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기자] '클래스는 영원하다.'
서태지의 타이틀곡 '크리스 말로윈'이 공개됐다. 호불호가 엇갈리지만, 서태지의 실험성이 가요계에 임팩트를 안겼다는 것은 확실하다. 세월이 지나도 뮤지션 서태지는 '음악으로' 신선한 충격을 안겼고, '음악으로' 존재감을 아로새겼다.
서태지의 정규 9집 '콰이어트 나이트(Quiet Night)'의 타이틀곡 '크리스말로윈(ChristMalowin)'의 음원과 뮤직비디오가 16일 자정 공개됐으며, 동시에 국내 10개 음원차트 1위에 올랐다.
서태지는 앞서 아이유 버전의 '소격동'과 서태지 버전의 '소격동'으로 음원차트 1위를 차지한 바 있으며, '크리스말로윈'으로 3번째 1위에 올랐다.
내놓는 곡마다 음원차트 올킬이라는 것이 대단할 수도 있지만, 사실 그 순위가 무의미할 수도 있고, 절대적인 영향력을 보여주는 것도 아니다.하루하루 음원차트 순위의 주인공이 바뀌는 요즘의 가요계는 더 그렇다. 서태지의 '소격동' 역시 1위를 차지하긴 했지만, 음원차트 1위에 머무르는 시간은 길지 않았다. 기대보다는 약했던 소격동의 '음원 파워'에 서태지를 평가절하 하는 이들도 많았고, 타이틀곡 '크리스말로윈'에 대한 기대감이 상대적으로 약해졌던 것도 사실이다.
어찌됐든 16일 서태지의 '크리스말로윈'이 공개됐다. 음원차트 순위를 떠나 '크리스말로윈'은 가요계에, 그리고 음악팬에 모처럼 화두를 던졌다. 최근 발매된 노래 중 이렇게 화력이 센 노래가 있었던가.
'크리스말로윈'은 서태지의 음악적 실험이 담겼다. '크리스말로윈'은 하우스 비트을 기반으로 구성돼 트랩, 덥스텝 장르에서 주로 사용되는 그로울(Growl) 사운드를 입혔다. 독특한 사운드의 조합은 충격적이고 낯설지만, 노래의 멜로디 자체는 귀에 쏙쏙 박히는 강렬한 중독성이 있다. 마이너한 장르를 대중화 시킨 서태지의 실험성이 이번에도 영리하게 배치됐다. '소격동'이 따뜻한 감성을 전하고 아이유라는 가수를 내세워 대중들에 쉽게 다가갔다면, '크리스말로윈'은 파격을 통해 서태지라는 뮤지션의 진가를 확인케 했다.
'크리스말로윈'의 가사 또한 파동을 일으킬 만하다. '소격동'이 은유적 표현으로 잔잔한 동화를 연상케 했다면 '크리스 말로윈'은 거침 없고 직설적이다. 서태지가 들려주고 싶었던 잔혹동화이며, 2014년판 '시대유감'이다.
'울지마 아이야 애초부터 네 몫은 없었어 아직 산타를 믿니?' '넌 이제 모두 조심해 보는 게 좋아' '밤새 고민한 새롭게 만든 정책 어때/겁도 주고 선물도 줄게/온정을 원한 세상에' 등의 가사는 현실세계에 대한 풍자를 담았다. 크리스마스와 산타클로스에 대한 판타지를 어른들과 현실 세계에 비유, 익살스럽지만 날카로운 메시지를 전한다.
해석의 여지를 많이 남겨놨다는 점도 흥미롭다. 산타를 정치인이라고 해석하기도 하고, 어른이라고 표현도 한다. 각종 음악게시판에는 저마다 음악적 해석을 내놓는 네티즌들이 많다.
외계어가 난무하고 의미없는 가사가 판치는 요즘 가요계에서, 노래 한 곡으로 논쟁거리를 안겼다는 점에서 서태지 음악은 여전히 살아있다.
물론 호불호는 갈린다. 서태지라는 이름 때문에 노래가 고평가됐다는 지적도 있고, 멜로디가 생경하다는 이들도 있다. '뽕짝도 일렉도 아닌 정체불명의 음악'이라는 평가도, '현실비판의 가사가 자의적인 해석일 여지도 있다'는 불편한 시선도 있다.
서태지의 음악을 '진화'라고 단정 짓기도 어렵다. 서태지를 여전히 '문화대통령'이라고 부르기엔 그 영향력과 파급력이 예전 같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건 서태지는 히트를 쫓아 만들어지고 있는 비슷한 유행가 속에서, 자기복제가 거듭되고 있는 가요계 속에서 '도전'을 해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듣기 편한 음악이 대중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롱런을 하고 있는 가운데 파격 시도를 했다. 천편일률적인 가요계에서 과감하고 새로운 실험을 하는 서태지는 반갑다. 그의 음악 행보가 그래왔듯, 지금도 '반기'를 들 수 있는 뮤지션이라 반갑다.
서태지는 전설이었고, 지금도 전설이 되기에 충분하다. 서태지는 서태지다.
조이뉴스24 이미영기자 mycuzm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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