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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캡틴' 이진영, 장수풍뎅이 기르는 사연


NC 이호준에게 분양받아, "NC의 기를 좀 뺏어오려고"

[정명의기자] LG 트윈스의 '캡틴' 이진영(34)은 올 시즌 중반부터 독특한 취미생활을 시작했다. 장수풍뎅이를 기르는 것이다. 잠실구장의 라커룸, 자신의 자리에 장수풍뎅이의 집을 마련해 놓고 정성껏 그들을 돌보고 있다.

이진영이 키우는 장수풍뎅이는 과거 SK 와이번스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절친한 선배 이호준(38, NC)에게 분양받았다. 앞서 이호준에게 장수풍뎅이를 분양해준 이는 NC 김광림 타격코치. 이진영은 "김광림 코치님 댁이 산속에 있어 아침에 10마리 씩 마당에 떨어져 있다고 하더라. 그걸 야구장에 갖고 오셔서 (이)호준이 형도 키우고 있더라"고 설명했다.

NC와의 원정경기를 치르기 위해 마산구장을 찾았을 때, 이호준이 기르고 있는 것을 보고 3마리를 분양받아 왔다는 것이 이진영의 설명이다. 이진영은 '분양'이라고 표현했지만 이호준은 "내가 주긴 언제 줘, 지가 뺏어간 거지"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의 말에 다소 차이가 있긴 하지만, 어쨌든 이진영이 키우는 장수풍뎅이의 출처가 이호준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처음에 이진영이 이호준에게 장수풍뎅이를 받아온 것은 집에 놓고 두 아이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사실 장수풍뎅이는 교육용으로 집에서 키우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장수풍뎅이를 손에 넣자 한 가지 생각이 문득 이진영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NC의 기를 뺏어올 수도 있겠다'는 것이었다. 그러고보면 "뺏어간 것"이라는 이호준의 표현이 좀 더 정확한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당시 LG는 하위권을 전전하고 있었고, NC는 선두 삼성을 위협하며 2위를 달리는 중이었다. 이진영이 NC의 '기'를 탐내도 이상할 것이 없는 상황이었다. 주장의 책임감이었을까. 어떻게든 팀에 활력을 불어넣고 싶었던 이진영은 장수풍뎅이를 집 대신 잠실구장 라커룸에 놓고 키우기로 했다.

이진영의 생각이 통했던 것인지 장수풍뎅이가 라커룸에 자리를 잡은 이후 거짓말처럼 LG의 성적이 오르기 시작했다. 이진영은 먹이도 주고 물도 뿌려주면서 정성껏 3마리의 장수풍뎅이를 돌봤다. 그렇게 이진영은 장수풍뎅이와 함께 LG의 4강 희망을 키워나갔다.

신기하게도 3마리 중 한 마리가 죽었을 때 LG는 4연패에 빠지는 등 잠시 하락세를 타기도 했다. 장수풍뎅이는 뒤집어질 경우 스스로 다시 뒤집고 일어나지 못해 죽고 만다. 마침 LG가 원정을 떠나 있을 때 한 마리가 뒤집어졌고, 미처 이진영이 다시 뒤집어주기 전 세상을 떠났다.

이진영은 남은 2마리를 여전히 정성들여 키우고 있다. 그리고 마침내 LG는 4위 자리로 올라섰다. 21일 경기를 쉬는 사이 4위 두산이 삼성에 패하며 어부지리로 4위로 올라선 뒤, 22일 KIA에 3-2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며 4위 자리를 지켜냈다. 이진영도 0-2로 뒤지던 7회말, 선두타자로 나서 좌전안타를 치고 나가 동점의 발판을 마련하며 승리에 힘을 보탰다.

LG는 아직 5위 두산에 승차없이 승률에서 살짝 앞선 4위다. 6위 롯데에 반경기, 7위 KIA에는 2경기 차 앞서 있는 아직 불안하기만 한 4위다. 하지만 최하위까지 처져 있다가 처음으로 4강권에 이름을 올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정말로 장수풍뎅이가 잘나가는 팀 NC의 기를 LG로 가져다줬는 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작은 것에서도 팀을 생각하는 주장 이진영의 마음을 라커룸에서 키우는 장수풍뎅이를 통해 읽어낼 수 있다. 이진영에게 장수풍뎅이 키우기는 단순한 취미생활이 아니다.

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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