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대한항공이 4라운드 들어 상승세를 이어갔다. 대한항공은 5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LIG 손해보험과 경기에서 3-1로 승리했다.
위기도 있었다. 주포 산체스가 2세트 들어 흔들렸다. 몸상태가 좋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강한 서브와 스파이크가 사라졌다.
산체스는 2세트에서 단 2점을 올리는데 그쳤고 공격성공률은 18.18%로 낮았다. 그 사이 LIG 손해보험은 에드가를 앞세워 대한항공을 압박했고 세트를 따내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대한항공은 3, 4세트에서 다시 이륙했다. 산체스가 힘을 내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산체스는 세터 강민웅과 손발도 잘 맞아 앞선 2세트에서의 부진을 지웠다.
그런 가운데 베테랑 리베로 최부식은 산체스의 옆을 든든하게 지켰다. 그는 랠리가 끝날 때마다 산체스에게 가서 격려를 했고 말을 건넸다.
어디서 많이 본 장면이다. 여전히 V리그 최고의 리베로로 꼽히고 있는 여오현(현대캐피탈)이 그렇게 한다. 여오현은 삼성화재 시절부터 외국인선수에게 말을 많이 거는 선수로 유명했다. 안젤코, 가빈 때도 그랬고 레오의 팀 적응에 주장 고희진과 함께 많은 도움을 줬다. 최부식도 대한항공에서 이런 면에서 솔선수범하고 있다.
산체스는 경기 전날인 4일 팀 연습을 거의 하지 못했다. 김종민 대한항공 감독은 "무릎 건염이라 통증이 있다"고 했다. 큰 부상은 아니지만 컨디션에 민감한 산체스는 플레이에 영향을 받았다.
최부식은 "산체스는 겉보기와 달리 욕심이 많다"고 전했다. 올 시즌 들어 코트에서 인상을 쓰는 일이 많아진 부분도 승부욕 때문이다.
최부식은 경기내내 산체스를 달래고 격려했다. 그는 "에이스 역할을 맡고 있고 또 외국인선수가 인상을 쓰면 팀 플레이가 더 안풀린다고 말했다"며 "네 마음을 동료들도 잘 알고 있다고 얘기해줬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최부식의 말에 산체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산체스는 팀 승리가 확정된 뒤 "나 때문에 한 세트를 내줬다"며 "미안하다"고 동료 선수들에게 말했다. 최부식의 말이 효과를 본 것이다..
세계정상급 실력을 갖춘 산체스다. 쿠바 청소년대표팀과 성인대표팀을 거쳤고 V리그에 오기 전 러시아리그 파켈에서 뛴 산체스에게 패하는 일은 익숙하지 않을 수도 있다. 최부식은 "지난해 7월 안산에서 열린 컵대회에서 팀이 우승했을 때 가장 기뻐한 선수가 산체스"라고 했다.
산체스는 당시 경기에 뛰지 않고 관중석에서 동료들의 플레이를 지켜봤다. 최부식은 "산체스는 '이제 우리팀도 충분히 우승을 차지할 수 있겠다'고 좋아했다"며 "산체스와 마찬가지로 국내 선수들도 더 분발할 것"이라고 각오를 전했다.
여오현의 그늘에 가려 상대적으로 저평가 받았던 최부식은 아직 실력이 녹슬지 않았다. 그는 디그와 수비 부문에서 각각 4, 9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한편 대한항공은 비득점 부문에서 전체 1위에 올라 있다. 수비, 리시브, 디그, 세트 등에서 남자부 전체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상승세의 원동력이 탄탄한 수비인 셈이다.
조이뉴스24 /인천=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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