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예상하지 않았던 패배였다. 한국 남자배구대표팀은 지난 2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아경기대회 남자배구 준결승 일본과 경기에서 1-3으로 졌다.
결국 한국은 기대했던 결승 대신 3-4위전을 뛰게 됐다. 일본전이 끝난 뒤 선수단은 침묵에 빠졌다. 체육관에서 선수촌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그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대회 금메달 획득을 목표로 결승서 만날 가능성이 높았던 이란만 생각하고 달려온 선수들에게는 충격 그 자체였다. 그러나 일본전을 끝으로 경기 일정이 마무리된 게 아니었다. 마지막 한 경기가 남아 있었다.
대표팀 주장을 맡고 있는 한선수(국방부)는 중국과 동메달 결정전을 앞두고 가진 마지막 선수단 미팅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자"고 입을 뗐다.
3일 송림체육관에서 열린 중국과 경기에서 한국대표팀은 출발이 좋지 못했다. 서재덕(한국전력)과 박철우(삼성화재)의 공격은 상대 블로커의 손에 연달아 걸렸다.
세터를 맡고 있는 한선수에게는 잊어버리고 싶은 전날 일본전 4세트가 떠오르는 순간이 됐다. 결국 한국은 1세트를 중국에게 먼저 내줬다. 만약 대표팀이 이날 경기에서도 졌다면 아시아경기대회 참가 사상 처음으로 '노메달'이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손에 받아야 했다.
1세트가 끝난 뒤 한선수는 기록을 살피며 상대 블로킹 패턴에 대해 생각했다. 그는 "중국 선수들이 우리의 속공에 대한 대비를 전혀 하지 않고 있다는 걸 파악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한선수는 2세트부터 신영석(상무) 최민호(현대캐피탈) 등 센터 공격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효과는 있었다. 속공이 살아난 한국은 2세트부터 흐름을 가져오기 시작했다. 세트 스코어 3-1로 역전승을 거둔 발판을 2세트부터 마련한 셈이다. 한선수는 팽팽하던 4세트에서 상대 공격 흐름을 끊는 단독 블로킹 2개를 잡아내기도 했다. 그는 "결승에 오르지 못했지만 중국전에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고 다짐했다"며 "선수들 모두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집중력을 갖고 4세트를 나선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중국전이 끝나고 동메달을 따낸 뒤 전광인(한국전력)은 눈물을 흘렸다. 그런 후배의 어깨를 한선수는 조용히 감쌌다. 힘을 내라는 격려의 의미였다. 한선수는 지난 2010 광저우대회에서도 이번과 같은 경험을 했다. 당시 한국은 준결승에서 일본에게 덜미를 잡히는 바람에 결승에 오르지 못했고 동메달에 그쳤다. 1, 2세트를 먼저 따내놓고도 역전패를 당해 더 아쉬웠다.
대표팀 선수들은 이제 소속팀으로 복귀해 2014-15시즌 V리그 개막을 준비한다. 한선수는 유니폼 대신 다시 군복을 입는다. 소속부대로 돌아가 남은 현역 복무기간을 채워야 한다.
지난 시즌 초반이던 11월 5일 현역 입대한 한선수는 상무(국군체육부대) 소속은 아니지만 대한배구협회와 한국배구연맹(KOVO) 그리고 국방부, 육군본부, 소속 사단의 협조와 배려로 '박기원호'에 승선해 아시안게임에 참가했다. 아시아경기대회 금메달을 노리기 위해 꼭 필요한 전력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이번 대회에서 선수들이 모두 바랐던 금메달을 땄다면 한선수는 병역혜택을 받아 원 소속팀 대한항공으로 이른 복귀가 가능했다. 그러나 그 기회는 사라졌고 한선수는 내년 8월까지 군복무를 계속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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