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선물을 하면 좋은 거 아니에요?"
2014 K리그 클래식 38라운드 포항 스틸러스-수원 삼성 간 최종전이 열린 30일 포항 스틸야드. 수원 서정원 감독의 표정은 여유로웠다.
수원은 일찌감치 2위를 확정해 내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손에 넣었다. 포항보다는 마음이 훨씬 편하게 최종전을 맞는 것이 당연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포항은 승점 58점으로 3위를 기록 중이었다. 4위 FC서울(55점)과는 3점 차였다. 수원에 패하지만 않으면 포항은 3위에게 주어지는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 출전권을 획득한다. 서울은 제주를 무조건 이겨놓고 포항이 수원에 지기를 바라야 했다.
수원이 라이벌 서울의 구세주가 돼줘야 했던 셈이다. 양 팀이 '슈퍼매치'로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는데 중심에 섰던 서정원 감독은 이런 상황에 너털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라이벌 서울에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선물할 것이냐는 질문에 "선물을 하면 좋은 것 아니냐"라며 여유롭게 웃었다.
포항과 서울의 ACL 티켓 획득 운명을 수원이 쥐고 있지만 서 감독은 냉정했다. 그는 "선수들에게도 (상대의 사정을) 다 잊으라고 했다. 그라운드에 들어가서 축구화를 신고 있으면 끝까지 최선을 다하라고 했다"라며 냉정한 승부를 주문했음을 알렸다.
수원은 남의 사정 생각할 것 없이, 포항을 상대로 스스로 풀어야 할 숙제가 있었다. 2004년 12월 8일 이후 포항 원정에서 15경기 연속 무승(6무9패)에 빠져 있는 징크스의 고리를 끊어야 했다. 이상하게 포항 원정만 오면 수원의 경기가 풀리지 않았다. 앞서 홈에서는 2연승을 거뒀다는 점에서 깨지지 않는 원정 무승은 미스터리에 가까웠다.
서 감독은 "포항은 꼭 잡고 싶다는 마음이다. 나는 선수 때 징크스를 만들지 않았다. 징크스를 깨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원 부임 이후 올해 개막전에서 팀의 제주 원정 징크스를 깼고 전북 현대에 열세였던 전적도 뒤집었다.
수원 관계자는 "포항이 그라운드와 관중석의 거리를 좁히면서 경기를 빨리 진행하는 효과로 이어졌다. 수원이 매번 고전하는 이유 중 하나인데 이번에 깼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수원은 이날 포항에 2-1 역전승을 거두면서 서울에 ACL 티켓을 선물했고 동시에 실리도 챙겼다. 산토스가 시즌 14호 골을 넣으며 득점왕에 올랐고 정대세의 결승골로 포항 원정 징크스도 깼다. 서울은 제주에 2-1로 이기면서 승점 58점으로 포항과 같아졌지만 골득실(서울 +14, 포항 +11)에서 앞서 극적으로 챔피언스리그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라이벌 팀 서울에 뜻밖의 선물을 안기며 스스로 실속도 이것저것 챙긴 수원이었다.
조이뉴스24 포항=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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