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기자] 서태지가 왕의 귀환을 알렸다. 5년 만에 돌아온 서태지는 자유분방한 록커로, 카리스마 넘치는 뮤지션이었다. 자신을 '한물 간 스타'라고 표현했지만, 그의 음악과 무대는 여전히 젊었고 열정적이었다. 서태지는 우리들의 영원한 대장이었다.
서태지가 18일 오후 7시 서울 잠실 주경기장에서 컴백공연 '크리스말로윈'을 개최했다. 지난 2009년 전국 투어 '더 뫼비우스' 이후 5년 만의 콘서트로, 이날 공연에는 서태지를 보기 위해 2만5천여명의 팬들이 찾았다.
어둠이 내려앉은 잠실벌, 할로윈 파티를 연상 시키는 거대한 무대가 빛났다. 공연에 앞서 '댄싱9' 출연자들이 서태지와아이들의 '난 알아요' '환상 속의 그대' 등의 무대로 공연 분위기를 띄웠다.
서태지는 8집 앨범 타이틀곡 '모아이'로 공연의 막을 열었고 팬들과 함께 하는 신나는 파티가 시작됐다. 아이유가 9집 앨범 선공개곡 '소격동'을 청아하고 맑은 목소리로 부르며 무대에 등장했고, 서태지가 밴드와 함께 바통을 이어받았다. 각각의 파트가 끝난 후 두 사람은 무대에서 함께 '소격동'을 부르며 완벽한 콜라보를 완성했다.
이어 최근 공개돼 화제를 모았던 '크리스말로윈'의 화려한 사운드가 공연장을 가득 채우자 팬들은 손을 들고 환호하며 노래를 함께 했다.
연달아 네 곡을 부른 서태지는 "너무 오랜만이죠. 5년 만에 여러분 앞에 섰다. 너무 기다렸죠"고 인사를 건넨 후 "현장에 모인 팬들 보니 그저 좋다. 너무 너무 좋다"고 감격에 젖은 표정으로 팬들을 바라봤다. 서태지는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는 팬들 앞에서 뒤돌아서며 울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서태지는 "너무 늦게 나왔다"라며 "여러분들에게 '내 모든 것'을 들려주고 싶다"며 서태지와아이들의 1집 앨범에 수록된 '내 모든 것'을 선사했다. 히트곡 '시대유감'이 흘러나오자 무대는 금새 뜨거워졌고, 팬들에게 아련한 향수와 추억을 선물했다.
서태지는 이날 공연에서 과거와 현재를 노래했다. 서태지와 아이들, 그리고 서태지의 히트곡들은 90년대를 풍미했던 '문화대통령' 서태지를 이끌어냈고, 9집 신곡들은 여전히 실험적이고 도전하는 뮤지션 서태지를 조명했다.
서태지는 "이번 9집은 동화 콘셉트다. 동화 같고 동요다. '나의 1천여가지의 진짜 이야기지를 들어볼래요"라며 9집 앨범 수록곡 '숲속의 파이터'와 '잃어버린' '프리즌 브레이크' 등을 최초로 공개했다. 산타와 루돌프 썰매가 공연장 하늘 위를 가로지르며 관객들에게 동화 같은 동심을 선물했다.
추억 속 노래들도 다시 빛났다. 서태지는 "이십 몇 년 만에 '너에게'란 노래가 리메이크돼서 또 다시 사랑 받아 느낌이 새롭고 여러분들 생각도 많이 났다"며 '너에게'의 오리지날 버전을 열창했다. 이어 '널 지우려 해'와 '인터넷 전쟁' 등으로 강렬한 무대를 선보였고, 넘치는 에너지로 팬들과 하나가 됐다.
서태지는 "5년이 빨리 지난 것 같기도 하고, 우리 인생도 빨리 지난 것 같다. 여러분도 시간 빨리 지나갔나요. 잘 살아오고 있었나요"라고 물으며 "여러분들이 좋아하던 90년대 스타들 많다. 우리의 별이었던 스타들과 여러분들의 인생도 같이 저물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장난스럽게 말했다. 이어 "한물 간 별 볼일 없는 가수가 불러드린다"라며 신곡 '나인틴스 아이콘'을 불렀고, 관객들은 이 곡을 음미하며 감상했다.
이날 공연의 열기는 서태지와아이들의 히트곡 무대에서 최고조에 이르렀다. "보물 같은 래퍼들"이라고 소개한 스윙스, 바스코와 함께 '컴백홈'을 시작으로 '교실이데아' '하여가' 등으로 열정적인 무대를 선사했다. 서태지는 무대 위를 신나게 달렸고, 팬들은 떼창을 하고 몸을 흔들며 공연을 즐겼다.
서태지는 앙코르곡 '테이크5'를 끝으로 1시간30여분 동안 숨가쁘게 달려온 무대를 마무리 했다. 노래의 끝과 함께 밤하늘을 수놓은 화려한 불꽃놀이가 팬들의 여운을 달랬다.
이날 공연은 '역대급'의 무대 스케일과 풍부한 볼거리로 재미를 안겼다.
가로 길이 총 80m에 달하는 거대한 무대와 전면에 초대형 할로윈 펌킨스 구조물이 설치돼 압도적인 느낌을 선사했다. 또 무대 곳곳에 배치된 호박인형들은 할로윈 분위기를 물씬 느끼게 해주며, 크리스마스를 상징하는 눈꽃과 산타마을이 무대 전체를 꾸며 환상적인 느낌을 더했다. 다분히 동화적이면서 동시에 괴기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독특한 세트 구성은 서태지의 기발한 상상력을 재현해냈다.
무엇보다 사운드는 서태지의 음악을 생생하게 구현할 수 있는 압도적 스케일을 자랑했다. 세계적인 사운드 디자이너 폴 바우만(Paul Bauman)이 참여한 이번 공연장 음향 설비는 잠실주경기장을 가득 채우고 남을 총 130대에 달하는 메인 스피커가 투입됐다. 음향에만 총 17억 원을 투자, 화려한 사운드로 팬들의 귀를 즐겁게 했다.
볼거리도 풍부했다. '할로윈'이라는 콘셉트에 걸맞게 좀비와 산타 등 독특한 분장을 한 무리들이 공연장 곳곳을 다니며 관객들을 즐겁게 했다. 서태지의 컴백을 오랫동안 기다려온 팬들은 독특하고 재치 넘치는 문구의 플래카드를 내걸고 '왕의 귀환'을 반겼다. 서태지가 '남탕'이라고 표현했을 만큼 여느 공연들과 비교해 남성팬들이 많았던 것도, 20대 후반부터 40대까지 관객들이 다양한 연령대를 보인 것도 인상적이었다.
다만 아쉬움도 있었다. 당초 6시30분에 예정됐던 콘서트는 30분 지연, 7시가 돼서야 시작됐다. 쌀쌀해진 날씨에 팬들은 추위에 떨어야 했다. 일부 무대에서는 화려한 악기 사운드에 묻혀 서태지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기도 했다.
한편 서태지는 20일 5년 만에 정규 9집 앨범 '콰이어트 나이트'(Quiet Night)를 발표하고 타이틀곡 '크리스말로윈’(Chirstmalowin)'으로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한다.
조이뉴스24 이미영기자 mycuzm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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