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하준호(롯데 자이언츠)는 지난 시즌 잊을 수 없는 경기를 치렀다. 10월 1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전이었다.
3-3으로 팽팽하게 맞서고 있던 연장 12회말 삼성 공격 2사 1루 상황에서 박한이는 평범한 좌익수 뜬공을 쳤다. 그런데 당시 롯데 좌익수를 보던 하준호가 타구의 낙구 지점 판단을 잘못했다. 포구 도중 그라운드로 넘어졌고 박한이의 타구는 빈자리에 떨어졌다.
무승부가 됐을 경기는 4-3 삼성의 승리로 끝났고, 박한이는 행운의 끝내기 안타 주인공이 됐다. 이 실책성 플레이로 하준호는 시즌 막판이었지만 1군 엔트리에서 빠지면서 퓨처스(2군)로 내려갔다.
아픈 기억이 있지만 하준호는 그 때 실수에 좌절하지 않았다. 여전히 성장 가능성이 높은 선수로 꼽히기 때문이다.
하준호는 투수로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가 지난해부터 야수로 전향했다. 경남고 시절이던 2007년 청룡기대회에서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고 프로 입단 후인 2010년 퓨처스 남부리그에서는 평균 자책점 부문 1위를 차지했던 투수 유망주였다. 그런 그가 마운드를 떠나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프로 세계에서는 야수로서 더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는 판단과 타격 자질에 대한 자신감으로 과감하게 야수 전향을 시도한 것이다.
하준호는 지난 시즌 1군에서는 31경기에 나와 타율 2할3푼3리(73타수 17안타) 1홈런 11타점을 기록했다. 눈에 띄는 성적은 아니지만 갓 야수 전향을 것치고는 타격 실력이 떨어지는 편은 아니었다.
오히려 1군에서의 성적이 퓨처스보다 나았다. 그는 퓨처스리그에서는 48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1푼1리(147타수 31안타)를 기록했다.
당시 롯데에서 하준호를 지켜봤던 박흥식 타격코치(현 KIA 타이거즈)는 "공을 맞히는 재주가 무척 뛰어나다"며 "손아섭과 스타일이 비슷하다"고 평했다. 또한 박 코치는 "타자로 전향한 기간이 얼마 안됐지만 자리 적응이 빠르다"고 덧붙였다.
박 코치의 말처럼 하준호는 소속팀 롯데를 넘어 리그를 대표하는 교타자로 성장한 손아섭을 롤모델로 삼고 있다. 다가오는 2015 시즌은 하준호에게 조금은 더 특별할 수 있다.
롯데는 외야수 세 자리 중 한 자리에 주인이 없는 상황이다. 좌익수에 주전감이 마땅치 않다. 이종운 롯데 감독도 이 부분이 고민거리다.
하준호는 롯데의 올 시즌 좌익수 후보군에 포함됐다. 수비와 방망이 실력에서 다른 경쟁자들과 견줘 현재까지는 조금 모자란 건 사실이다. 그러나 첫술에 배가 부를 순 없는 노릇이다.
하준호는 신인은 아니지만 성장 가능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늘어난 정규리그 경기수 때문이라도 올 시즌 그라운드에서 그를 더 자주 볼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준호같은 신예들의 성장, 최근 2년간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며 다시 침체기에 접어든 듯한 롯데가 재도약의 동력으로 삼아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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