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올해 K리그 클래식에 승격한 대전 시티즌은 우선적인 목표가 클래식 잔류다. 승강제가 도입된 뒤 1부리그 잔류 경쟁은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자인 시대가 됐다.
대전은 일찌감치 팀 정비에 집중하고 있다. 조진호 감독은 지난해 12월 내내 프로 지도자 최고 자격증인 P-라이센스 이수에 열을 올리면서도 팀 전력 구상에도 많은 신경을 썼다. 대전시에서도 일정 수준의 지원을 약속하면서 알토란같은 선수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선수단 정비는 어느 정도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수비수 박희성과 안현식을 각각 성남FC, 고양 Hi FC에서 영입했다. 기본은 하는 선수들인데다 클래식 무대 경험도 풍부하다. 이현호도 제주 유나이티드에 데려와 공격을 보강했다.
6일에는 포항 스틸러스에서 골키퍼 김다솔, 수비수 윤준성을 영입했다. 수비에 방점을 찍은 것은 매 시즌 허술한 수비로 무너지는 대전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함이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공격수 이광훈을 포항에서 임대 영입한 것이다. 측면과 중앙을 두루 소화할 수 있는 이광훈은 포항 황선홍 감독이 늘 고민하는 선수 중 한 명이었다. 기량은 충분히 있는데 상위권에서 싸우는 팀 사정상 쉽게 투입하기 어려워 많은 기회를 주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자존심 회복을 선언한 포항이 올 시즌 외국인 공격수를 잇따라 영입한 것도 이광훈의 팀내 입지를 좁아지게 만들었다. 각급 대표팀 출신인 이광훈의 기량 발전을 위한 기회 자체가 더 줄어들 것은 불을 보듯 뻔했다.
고심끝에 포항은 이광훈을 대전으로 임대보냈다. 포항전에서는 이광훈을 내세우지 않다는는 조건이다. 전력상 상위권으로 쉽게 올라서기 힘든 대전 입장에서는 이광훈 영입이 무척 반가운 일이었다. 임대 이적 활성화를 목놓아 불렀던 조진호 감독에게는 큰 선물이었다.
대전은 지난해 챌린지(2부리그) 시절 임창우(울산 현대)를 영입해 재미를 봤다. 2011년 울산에 입단해 세 시즌을 보낸 임창우는 6경기만 뛴 뒤 대전으로 임대됐다. 더 많이 뛸 수 있는 팀에서 기량 향상을 꾀한다는 목적이었고, 놀랍게도 임창우는 매 경기 선발로 나서 대전의 승격에 도우미 역할을 톡톡히 하며 임대 신화를 썼다.
경기 감각이 한껏 올라간 상태에서 임창우는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대표팀에도 선발, 북한과의 결승전에서 골을 터뜨리는 등 발던된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대전이 완전 이적을 원했지만 원소속팀 울산에서 당연히 보물이 된 임창우를 복귀시켰다. 어쨌든 대전이나 울산 모두 윈윈 게임이었다.
이번에 대전으로 임대되는 이광훈에게 기대하는 것도 당연히 기량 성장이다. 기회는 충분하다. 대전은 모든 팀들을 상대로 수비에 무게를 두며 공격을 시도하는 경기 운영을 할 수밖에 없다. 물론 조진호 감독의 성향상 쉽게 물러나지 않는 과감한 공격 축구를 시도하면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이광훈이나 대전 모두에게 좋은 일이다.
지난해 대전 주전 공격수였던 아드리아노의 거취가 유동적인 것도 이광훈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아드리아노는 지난해 27골을 넣으며 챌린지 득점왕을 차지했다. 잔류하게 될 경우 이광훈과 시너지 효과를 내기에 충분하다. 떠난다면 이광훈이 좀 더 많은 역할을 하게 될 환경이 형성된다.
이광훈은 포항에서 소극적인 경기 운영이 아쉽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실패에 대한 걱정을 털어내고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뽐낸다면 성장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미 이광훈의 도전은 5일 제주도에서 막을 올린 대전의 1차 동계전지훈련에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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