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주문한 주스와 케이크가 나오고, 둘의 대화도 무르익었다. 반가움에 장난을 주고받던 둘은 어느새 데뷔 9년차 가수와 한 가정의 가장으로 변해 있었다. 강인은 시간이 날 때마다 야구장을 찾는다. 나주환은 슈퍼주니어의 신곡이 나오자마자 자신의 등장곡을 바꾼다. 각자의 응원 방식이다.
눈빛만 봐도 통하는 두 남자. 강인은 "아들을 낳으면 야구선수를 시킬 것"이라고 했고, 나주환은 "우리 딸이 나중에 SM엔터테인먼트에 들어갈 것"이라고 큰소리를 쳤다. 둘은 또 한 번 크게 웃었다.
- 야구장에서도 재미있는 일이 많았을 것 같아요.
강인 "주환이와 인사를 나누니까 옆에 계신 관중분이 '누군데 SK 선수랑 반말로 인사를 하느냐'고 하더라고요. 정작 저는 못 알아보시고. 그래서 친구라고 했죠. 그 때 옆에 계신 남편분이 '여보, 강인이잖아' 하면서 알아보시더라고요. 이후에는 사진 많이 찍어드렸죠. 반바지 입고, 슬리퍼 신고 가니까 못 알아보시는 것 같아요. 아마 야구장에 오는 연예인 중 내가 옷을 제일 못 입고 올걸요. 야구장에서 주환이를 보는 게 좋아요. 너무 자랑스러워요. 경기 잘하면 뿌듯하고. 가끔 실수할 때도 있잖아요. 그럼 옆에서 관중들이 욕을 엄청나게 해요. 정말 속상하죠. 대신 가서 해명하고 싶을 정도예요."
주환 "내가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잖아요. 요즘에는 나보다 인이가 내 거취에 더 관심이 많아요. '구단과 이야기는 나눴느냐', '이 구단이 너와 잘 맞을 것 같다'면서 분석을 해요. 걱정을 많이 해주죠. 가끔은 매니저 같아요."
강인 "제 친구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주환이가 SK 내야의 버팀목이라고 생각해요. 초반에 실책을 좀 했지만, 이제는 2루 수비도 안정적으로 잘해요."
주환 "힘들 때 인이가 많이 도와줬어요. 팀에서는 내색할 수 없는 일도 털어놓을 수 있으니까. 사실 포지션을 옮기면서 고민이 많았거든요. 경기를 거듭할수록 (정)근우 형이 대단해 보였어요. 그럴 때마다 인이가 치킨을 사주면서 위로해줬어요."
강인 "솔직히 사람들은 기록만 기억하잖아요. 그런데 나는 주환이가 부상 없이 시즌을 마쳤다는 것만으로도 좋았어요. FA 자격도 얻고, 이제 시작이니까. 무조건 건강해야죠. 시범경기부터 타격감이 좋았는데 갈수록 떨어지는 성적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 같았어요. 워낙 티를 안 내거든요. 알고 보니 표현을 못 해서 그렇지, 고민이 많더라고요. FA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잖아요. 인생에 몇 번씩 오는 기회도 아니고. 더구나 주환이는 가장이니까. 주환이에 비하면 나는 아직 멀었죠."
주환 "아, 가장의 무게는 정말이지…"
- 그럼 따뜻한 이야기 해 볼까요. 서로에게 감동한 적 있나요?
강인 "새 음원이 공개된 날이었어요. 앨범도 안 나왔을 땐데, 바로 주환이 등장곡이 바뀌었더라고요. 내 노래를 듣고 시원하게 타격을 해야 했는데, 타율이 떨어지니까 내가 미안했어요."
주환 "신곡이 나왔다고 해서 바로 바꿨죠. 인이는 나에게도 자랑스러운 친구니까. 세이케 2군 감독님의 사모님이 슈퍼주니어 팬이세요. 사인 CD를 드렸더니 정말 좋아하셨어요. 코치님이 '네가 어떻게 슈퍼주니어를 아느냐'면서 깜짝 놀라시던데요."
