 외국인타자 루이스 히메네스도 부상 등을 이유로 '개점휴업' 중이다.
지난 시즌 드러났던 문제점이 올해도 여전히 이어졌다. 이 부분이 현재 순위가 떨어진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롯데는 지난해 톱타자와 4번타자감을 찾지 못해 시즌 내내 골머리를 앓았다. FA 이적한 김주찬(KIA 타이거즈)과 홍성흔(두산)의 공백을 메우지 못한 때문이다. 그나마 마운드는 해볼 만한 전력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마무리감으로 낙점했던 정대현의 예상치 못한 부진이 결국 부담으로 돌아왔다. 중간계투로 뛰던 김성배가 마무리 자리를 맡아 31세이브(2승 4패)를 거두며 나름 선방했지만 올해 다시 마무리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해 시즌 초반 고전했다.
이로 인해 연쇄적으로 불펜에 과부화가 걸린 것이 장기 레이스에서 발목을 잡은 셈이다. 양승호 전 감독이 2012년 꾸렸던 '양떼 불펜'은 롯데가 자랑하는 든든한 전력이었다. 투수 출신 김시진 감독이 이런 전력을 이어 받아 더욱 단단하게 마운드를 꾸릴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고 기대도 컸다.
그러나 김성배를 비롯해 이명우 등 불펜 핵심요원들의 잦은 등판은 후반기 들며 결과적으로 독이 돼 돌아왔다. 둘은 올 시즌에도 등판 횟수에서 팀내 상위권에 올랐다. 19일 현재 이명우가 58경기, 김성배는 현재 1군 엔트리에서 빠져 그나마 42경기다. 두 투수는 2012년과 지난해 누구보다 많은 경기에 나왔다. 피로가 축적됐으나 둘의 휴식시간을 커버해줄 대체 자원을 발굴하지 못했다.
이러다보니 선발투수가 잘 던진 경기에서 불펜이 무너져 리드를 지키지 못하거나 반대로 선발이 일찍 무너진 후 불펜이 잘 막아내고도 결국 경기를 내주는 일이 반복됐다. 선순환이 돼야 하는데 롯데는 이상하게도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아 하락세에 몸을 실었다.
타선은 정훈과 FA로 영입한 최준석이 톱타자와 4번타자에 대한 갈증을 어느 정도 해소했다. 꾸준한 손아섭 외에 박종윤까지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지난 시즌 팀 최다 잔루를 기록했던 답답한 공격 흐름은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롯데는 올 시즌 841잔루를 기록 중이다. 잔루수에서 독보적인 1위다. 800잔루 이상을 기록한 팀은 롯데뿐이다. 2위 한화(793잔루)와도 차이가 꽤 난다. 주자를 많이 내보내고도 홈으로 불어들일 결정ㄺ이 떨어지니 힘만 쓰다 패하는 경우가 잦다. 공교롭게도 퓨처스(2군)리그에서도 롯데는 잔루를 많이 기록하고 있다. 북부, 남부리그를 합쳐 경찰청(699잔루)에 이어 690잔루로 2위에 올라있다.
김시진 감독을 비롯한 롯데 코칭스태프의 마음이 답답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떨어진 팀 분위기를 끌어 올릴 수 있는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해줄 선수와 구심점이 돼 고비를 헤쳐나갈 수 있는 선수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그런 선수가 확실하게 눈에 띄지 않는 부분도 문제다.
롯데는 20일 다시 한화를 상대한다. 이날 또 다시 패한다면 5연패의 수렁에 빠지게 되고 한 번 내준 4위 자리에서 더 멀어지게 된다. 연패가 반복되다보니 한 경기 결과에 대한 부담이 오히려 선수들의 마음을 급하게 하고 이 때문에 플레이는 더욱 꼬일 수 있다.
6위로 추락한 충격은 물론 크겠지만 아직 남은 경기는 많다. 두산, LG도 위기 상황을 맞았지만 치고 올라왔다. 롯데에게도 반전 기회가 찾아오지 말라는 법은 없기 때문에 연패로 가라앉은 팀 분위기부터 살려내는 것이 시급해 보인다. 지도력은 이럴 때 발휘돼야 하는 것이다.
조이뉴스24 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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