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기자] 지난 2006년 11월30일. 이 날은 한국 축구에 새로운 '역사'가 탄생하는 날이었다.
무대는 2006 도하 아시안게임. 한국 여자 축구대표팀은 B조 1차전을 치렀다. 당시 A매치 4번째 경기를 치른 한국 대표팀 공격수 지소연은 전반 13분에 1골, 후반 22분에 1골, 총 2골을 성공시켰다. 한국은 지소연의 활약으로 2-0 완승을 거뒀다.
당시 지소연의 나이는 만 15세 282일. 지소연이 한국 축구 역사에 기록되는 순간이었다. 지소연은 한국 축구 역사상 A대표팀 '최연소' 득점 기록을 세운 것이다. 남자, 여자 통틀어 한국 축구에서 지소연보다 어린 나이에 A대표팀에서 골을 넣은 이는 없었다.
지소연이 대표팀 역대 최연소 골을 넣었던 상대, 그 역사의 제물이었던 상대가 바로 '대만'이었다. 지소연의 A매치 데뷔골이기도 했다. 이 골이 있었기에 지금 지소연도 있을 수 있었다. 이 역사적인 골이 국가대표 '에이스' 지소연의 시발점이었다.
대만에 대한 좋은 기억을 품은 지소연. 공교롭게도 지소연은 다시 대만을 만난다. 한국은 26일 문학경기장에서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여자 축구 8강전을 치른다. 그 상대가 또 대만이다. 아시안게임에서 지소연과 대만과의 두 번째 만남이다.
지소연은 대만전부터 출격한다. 조별예선에는 참가하지 못했다. 소속팀인 첼시 레이디스가 8강전부터 대표팀 합류를 허용했다. 대만전이 지소연의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첫 번째 무대다.
한국은 A조 조별예선에서 3전 전승을 거뒀다. 무려 28골을 넣었고 단 1골도 실점하지 않았다. 완벽한 승리, 최상의 흐름이었다. 이런 상승세에 지소연이 합류했다. 한국은 그야말로 완벽하게 전진할 수 있는 '핵심 무기'를 장착한 것이다.
8강에서부터 합류했지만 지소연은 팀을 위해 플레이하는 선수다. 또 기존의 대표선수들과 수많은 경기를 뛴 경험이 있다. 따라서 지소연의 합류로 대표팀 조직력이 무너질 일은 없다. 대표팀의 공격력, 화력이 증가될 뿐이다. 지소연의 합류는 그만큼 커다란 힘을 더하고 있는 것이다.
지소연은 벌써 세 번째 아시안게임에 출전한다. 2006 도하 대회에서 역대 최연소 골을 넣은 좋은 기억 외에도 좋은 기억은 또 있다. 2010 광저우 대회 조별예선 2차전 요르단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한 기억도 있다. 한국은 5-0 대승을 거뒀다.
하지만 좋은 기억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소연은 아시안게임에 2번 출전했지만 단 한 번도 결승 무대를 밟지 못했다. 한국은 도하 대회 4강에서 일본에 패배했고, 광저우 대회 4강에서는 북한에 무너졌다. 이것은 지소연 뿐만 아니라 한국 여자 축구가 해내지 못한 일이었다. 그래서 한국 여자축구는 아시안게임에서 단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지소연은 다시 한 번 새로운 역사에 도전한다. 결승에 오르지 못한 한, 우승하지 못한 한을 이번 인천에서 풀려고 한다. 여자 축구 사상 첫 아시안게임 우승이 지소연이 바라보고 있는 목적지다. 안방이라 자신감이 커졌다. 그리고 지소연은 한 단계 성장했기에 자신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현재 소속팀 첼시 레이디스가 지소연의 빠른 복귀를 바라고 있다. 4강전이 끝난 후 팀에 돌아와 합류하기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쩌면 지소연이 결승전에 뛰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소연은 개의치 않고 있다. 확정된 것은 없다. 그리고 여전히 협상 여지가 남아있다. 지금은 결승전에 뛰겠다는 생각뿐이다. 그리고 금메달을 향한 열정을 놓지 않고 있다.
지난 2013년 지소연은 일본 고베 아이낙을 떠나 잉글랜드 첼시 레이디스로 이적했다. 한국 여자 선수로는 최초로 잉글랜드 무대를 밟았다. 유럽의 선진축구 속으로 들어간 지소연은 더욱 파괴력 있는 선수로 성장하고 있다. 지소연은 올 시즌 9골을 넣으며 팀 내 득점 1위를 달리고 있다. 지소연의 화력을 앞세운 첼시는 리그 1위를 질주하고 있다.
잉글랜드 무대마저 평정하고 있는 지소연. 윤덕여 여자 대표팀 감독이 믿지 않을 수 없다. 윤덕여 감독은 "지소연은 좋은 역할을 하는 선수다. 기대를 하고 있다. 대표팀에 늦게 합류해 아직 피로가 남아 있다. 피로를 회복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 점이 잘 되면 좋은 경기력을 보일 것이다. 지소연은 예전부터 대표팀 선수들과 함께 했기 때문에 조직적인 면에서 걱정이 없다"며 굳건한 믿음을 드러냈다.
대만 감독 역시 지소연을 경계하고 있었다. 나기라 마사유키 대만 감독은 "일본에서 지소연이 활약한 것을 본 적이 있다. 수준과 기술이 높은 선수다. 내일 지소연이 자유롭게 활약하도록 우리가 놓아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8년 전 대만전 골로 한국 축구 A대표팀 역대 최연소 득점 기록을 세운 축구 '유망주'가 8년 후 한국 축구 '여제'가 돼서 다시 대만을 겨냥하고 있다. 아시안게임 첫 번째 대만전에서 새 역사를 세운 지소연. 아시안게임 두 번째 대만전에서는 또 어떤 역사를 만들어낼까.
조이뉴스24 인천=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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