주환 "공백기 때 1년간 많이 만났어요. 이후 마음을 다잡았죠. '이제 우리 미래를 위해 준비하자, 나도 잘 되고 너도 잘 돼야 계속 볼 수 있다'고 말했어요. 그 때부터 나는 운동하고, 인이는 활동 준비했죠."
강인 "주환이는 내가 조금만 어긋날 것 같으면 확실하게 잡아줘요. 본인이 그어놓은 선이 정확하더라고요. 어머님 생신 때였나… 주환이 본가에 갔었어요. 주환이 방에 걸린 사진, 트로피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어요. 이 자리에 올라오기까지 자기와의 싸움을 얼마나 했을까. 그 고비를 다 이겨내고 이 자리에 있구나. 이런 과정을 거쳐 프로가 됐구나. 주환이는 정말 단단한 사람이구나. 대단해 보였어요."
- 가족과도 자주 만나나요?
강인 "나는 얘 보러 나오는 거 아니에요. 제수씨랑 채빈이 맛있는 거 사주려고 만나는 거지."
주환 "인이가 아이를 정말 좋아해요. 서울 간다고 하면 꼭 채빈이 데려오라고 하고. 아니면 오지 말래요."
강인 "딸이 정말 예뻐요. 엄마, 아빠를 닮아서 팔다리도 길고, 영특해요."
주환 "연예인을 시켜볼까? 그 때쯤이면 인이가 높은 자리에 올라가 있지 않을까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그래요. SM에 뼈를 묻으라고. 그래야 내 딸 챙겨주지. 인아, 너도 얼른 결혼해야지."
강인 "나는 아들 낳으면 야구선수 시킬 거예요. 주환이가 할 일이 많죠.(웃음) 주환이 가족을 보면 정말 부러워요. 부부가 서로 챙겨주는 모습이 참 좋아 보여요. 이제는 제수씨가 내 연애 상담도 해줘요."
- 2015년은 둘에게 어느 때보다 중요한 해잖아요.
강인 "그렇죠. 주환이는 FA 첫 해고, 나도 활동을 점점 넓혀가는 단계니까. 요즘에는 월드투어를 하고 있어요. 예능프로그램 출연도 조금씩 늘어날 것 같아요. 내년 초에는 영화 개봉도 앞두고 있고요."
주환 "나는 연예계를 잘 몰라요. 전화해보면 어느 날은 유럽, 어느 날은 일본에 있더라고요. 무엇보다 건강이 최고죠. 우리는 운동선수라 밥은 잘 먹어요. 그런데 인이를 보면 바쁠 때 김밥 한 줄로 때우기도 하더라고요. 건강에 조금 더 신경을 썼으면 좋겠어요."
- 둘은 서로에게 어떤 존재인가요?
강인 "주환이는 저에게 4번 타자 같은 존재예요. 해결사 같은. 이제 주환이가 모든 사람에게 4번 타자였으면 좋겠어요. 운동선수로서, 남편으로서, 아빠로서, 아들로서."
주환 "야, 네가 그렇게 말하면 나는 뭘 하냐. (한참 고민 후) 물건에 비유하자면 핸드폰 같은 존재? 항상 내 옆에 있어야 하는, 그래야 세상과 소통이 되는. 평생 친구도 있고, 금방 잊히는 친구도 있잖아요. 우리는 50살, 60살이 됐을 때 웃으면서 오늘을 돌아볼 수 있는 친구예요. 자식들 다 키워놓고 둘이서 오픈카 타고 여행 다니면서, 그렇게 멋있게 늙고 싶어요. 시간이 맞으면 여행을 가고 싶어요. 남자 둘이서 떠나는 배낭여행. 자주 보지만, 잠깐씩 만나니까 수도권을 벗어난 적이 거의 없거든요. 올해는 월드투어를 해야 하니까. 내년에는 꼭 가고 싶습니다."
강인 "시간 맞춰서 올해 가기 전에 가자."
주환 "이 기사 아내가 보겠지? 허락해 달라고 말하는 거예요.(웃음)"
조이뉴스24 한상숙기자 sky@joynews24.com 사진 박세완기자 park9090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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