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아니, 제 공을 전혀 못때리더라구."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은 지난 8월 중국 전지훈련에서 돌아온 뒤 경기도 용인시에 있는 삼성트레이닝센터(STC)에서 레오(쿠바)의 훈련 장면을 지켜봤다. 당시 중국 전지훈련에 레오는 함께 가지 않았다. 그런데 레오의 훈련을 지켜보던 신 감독은 얼마 지나지 않아 훈련을 중지시켰다.
신 감독은 레오에게 쓴소리를 했다. 몸상태가 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신 감독은 "문화적인 차이가 분명히 있겠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레오는 오프시즌 동안 정말 푹 쉬었더라"고 질책했다.
그런 레오의 눈빛이 달라졌다. 바로 OK저축은행 러시앤캐시와 연습경기를 치르고 나서부터다. OK저축은행은 올 시즌 새로운 외국인선수로 레오와 같은 쿠바 출신의 시몬을 데려왔다.
신 감독은 "명성대로 시몬은 대단하더라"며 "특히 전위에 있을 때 공격 성공률이 엄청났다. 블로킹 높이도 좋다"고 높이 평가했다. 정규시즌이 시작되면 레오는 시몬과 서로 네트를 사이에 두고 맞대결할 기회가 많다. 연습경기라도 기선제압이 중요했다.
시몬은 국제배구계에서 센터 부분 첫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OK저축은행에서는 센터가 아닌 라이트로 포지션을 변경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지만 벌써부터 V리그 외국인선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요주의 인물로 꼽힌다.
V리그 최고의 외국인선수 자리를 지켜야 하는 레오 입장에서도 시몬은 자극제가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올 시즌에는 레오와 시몬을 포함해 쿠바 출신 선수 두 명이 더 코트에 나선다. V리그 2년차 시즌을 맞는 마이클 산체스(대한항공)에 오스밀 까메호(우리카드)도 가세했다. 쿠바 선수들끼리의 경쟁을 지켜보는 것도 팬들에게는 또 다른 볼거리다.
신 감독은 "시몬이 뛰는 걸 직접 본 다음 레오의 태도가 바뀌었다"며 "OK저축은행을 상대로 연습경기를 치르기 전과 그 뒤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주장 고희진도 "레오는 원래 앞에 잘 나서지 않는 성격인데 OK저축은행전이 끝난 뒤부터 어린 선수들에게 먼저 훈련을 독려하는 등 자세가 바뀌었다"고 전했다.
레오는 삼성화재에서 지난 시즌과 비교해 더 많은 공격점유율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박철우가 군입대로 팀 전력에서 빠지기 때문이다. 체력적인 문제가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부분에 대해 신 감독은 급하게 생각하진 않는다. 신 감독은 "레오가 지난 시즌부터 장뇌삼을 먹기 시작했다"며 "입맛에 잘 맞는다고 하더라"며 웃었다. 이번 시즌을 치르기 위해 벌써 주문도 해놨다. 신 감독은 "레오의 몸상태는 현재 70~80% 정도"라며 "시즌 개막 일정에 맞춰 몸을 만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삼성화재는 오는 18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현대캐피탈을 상대로 시즌 개막전을 갖는다. 그리고 21일에는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OK저축은행을 만난다. 레오와 시몬의 정규시즌 첫 맞대결이다. 신 감독은 "외국인선수 전력은 7개 팀 모두 괜찮다고 보면 된다"며 "올 시즌은 승패를 떠나 정말 재미있을 것 같다"고 기대를 나타냈다.
조이뉴스24 용인=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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