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돈 매팅리 LA 다저스 감독은 3선발 류현진의 복귀일을 두고 잠시 고민했다. 1일(이하 한국시간) 내세우면 샌디에이고 원정, 2일에는 워싱턴과의 홈경기였다.
2일 내보내는 게 사실 편했다. 이날부터 로스터가 40인으로 확장돼 선수단을 조정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그의 선택은 펫코파크에서 열린 샌디에이고전이었다. 이유는 하나. 류현진이 바로 샌디에이고의 '천적'이었기 때문이다. 그의 선택은 완벽하게 적중했다.
류현진이 샌디에이고를 상대로 완벽한 복귀전을 펼쳤다. 명불허전의 투구였다. 오른 엉덩이 통증으로 부상자명단(DL)에서 해제되자마자 나선 이날 경기에서 류현진은 흠을 잡을레야 잡을 수 없는 투구로 완벽한 복귀전을 만들었다. 직구의 구위는 묵직했고, 특유의 제구는 더욱 정교해졌다. 간간히 던지는 고속 슬라이더(커터)에 새 레퍼토리로 추가한 커브의 타이밍이 기가 막혔다.
20일에 걸친 공백 탓인지 초반 잠시 난조를 보였지만 이내 제 페이스를 찾았다. 1-0으로 앞선 1회말 2사2루에서 야스마니 그랜덜에게 적시 2루타를 얻어맞았을 뿐 이후에는 한치의 오차도 없는 피칭을 시작했다. 특히 1회말 2사2루에서 상대한 리메르 리리아노부터 6회 선두 대타 윌 베나블까지 14타자를 연속해서 잡아낼 때의 피칭은 아름다움의 극치였다.
스트라이크존 안과 밖, 높은 공과 낮은 공을 적절히 공략하며 타자들을 혼란에 빠트렸다. 때로는 강하게, 경우에 따라서는 낙차 큰 변화구로 완급까지 조절했다. 류현진의 변화 무쌍한 투구에 샌디에이고 타자들은 속수무책이었다.
연속 타자 아웃 행진이 중단된 6회 투구도 일품이었다. 1사 뒤 얀헤르비스 솔라테에게 중전안타를 허용하자 류현진은 투구 리듬이 잠시 흐트러질 뻔했다. 그러나 후속 에이브러험 알몬티를 루킹삼진으로 꼼짝 못하게 만들더니 제드 저코마저 우익수 뜬공으로 처리하고 위기를 미연에 방지하했다. 류현진 특유의 노련한 피칭이 빛난 순간이었다.
이날 경기 전까지 류현진은 샌디에이고에 유난히 강했다. 올 시즌 샌디에이고와 치른 3경기에서 2승 평균자책점 0.47로 압도적인 투구내용을 펼쳤다. 모두 19이닝 동안 실점이 단 1에 불과할 정도였다.
샌디에이고에 대한 '천적 본능'은 이날도 여전했다. 7이닝 동안 공 84개를 던지며 4피안타 1실점으로 완벽했다. 모두 24타자를 맞아 공 84개(스트라이크 57개)를 던졌고, 탈삼진 7개에 사사구는 없었다. 덕분에 시즌 평균자책점도 3.18(종전 3.28)로 떨어뜨렸다.
류현진은 일정 대로라면 향후 4∼5경기 더 등판이 가능하다. 지난해 거둔 개인 최다승(14승)을 넘어 그의 질주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더욱 흥미롭게 됐다. 아울러 1988년 이후 26년만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노리는 다저스의 행보도 더욱 빨라지게 됐다. '류현진은 역시 류현진' 임을 확인한 1일 샌디에이고전이었다. '괴물'은 여전히 살아 있었다.
조이뉴스24 김형태기자 tam@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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