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프로선수라면 종목을 떠나 늘 부상 위험에 노출돼 있다. 선수생활을 하다보면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게 마련이다. 특히 수직으로 점프를 많이 해야 하는 배구선수의 경우 발목, 무릎을 자주 다친다. 또한 공을 때리고 걷어내야 하기 때문에 어깨, 손목, 손가락 등도 다칠 위험이 크다.
여자프로배구 한국도로공사 레프트 황민경도 그랬다. 그는 세화여고 졸업반이던 지난 2008년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 도로공사로부터 1라운드 2순위 지명을 받고 프로선수가 됐다. 그런데 프로 입단 첫 해부터 부상을 당했다. 2008-09시즌이 한창 치러지던 도중 팀 연습 때 손가락 인대가 끊어졌다.
이후에도 크고 작은 부상은 황민경을 힘들게 했다. 부상 당한 곳이 회복되면 어김없이 다른 곳을 또 다쳤다. 수술을 받은 뒤 재활 과정을 지루하게 반복했다. 2014-15시즌을 치르고 있는 지금도 100% 몸상태는 아니다. 그런데 한 시즌 전체를 부상 때문에 날려버린 적은 아직 한 번도 없다.
팬들은 황민경에게 '황밍키'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곱상한 외모 때문에 만화영화 주인공의 이름을 붙인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오뚜기'라는 별명 하나를 더 얻어도 될 법하다. 부상을 당했어도 팀이 필요로 하는 순간에는 코트에 나서기 때문이다.
황민경은 지난 17일 성남체육관에서 열린 GS 칼텍스와 경기에 선발멤버로 나오지 않았다. 웜업존에서 동료선수들과 함께 1세트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데 세트 초반 황민경이 급하게 코트로 들어갔다. 선발 레프트로 출전했던 고예림이 상대 서브에 리시브가 흔들리자 서남원 도로공사 감독은 바로 교체카드를 꺼냈다.
고예림을 대신해 들어간 황민경은 2세트부터 경기가 마무리된 4세트까지 계속 세트 선발로 출전했다. 그리고 10점에 공격성공률 50%를 기록했다. 도로공사는 이날 GS 칼텍스를 3-1로 꺾었다. 승리의 주역은 각각 28점과 19점을 올린 니콜과 문정원이었지만 황민경도 값진 조연 역할을 잘 해줬다.
서 감독은 이날 경기가 끝난 뒤 "(고)예림이가 초반부터 리듬이 너무 좋지 않았다"며 "그래서 (황)민경이로 바로 바꾼 것"이라고 교체 이유를 설명했다. 황민경도 "그렇게 빨리 코트에 투입될 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팀 입장에선 황민경이 구원투수 노릇을 톡톡히 한 셈이다.
황민경은 "선발로 나가지 않아도 괜찮다"며 "그래도 코트에 들어서면 팀 사기를 끌어 올리기 위해 노력한다"고 웃었다. 사실 이날 코트에서 가장 목소리가 컸던 도로공사 선수는 베테랑 리베로인 김해란과 황민경이다.
공격이 성공해 득점을 올릴 때면 황민경의 목소리는 더 크게 나왔고 실점을 하거나 범실이 나올 때 역시 동료들을 격려하며 파이팅을 외쳤다. 황민경은 "신인 시절부터 언니들에게 목소리 하나만큼은 우렁차서 좋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고 다시 한 번 웃었다.
김해란도 코트에서 힘을 실어주는 이런 후배가 대견하다. 그는 "(황)민경이의 이런 부분이 정말 많은 힘이 된다"고 했다. 배구는 단체운동이다. 선수 각자가 갖고 있는 실력과 기량도 중요하지만 한팀으로 묶이는 조직력과 팀워크가 그래서 필요하다.
황민경의 분위기 메이커 역할은 도로공사에 계속 필요한 부분이다. 도로공사는 오는 20일 KGC 인삼공사와 만난다. 선두권 추격을 위해서는 승리를 거둬야 한다.
황민경의 샤우팅과 코트에서의 감초 노릇이 꼭 필요한 상황이 됐다. 하지만 KGC 인삼공사의 반격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지난 1라운드 맞대결에서는 풀세트 접전 끝에 도로공사가 3-2로 KGC 인삼공사에 승리를 거뒀다.
조이뉴스24 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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