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2014 인천 아시안게임이 개막된 지 이틀째이던 지난 20일 밤, 국제대회 취재를 통해 안면이 있던 한 중국 매체 기자로부터 문자가 왔다. 메인미디어센터(MMC)에 있었던 그는 선수촌과 미디어빌리지로 가는 셔틀버스가 언제 오는지 아느냐고 물어온 것이다.
다른 경기장에 있었던 기자는 근처 자원봉사자들에게 물어보라고 했는데 그는 "자원봉사자들은 모른다고 한다. 답답해서 당신에게 문자를 보낸 것이다"라고 했다. 공식적으로 인천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가 운영하고 있는 정보제공 서비스인 '마이 인포'에 나온 셔틀버스 시각과 실제 운행 시각이 다르다는 것이다.
결국, 그 기자는 함께 기다리던 대회 참가 선수 한 명과 함께 40분을 기다려도 오지 않는 버스에 지쳐서 택시로 선수촌을 거쳐 미디어빌리지로 향했다고 한다. 이런 일을 경기장에서도 선수와 같이 겪었다며 대회 운영이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보다 못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여기저기서 항의가 쏟아지자 조직위는 부랴부랴 미디어빌리지로 향하는 버스를 24시간 운행으로 바꾸는 조치를 취했다. 그러자 운전기사들의 불만이 터졌다. 익명의 한 셔틀버스 운행 기사는 "운행 시간표를 받고 다니는데 그 횟수가 너무 많다. 다른 경기장도 마찬가지인데 24시간 운행을 하면 언제 쉬고 피로 회복은 언제 하느냐. 인원만 늘려도 되는 문제인데 조직위가 너무 인색하다"라고 비판했다.
이번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이런 문제들은 아주 작은 축에 속한다. 대회가 진행될수록 곳곳에서 항의는 빗발치고 있다. 특히 자원봉사자들이 본분을 망각하고 제멋대로 행동하는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이번 대회는 1만3천500여명의 자원봉사자가 함께한다. 광저우 대회에서의 60만명에 비하면 아주 적은 숫자지만 광저우 대회의 경우 인원이 많은 것만 빼면 문제없이 돌아갔다. 조금이라도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며 외국에서 온 손님들에게 중국의 얼굴이 되기 위해 친절함을 잊지 않았다. 경기가 끝난 뒤에는 선수들에게 박수를 쳐주는 등 격려도 잊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인천 대회는 어떨까. 곳곳에서 규정과 경기 운영을 이해하지 못한 자원봉사자들이 시간을 때우느라 바빴다. 핵심 부서에 배치된 이들을 제외하면 대부분 휴대폰을 보며 시간을 보내기 다반사였다. 고교생 사격대표 김청용(17, 흥덕고)이 2관왕을 차지했던 지난 21일 옥련국제사격장은 난장판에 가까웠다. 공식 인터뷰 뒤 퇴장하는 김청용에게 붙어 사진을 찍는 등 자신들의 욕심을 우선 채우려는 자원봉자사로 넘쳐났다. 비치발리볼에서는 한 방송사의 아나운서가 나타나자 너나 할 것 없이 달려들어 촬영을 하느라 경기가 어수선하게 진행됐다고 한다.
물론 대비되는 장면도 있었다. 같은 날 화성종합기타운 주경기장에서 열린 한국-라오스의 남자 축구에서는 경기 뒤 빠져나가는 라오스 선수단을 향해 조용히 박수를 쳐주며 격려하는 자원봉사자들의 물결로 넘쳐났다. 약체 라오스는 3전 전패에 한 골도 넣지 못하고 대회를 마감했다. 이들을 향해 관중은 물론 자원봉사자들도 격려 이상의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또, 우리 대표선수들이 빠져 나가는 순간에도 어느 누구도 사인이나 사진 촬영을 요구하지 않고 자신의 할 일에 충실했다.
조직위로 파견돼 축구 경기 운영을 담당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1명이면 충분한 업무에 두세 명의 공무원이 나눠 일하고, 자원봉사자도 중복 투입되고 있다. 오히려 일이 더 많아지고 있는 셈이다. 세금이 새 나가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다"라며 안타까워했다.
경기를 보고 싶은 관중들은 입장권을 구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는 경우도 많다. 매표소에 '매진'이라 붙어 있는데 실제 관중석은 일부 비어있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조직위 관계자를 수소문하면 "나는 잘 모르니 다른 분과 대화하시라"는 대답만 돌아온다. 대회를 후원하는 기업들이 입장권을 대량 구매해주고 풀지를 않아 생긴 일로 보이지만 뾰족한 해결책은 없다.
경기장 배치와 시설 미비 문제는 오래 전부터 지적됐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비치발리볼의 경우 경기장이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곳에 위치해 있다. 악취까지 있어 선수들이 곤란함을 겪고 있다. 사격장은 선수들의 휴식 공간이 부족해 복도와 계단에서 그냥 가방을 깔고 앉아 있는 경우가 눈에 띄었다.
관심도가 큰 수영장은 취재 공간이 태부족이다. 중국 시나닷컴의 한 기자는 "박태환수영장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다. 한국 수영 시설 수준이 이 정도냐"라며 기막히다는 반응을 보였다.
부실한 도시락, 양궁장 시설 미비, 배드민턴장 정전 등 계속 문제들이 터져나오고 있지만 조직위는 지난 21일 주말에 경기장마다 구름 관중이 몰렸고 대회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며 자화자찬하는 보도자료를 내 권위 세우기에만 열중하는 모습이다. 허점이 곳곳에서 드러나는 가운데 닷새째를 맞은 대회에서 또 어떤 문제가 터질지 조마조마한 심정이다.
조이뉴스24 인천=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