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기자] 지난 2011년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한국 축구는 '전설' 박지성과 이별을 했다.
박지성은 카타르 아시안컵을 마지막으로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박지성은 A매치 100경기를 치렀고, 수많은 추억과 영광, 그리고 감동을 남긴 채 태극마크를 내려놓았다. 박지성과 한국 축구는 그렇게 아름답게 이별했다.
박지성이 대표팀을 떠나자 한국 축구는 그의 공백으로 인한 여파에 흔들려야 했다. 박지성의 빈자리는 컸다. 박지성이 10여 년 동안 대표팀에서 발휘했던 경기력, 영향력, 절대적인 존재감. 박지성이라는 이름 석자가 품고 있는 가치가 너무나 컸기에 그의 공백을 절실히 느껴야 했다.
박지성이 떠난 한국 축구는 위기라 했고, 실제로 한국 축구는 크게 빛을 내지 못했다. 하락세를 겪어야만 했다.
한국 축구는 '박지성 후계자' 찾기에 나섰다. 한국 축구가 다시 살아나기 위해서는 박지성을 대체할 수 있는 선수가 나와야만 했다. 그런데 쉽게 등장하지 않았다. 수많은 후보들의 이름이 오르내렸지만 박지성은 워낙 큰 선수였기에 그의 마땅한 후계자는 보이지 않았다. 후보만 난무했을 뿐 진정한 후계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런데 2015년 1월, 박지성이 대표팀을 떠난 지 약 4년 만에, 공교롭게도 박지성이 대표로 마지막 활약을 했던 대회인 아시안컵에서, 드디어 박지성의 후계자를 찾았다. 아직 박지성에게는 완벽히 미치지 못하지만 박지성처럼 대표팀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한국 대표팀의 중심과 같은 활약을 하는 선수가 있다. 그는 앞으로의 한국 축구를 이끌 리더임에 분명하다. 박지성의 후계자로서 손색이 없는 선수다.
박지성의 후계자를 찾는데 시각이 좁았다. 박지성의 주 포지션은 윙포워드다. 따라서 박지성의 후계자는 날개에서만 등장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에 박지성 후계자 후보로 지목된 이들의 포지션은 대부분 날개였다.
하지만 박지성의 존재감은 포지션에 국한되지 않는다. 팀의 리더, 중심을 잡고, 흐름을 주도하고, 흐름을 바꿀 수 있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 박지성의 영향력이 다른 포지션이었어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포지션을 넘어 넓고 크게 보면 박지성의 후계자의 모습이 보인다. 바로 기성용(스완지 시티)이다.
2015 호주 아시안컵 이전까지의 기성용과 아시안컵 이후의 기성용은 분명 달라졌다. 이전에는 경기를 잘 하는 중원의 핵심이었다면, 지금은 대표팀 전체를 움직이는 대표팀의 중심이 됐다.
경기력적인 면에서 기성용은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기를 조율하는 것은 물론 공격과 수비 모두 가담하며 대표팀 전체에 힘을 불어넣고 있다. 한국 대표팀의 매서운 기회는 대부분 기성용의 발에서 만들어지거, 그의 패스를 거쳐 탄생한 것이었다. 그의 킬패스는 압권이었다. 경기의 흐름을 주도하고 경기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선수가 됐다. 기성용은 대표팀에서 대체불가한 선수가 됐다.
경기 외적으로도 기성용은 한층 성장했다. 박지성의 향기를 느낄 수 있다. 기성용은 박지성이 그랬던 것처럼 이번 대회 대표팀 '주장'을 맡았다. 주장 기성용은 달랐다. 팀을 위해 헌신하고 배려했다. 투지는 말할 것도 없다.
22일 우즈베키스탄과 8강전에서 기성용은 다리에 쥐가 날 정도로, 쓰러질 정도로 달렸다. 그리고 다시 일어나 팀을 위해 뛰었다. 주장 기성용의 투지는 대표팀의 투지를 대변했다. 그런 투지로 한국은 난관을 헤쳐나가 우즈베키스탄을 연장 끝에 2-0으로 물리치며 4강에 진출했다.
책임감이 높아진 기성용은 한층 더 성숙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기성용은 탁월한 리더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주장 완장은 분명 기성용의 진화를 돕고 있다.
현재 대표팀이 하나 된 팀으로 똘똘 뭉치고 있는 것, 서로를 격려하고 서로를 위해 희생하는 모습은 주장 기성용의 힘이 컸다. 하프 타임에 대기 선수들이 선발 선수들을 격려하고 힘을 주는 모습은 지금 대표팀의 분위기를 말해주고 있다. 기성용이 이끌어낸 분위기다.
박지성이 한국 대표팀에 어떤 존재였는가. 유럽파로서 최고의 경기력을 펼쳐보였다. 주장으로서 팀을 하나로 뭉치게 했다. 어린 선수들의 롤모델이었다. 리더로서 투지, 희생, 태극마크의 가치 등 두루 모범을 보였다. 상대 팀이 가장 경계하는 대상, 한국 대표팀이 가장 신뢰하는 선수였다. 한국 축구팬들의 믿음도 한 몸에 받았다. 이런 것들이 모두 모여 박지성을 한국 대표팀의 '절대적인 존재'로 만들었다.
2015 호주 아시안컵에 나서 정상 도전의 여정을 이어가고 있는 한국 대표팀, 박지성을 이을 듬직한 선수를 확인했다. 기성용, 그가 박지성의 후계자다. 이제 한국 축구는 '기성용의 시대'에 접어들었다.
조이뉴스24 시드니(호주)=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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