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강정호(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이름은 왜 빠진 걸까.
요즘 미국의 주요 스포츠 전문 매체들은 메이저리그 유망주 순위 발표에 한창이다. 올 시즌 곧바로 메이저리그에서 활약이 가능한 신인은 물론 몇 년 더 마이너리그 수련이 필요한 어린 선수들까지 망라한 작업이다. '메이저리그 신인'인 강정호의 순위에도 자연스럽게 관심이 쏠린다.
◆한국 프로서 7년 경력…"프로 경력 선수는 유망주 아니다"
그러나 여러 매체의 평가에서 강정호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30일(이하 한국시간) 발표한 ESPN의 '톱100 유망주'에 강정호는 들지 못했다. '백업 내야수'라는 출발 선상에서의 위치가 평가에 반영된 것일까. 확실히 후보 선수를 주목할 인물로 꼽기는 쉽지 않다.
이에 대해 명단을 작성한 ESPN 칼럼니스트 키스 로는 명쾌한 해명을 했다. 그는 명단 작성의 가이드라인을 공개하면서 한국과 일본 출신 프로 선수는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이들을 '유망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한국이나 일본 프로 경력이 있는 선수는 '유망주'로 고려하지 않았다. 이는 올해 명단에 강정호 등이 없다는 의미"라며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의해 FA로 분류되는 쿠바 국내리그(세리에 나시오날 데 베이스볼) 출신 선수들 역시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루스네이 카스티요(보스턴 레드삭스), 야스마니 토마스(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같은 선수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다만 로베르토 볼다퀸, 요안 로페스 같은 사무국 기준 아마추어 선수들은 고려 대상으로 분류했다.
지난 2006년 현대 유니콘스에 입단한 강정호는 현대와 넥센에서 7번의 풀시즌을 소화했다. 덕분에 이번 겨울 해외 진출 자격을 얻어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피츠버그에 입단했다. 이미 적지 않은 프로 경력이 있는 선수를 단지 메이저리그 신인이라는 이유로 유망주로 분류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사실 프로리그가 활성화된 한국과 일본 선수 출신 빅리그 선수들을 '신인'으로 볼 수 있느냐는 논란은 꽤 오래됐다. 지난 1994년 일본 긴테쓰 버팔로스(오릭스 버팔로스의 전신) 출신 노모 히데오가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내셔널리그 신인왕을 수상할 때부터 불거진 논란이다. 2001년 스즈키 이치로(마이애미 말린스·당시 시애틀 매리너스)가 MVP와 신인왕을 동시에 석권할 때도 논란에 불이 붙었다. 빅리그에 첫 발을 내딛는 선수는 무조건 신인이라는 사무국의 기준이 경직됐다는 지적이 많았다.
◆"한국·일본·쿠바 리그 출신은 일괄 배제"
이런 이유로 메이저리그를 다루는 여러 유력 매체에서는 이들을 더 이상 유망주로 분류하지 않는 분위기다. 공식적으로는 신인의 자격을 갖고 있더라도 유망주 명단 등 자체 리스트에서는 이들을 20대 초반의 '진짜 유망주들'과 자연스럽게 분류하고 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인 MLB.com 또한 같은 이유로 강정호를 제외한 채 유망주 명단을 공개할 예정이다. 다만 마이너리그 전문지 '베이스볼아메리카(BA)'는 강정호의 자격이 아닌 '현실과 전망'을 들어 명단에서 뺐다. BA는 "좁은 수비범위 탓에 주전 내야수가 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ESPN 선정 최고 유망주로는 시카고 컵스의 3루수 크리스 브라이언트가 선정됐다. 뒤를 이어 바이런 벅스턴(미네소타 트윈스·중중견수), 카를로스 코레아(휴스턴 애스트로스·유격수), 애디슨 러셀(컵스·유격수), 코리 시거(LA 다저스·유격수-3루수)가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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