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근기자] 심사를 할 때 감정을 격하게 드러내는 박진영이 한 방 먹었다.
박진영은 SBS 'K팝스타'에서 시즌1부터 4년째 심사위원을 맡고 있다. 그 과정에서 박진영은 본인만의 확고한 심사 기준을 보여줬다. '공기 반 소리 반', '말하는 것처럼 부르는 노래', '기교보다는 감정 전달' 등이 그렇다. 실제로 박진영은 여기에 가까운 참가자들을 선호했다.
박진영은 감정 표현에도 솔직했다. 참가자의 노래가 자신의 마음에 들면 황홀해서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을 지으며 가만히 있지를 못했다. 노래를 감상하는 그의 표정이 주목을 받기도 했을 정도. 이를 두고 '호들갑 심사평'이란 말도 나왔다.
심사 기준마저 들쑥날쑥했다면 그의 호들갑은 단순한 퍼포먼스에 지나지 않았을 지 모른다. 하지만 박진영은 4년째 한결 같다. 또 직접 트레이닝에 나서 참가자들의 발성 등을 몰라볼 정도로 발전시키는 등 말을 행동으로 실천했다. 그렇다 보니 다소 과장돼 보이는 그의 행동은 애교(?)스러워 보였다.
각종 화려한 표현들을 갖다 붙인 극찬들은 'K팝스타'만의 얘기는 아니다. 모든 오디션 프로그램이 마찬가지다. 박진영의 경우 자신만의 기준이 명확한 만큼 자신의 마음에 들었을 경우에는 그 극찬의 수위가 좀 더 센 편이긴 했다.
박진영을 언급한 이대화 음악평론가의 글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와.. 과연 이런 음악이 가능하긴 한 걸까"라며 "난 비틀즈를 듣고도 전주만 듣고 의식을 잃진 않았는데"라고 적었다.
이는 박진영이 이진아의 '마음대로'를 들은 뒤 "가사에 대해 기대를 하다가 한 글자도 못 들었다. 처음에 전주 피아노 라인을 칠 때 의식을 잃었다. 그 다음부터 조금만 세게 치면 몸이 깜짝 놀란다. 이런 음악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극찬한 것을 두고 쓴 글이다.
이대화 평론가는 블로그를 통해 "솔직히 나도 '마음대로'가 좋았다. 정말 멋진 곡이라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박진영의 이런 막무가내 어법이 과연 이진아의 음악적 미래에 해가 되지는 않을지 걱정이다"라고 덧붙였다.
박진영의 심사평이 호들갑일 수도 있고 순간의 감정에 취한 것일 수도 있다. 심사위원이라면 좀 더 차분하고 냉철하게 판단하고 전달해야 하는 것도 맞다.
하지만 다른 시각에서 바라볼 수도 있다. 이진아의 경우는 '비틀즈의 음악 전주를 듣고 의식을 잃지 않는 것'과는 또 다르다. 오디션프로그램은 아직 대중에게 알려져 있지 않은 아마추어들의 경연장이다. 이미 정평이 나 있는 가수들의 음악을 들을 때와는 기준도 다르고 그 기준을 넘어섰을 때 드는 기분도 다를 수밖에 없다.
세계신기록 보유자의 무시무시한 100m 질주가 역경 끝에 결승선에 도달한 이의 느릿느릿한 완주보다 반드시 더 경이로운 건 아니다.
그렇다고 해도 "음악 관두겠다" 등의 극단적인 표현이나, "이런 음악을 들어본 적 없다" 등의 단정적인 표현은 객관적인 정보를 전달하는 데 방해가 되고 그로 인해 시청자들의 음악 감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박진영의 '격정적인' 심사평에 우려를 하는 건 결국 이대화 평론가의 말처럼 '마지막이라는 절박한 심정'으로 오디션에 지원한 참가자가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그런 마음은 박진영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조이뉴스24 정병근기자 kafka@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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