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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지우 "'카트', 분노·억울함 함께 느껴달라"(인터뷰)


"친구 역 도경수, 워낙 동안…배려해줘 즐겁게 촬영"

[권혜림기자] 가만히 보고만 있어도 이 쪽까지 에너지가 전해지는 것 같은 사람이 있다. 한 번 입을 열면 어떤 화제든 신이 나도록 떠드는데, 인형처럼 예쁜 얼굴로 세상만사에 관심을 보이는 그 모습이 사랑스럽기 그지없다. 꾸며서 말하거나 표정을 감출 줄 몰라 더욱 그렇다. 이제 열 여덟이 된 소녀, 배우 지우의 이야기다.

지난 8일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가 반환점을 돈 즈음 부산 해운대 영화의 전당 인근 한 카페에서 지우를 만났다. 지난 2013년 3월 영화 '설인'으로 처음 대면한 뒤 두 번째 만남이었다. 지우는 올해 영화제의 오픈시네마 부문에 초청된 영화 '카트'(감독 부지영/제작 명필름)를 들고 부산을 찾았다.

약 1년 전, 소녀의 나이에도 남다른 아우라를 풍겼던 지우는 볼살이 조금 빠져 더 그윽해진 분위기를 풍겼다. 물론 어디까지나 외모에 국한된 이야기다. 대화를 나누기 시작하니 영락없는 10대 소녀의 천진난만함이 카페를 가득 채웠다.

지난 7일에는 영화의 전당 야외 극장에서 '카트'가 국내 첫 공개됐다. 영화는 대형마트의 비정규직 직원들이 부당해고를 당한 이후 이에 맞서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지우가 연기한 수경 역은 투쟁에 뛰어든 직원 선희(염정아 분)의 아들 태영(도경수 분)과 동급생인 인물이다. 가난한 가정 형편에도 늘 덤덤한, 또래보다 한참 어른스러운 캐릭터다.

야외 극장에서 동료 배우들, 관객들과 함께 영화를 보는 특별한 경험을 한 지우는 "완성된 영화를 처음 봤는데 슬펐다"며 "극 중 선희와 태영이 화해하는 장면을 보면서는 편집실에서도 울었는데 이번엔 직원들이 자기 소개를 하는 장면도 슬프게 다가왔다"고 말했다.

4천 석 극장을 꽉 채운 관객과 영화를 나눈 지우지만, 정작 본인의 연기를 제대로 보진 못했다고. 이유를 묻자 "너무 민망해서"라고 답하며 까르르 웃는다. 그러면서도 "야외 극장에서 관객과 함께 영화를 보며 서로 끈끈해지는 기분이 들었다"며 "그렇게 다 같이 모여 영화를 본 것이 처음이라 신기하고 재밌었다"고 돌이켰다.

'카트'가 다루고 있는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의 문제에 대해 고등학생 지우는 이번 영화를 찍으며 더 큰 관심을 갖게 됐다. 그는 "이제 일부러라도 비슷한 문제들을 찾아보려 한다"며 "영화를 더 많은 분들이 봐 주시면 좋겠다. 화도 많이 나실 테고 억울함을 느끼실 수도 있지만 더 많은 분들이 보고 함께 영화를 느껴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인기 아이돌 멤버 엑소의 멤버이자 연기자로 활약 중인 도경수와는 점차 가까워지는 남녀 고등학생으로 분해 묘한 기류를 연기했다. 수경과 태영은 형편이 가난해 수학 여행을 가지 못하는 상황을 함께 나누며 보다 친밀감을 느낀다. 지우는 "수경은 가난을 개의치 않는 성격이다. 태영처럼 가난을 싫어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데, 수경은 '가난하면 뭐 어때?' 하고 마는 것이 멋진 것 같다"고 알렸다.

도경수와 지우는 극 중 친구 사이를 연기했지만 실제론 네 살 차이다. 지우는 "도경수 오빠가 워낙 동안이라 제가 나이가 훨씬 많이 들어보인다"며 "촬영 때 배려해주셔서 편하게 즐겁게 촬영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카트'에는 배우 염정아·천우희·도경수·문정희·김강우·지우·이승준 등이 출연한다. 오는 11월 개봉을 앞두고 있다.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지난 2일 개막해 오는 11일까지 열린다.

이하 일문일답

-야외 극장에서 본인의 연기를 잘 못 봤다고 했는데, 평소 그런가?

