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한국 축구대표팀은 새로운 팀으로의 변신을 꾀하는 중이다. 울리 슈틸리케(61) 감독 부임 후 4번의 A매치를 치른 뒤 곧바로 아시안컵이라는 큰 대회에 직면해 있다.
한국에서는 모두가 1960년 이후 55년 만의 우승을 원하고 있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냉정하다. 우승도 중요하지만 대표팀의 체질을 바꿔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좋은 경기력으로 아시아 최강팀의 자존심을 회복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렇다고 아시안컵을 소홀히 치를 수는 없다. 우승 시 2017년 6월 예정된 컨페더레이션스컵 출전권이 주어진다. 미리 체험하는 월드컵이라는 점에서 출전 티켓 획득은 중요하며 이는 오래된 아시안컵 우승 염원을 풀어내는 것으로 해결될 문제다.
슈틸리케 감독은 폭넓은 선수 활용에 집중하며 원석을 보석으로 만드는데 애를 쓰고 있다. 아시안컵을 앞두고 지난해 12월 중순 일주일을 제주도에서 전지훈련하며 아시안컵은 물론 오는 8월 중국 우한에서 열리는 동아시안컵까지 염두에 두고 선수들을 두루 살폈다.
그 과정에서 선발된 공격수 이정협(24, 상주 상무)에게는 '깜짝 발탁'과 '신데렐라'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부진을 거듭하던 박주영(30, 알 샤밥)이 풍부한 대표 경력이라는 무기를 앞세워 당연히 아시안컵 대표팀에 뽑힐 것으로 예상됐지만 박주영은 제외됐고, 대신 이정협이 발탁돼 공격진 공백을 메우게 됐다.
이정협은 186㎝의 신장을 앞세워 공중볼 경합에서 끈기있는 플레이를 보여줬다. 제주도 훈련 마지막날 가진 자체 평가전에서는 수비까지 적극 가담하며 팀플레이 능력을 뽐냈다. 볼에 대한 집념으로 헤딩골까지 넣는 등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보여줘 슈틸리케 감독의 신임을 이끌어냈다.
이정협을 지도했던 윤성효 부산 아이파크 감독은 "(이)정협이는 정말 부지런하다. 당시 팀 사정상 수비에 가담을 많이 시켰지만 기본적인 공격 능력은 충분한 선수다. 세트피스 시 헤딩력이 괜찮은 편이다"라고 후하게 평가했다. 공격수에 대한 지원 능력이 좋은 A대표팀에서는 이정협의 공격력이 더 빛을 낼 수 있다는 뜻이다.
국제 경기 경험이 부족하지만 대표팀에 도우미들이 많다는 점에서 충분히 도전 가능하다. 만약 이정협이 아시안컵에서 골, 도움 등을 기록한다면 진정한 '슈틸리케의 황태자'로 거듭날 수 있다. 2011년 카타르 아시안컵 당시 4골을 넣으며 비상했던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의 길을 따라가기에 충분하다.
조영철(26, 카타르SC)도 지켜봐야 한다. 조영철은 10번의 A매치에서 한 골도 넣지 못했지만 공격 연계 능력은 뛰어나다는 평가다. 아시안컵에서 공격력 부재를 해결하는 활약을 보여준다면 향후 중용될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미드필드에서는 기존의 '쌍용' 기성용(26, 스완지시티), 이청용(27, 볼턴 원더러스)과 구자철(26, 마인츠05) 외에 남태희(24, 레퀴야)의 활약을 주목해야 한다. 스피드가 뛰어나고 공간을 헤집는 능력도 탁월하다.
남태희는 골 감각도 나쁘지 않다. 이번 시즌 카타르 스타스 리그에서 6골을 넣으며 팀내 최다골을 기록 중이다. '중동 메시'라는 수식어가 아시안컵에서도 위력을 발휘한다면 슈틸리케 감독의 혜안이 높게 평가 받을 수 있다. 측면, 공격형 미드필더 등 가리지 않고 뛸 수 있는 장점이 잘 녹아든다면 향후 대표팀 운영에 여러모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선수다.
스피드가 뛰어난 한교원(25, 전북 현대)은 교체 요원으로 '슈퍼 서브'가 될 준비를 마쳤다.
수비에서는 김주영(27, FC서울)을 눈여겨봐야 한다. 김주영은 대인방어와 공간 장악력이 뛰어난 중앙 수비수다. 홍정호(아우크스부르크)의 공백을 지우기에 충분하다. 경기 리딩 능력도 나쁘지 않아 김영권(25, 광저우 에버그란데)이나 곽태휘(34, 알 힐랄)와 호흡을 맞춰도 어색함이 없다.
김주영은 A매치 출전 경험이 4경기에 불과하지만 우루과이, 코스타리카 등 강팀들을 상대로 경험을 쌓았다. 슈틸리케 감독 이전에도 몇 차례 대표팀 소집을 통해 자신의 경기력을 보여줬다. 부상이라는 불운만 없었다면 더 크게 성장했을 수비수다. 아시안컵 이후에는 새 소속팀이 된 상하이 둥야(중국)에서 뛰게 된다.
기존의 손흥민(23, 레버쿠젠), 김진수(23, 호펜하임), 박주호(28, 마인츠05) 등 독일 분데스리가 3인방은 완벽하게 대표팀의 축으로 안착할 기회가 될 수 있다. 손흥민을 제외하면 이전 대표팀에서는 주류가 아니었다. 이들이 확고하게 자리를 잡는다면 대표팀의 경쟁력은 더욱 업그레이드될 전망이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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