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승리의 환희가 넘쳐났고, 실패의 아쉬움도 컸다. 16일간 45억 아시아인들을 하나로 묶었던 2014 아시안게임이 4일 폐막식을 끝으로 16일간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대한민국 선수단은 목표로 한 종합 2위를 무난히 달성했다. 성적을 넘어서는 감동의 눈물도 있었고, 아쉬움의 눈물도 있었다.
한국 남자 축구는 1986년 서울대회 이후 28년 만에 아시아 정상에 우뚝 섰다. 여자 축구는 2회 연속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단체 구기에서는 낭보가 잇따랐지만 2010년 광저우대회에서 금메달 4개를 따냈던 육상은 안방에서 은메달 4개, 동메달 6개로 노골드에 머물렀다. 오랜 기간 한국 스포츠의 얼굴이었던 사격 진종오와 수영 박태환 등은 정상에서 밀려나는 아픔도 겪었다.
야구·축구·농구, 아시아 넘버원
한국이 인기 구기 종목 금메달을 거의 싹쓸이했다. 야구는 대만과의 결승에서 2-3으로 끌려가다가 8회말 황재균의 2타점 적시타 등으로 4점을 더해 6-3 역전승을 거뒀다. 이번에도 '8회의 기적'이 실현됐다. 한국 야구는 통산 4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아시아 야구 강국임을 다시 확인했다. 다만 일본과 대만이 최상의 멤버로 대표팀을 구성하지 않아 실력 차이에 대한 비판 여론도 있었다.
한국 농구는 사상 최초로 아시안게임 남녀 동반 금메달의 영광을 이뤘다. 남자 농구는 최강 이란과의 결승전에서 경기 종료 1분여를 남겨놓고 전세를 뒤집어 79-77로 기적에 가까운 역전승을 거뒀다. 남자 농구는 2002년 부산대회 이후 12년 만에 금메달을 따냈다. 여자농구도 결승에서 중국을 꺾고 1994년 히로시마대회 이후 20년 만에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남자 축구는 북한과 결승에서 만나 연장 접전 끝에 1-0으로 승리했다. 연장 후반 종료 직전 터진 임창우의 극적인 결승골로 1986년 서울대회 이후 28년 만에 정상을 되찾았다.
여자 축구는 잘 싸웠으나 준결승에서 또 북한에 패해 금메달 도전에 실패했다. 북한과 상대 전적에서 1승 1무 13패로 심각한 열세다. 한국은 동메달 결정전에서 베트남을 3-0으로 누르고 동메달을 차지했다.
한국 육상, 36년 만에 '노골드'
4년 전 광저우대회에서 금메달 4개로 개가를 올렸던 한국 육상이 안방 인천에서는 금메달을 하나도 따내지 못했다. 은메달 4개, 동메달 6개에 그쳤다. 대회 전 금메달 3개 포함 역대 최다인 18개의 메달을 따겠다는 목표를 밝혔으나 기대를 훨씬 밑돌았다. 한국 육상이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한 개도 따지 못한 것은 1978년 방콕대회 이후 36년 만이다. 다만 계주 종목에서 한국신기록이 이어지면서 희마을 엿보인 것은 고무적이었다.
탁구도 만리장성의 벽을 다시 실감하면서 금메달 없이 은메달 1개, 동메달 4개에 그쳤다. 금메달 희망 종목이었던 혼합복식마저 북한을 넘지 못하고 16강전에서 탈락하는 등 고전했다. 유남규 남자 탁구대표팀 감독은 "한국 탁구도 클럽 체육으로 바꿔야 한다. 좋은 선수는 실업팀에서 관리하면서 고급 기술을 가르쳐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손연재 웃고, 박태환은 씁쓸한 미소
손연재가 아시안게임 사상 한국의 리듬체조 첫 금메달 쾌거를 이뤄내면서 리듬체조의 역사를 새로 썼다. 손연재는 리듬체조 개인종합 결승에서 곤봉(18.100점)-리본(18.083점)-후프(18.216점)-볼(17.300점) 4종목 합계 71.699점을 획득, 라이벌로 꼽힌 중국의 덩썬웨(70.332점)를 누르고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개인종합 결선에 올라 역대 최고 성적인 5위를 기록했던 손연재는 아시안게임 직전 열린 터키 세계선수권에도 참가해 사상 첫 동메달을 따면서 금빛 행보를 예고했다. 이번 대회 개인종합 금메달과 단체전 은메달로 아시아 최고의 자리를 굳힌 손연재는 이제 2016 리우 올림픽을 바라보고 있다.
박태환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박태환은 자신의 이름을 딴 '문학박태환수영장'에서 열린 이번 대회 수영에서 총 7개 종목에 출전해 은메달 1개(자유형 100m), 동메달 5개(자유형 200m·400m, 계영 400m, 800m, 혼계영 400m)를 목에 걸었다. 박태환은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부터 3회 연속 출전해 총 20개의 메달을 따내며 역대 한국 선수 중 아시안게임 최다 메달 획득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쑨양(중국), 하기노 고스케(일본)에 밀려 금메달 없이 대회를 마감한 것은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팬들은 메달 색깔과 관계없이 박태환의 역영에 격려의 박수를 보냈으나 박태환은 "홈에서 열린 대회의 부담을 이겨내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박태환뿐 아니라 배드민턴 이용대와 사격 진종오, 체조 양학선 등 금메달 기대주들이 이름값을 해내지 못한 것도 아쉬움을 남겼다.
조이뉴스24 한상숙기자 sk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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