"그렇다. 너무 긴장해서다.(웃음) 예전 영화 '이층의 악당' 때도 마치 공포 영화를 보듯 내가 나오는 장면을 못보겠더라. 야외 상영에선 다 같이 보다보니 더 못 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장이 너무 쿵쿵거려 제대로 못 봤다."

-극 중 수경과 지우 사이에 닮은 점이 있나?

"수경에겐 당돌한 면도 있고 무덤덤해보이는 면도 있다. 태영과 관계에서 전환점이 있는데 친해지기 전엔 '말을 왜 저렇게 하지?' 하는 마음이 들 정도로 시크한 아이였다. 하지만 태영과 친해진 뒤엔 밝게 연기하려 했다. 나와 수경이 닮은 점이 있다면 밝은 면들이다. 수경이가 가난한 여고생 역인데 영화를 찍을 당시 볼살이 통통했었다. 엄마가 보시고는 '내가 저 때 너에게 너무 많이 먹였나보다' 하시더라. 너무 잘 먹었나보다. 그러면 안되는데.(웃음)"

-태영이 아르바이트비를 일부 떼였을 때 수경이 편의점 문에 돌을 던지는 장면이 있었다. 그 결과로 태영이 편의점 주인에게 폭행을 당하는 장면에서 야외 상영 관객들의 반응이 아주 거셌다.

"돌을 던지는 장면은 풀샷을 잡을 땐 가벼운 걸로 던지게 해 주셨다. 따로 찍을 때도 안전을 굉장히 배려해 주셨다. (대신 뺨을 맞았으니) 수경은 태영에게 미안해해야 한다.(웃음) 극 중 김희원(편의점 주인 역) 선배님이 도경수 오빠를 때리는 장면에선 안 아프게, 그러면서도 세게 때리는 것처럼 보이도록 많이 배려해주셨다. 그래도 살짝씩 맞기는 했다. 도경수 오빠는 그 상황에서 절대 힘든 내색을 하지 않았다. '정말 괜찮다'고 했는데, 그래서 더 걱정이 되더라."

-친구들이 인기 아이돌 멤버와 연기하는 것을 많이 부러워했을 것 같다.

"정말 많이 부러워했다. '디오와 연기를 하다니' 하면서. KBS 2TV 드라마 '일말의 순정'을 찍을 때도 멋진 오빠들과 함께 연기를 했었다. 전생에 좋은 일을 했나보다.(웃음)"

-야외 상영 땐 수경이 태영에게 당돌하게 대사를 쳐 또 한 번 뜨거운 반응이 나왔다. 상대가 자신을 좋아하는 걸 다 알고 있다는 식의 적극적인 대사였다. 실제 지우라면 그런 말을 할 수 있었을까?

"(웃음) 절대로 못한다. 어떻게 걔(수경)는 그런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말을 한다 해도 부끄러워서 당장 달려 나가야 할 것 같은데, 수경이는 당당하고 씩씩하다."

-부지영 감독과 작업은 어땠나?

"정말 좋았다. 먼저 다가와 주셨고 배려해 주셨고 따뜻하게 대해주셨다. 정말 편안하게 연기할 수 있게 배려해 주셔서 감사하다. 경험이 많지 않아 어색해하는 장면이 있을 때도 많이 수정해주시곤 했다. 촬영 후엔 책 '창가의 토토'를 선물해주셨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봤던 책인데 다시 보니 좋더라. 짤막한 편지도 써주셨다."

-선배들과 호흡은?

"촬영은 도경수 오빠, 염정아 선배님과 함께 했다. 리딩을 하거나 홍보를 할 때 따뜻하게 챙겨주신 분들이다. 행복했다. '카트'는 찍을 때도 그랬고 이후에도 행복하고 즐거운, 정말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회식을 하면서 염정아 선배님이 고기를 사주신 적이 있는데, 연기에 대한 고민이 있던 차에 많은 조언을 해주셨다. 좋아하는 배우, 롤모델인 배우의 영화를 많이 보라고 이야기해주시더라. 배우가 굉장히 행복하면서도 외로운 직업이라는 이야기도 해주셨다. 천우희 언니도 너무 따뜻하게 잘 대해준 분이다."

-'카트'의 수경이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씩씩하게 밝게 잘 살 것 같다. 수경을 만나며 태영도 밝아진 것 같다. 아르바이트도 많이 하고, 번 돈으로 맛있는 것도 먹으면서 계속 씩씩하게 살고 있지 않을까?"

조이뉴스24 부산=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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