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기자] 차두리(FC서울)는 울 것만 같았다. 그런데 그는 울지 않았다.
아쉬웠던 아시안컵 준우승이었다. 한국은 2015 호주 아시안컵 결승전에서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호주에 1-2로 패배, 준우승에 머물렀다. 한국대표팀 최고참 차두리는 우승을 간절히 원했다. 그런데 그 간절함은 이뤄지지 않았다.
게다가 호주와의 결승전은 차두리의 국가대표 마지막 경기였다. 그래서 더 아쉽고 더 감정이 북받칠 수 있었다. 자신의 은퇴경기에서 아시안컵 우승이라는 은퇴선물을 안기고 싶었지만, 국가대표 차두리의 마지막은 준우승으로 끝났다.
그렇기에 차두리는 눈물을 흘릴 것만 같았다. 지난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8강행이 좌절되자 뜨거운 눈물을 흘렸던 처럼, 또 소속팀 FC서울이 2013년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에 머물자 그라운드에 쓰러져 펑펑 울었던 것처럼, 이번에도 차두리는 그렇게 울보가 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차두리는 의연했다. 호주와 결승전이 끝난 후 차두리는 그라운드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런데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다. 눈시울이 붉게 물들기는 했지만, 예전처럼 펑펑 울지는 않았다. 차두리는 오히려 펑펑 울면서 흐느끼고 있는 손흥민, 김진수 등 후배들을 챙겼다. 후배들을 따뜻하게 안아줬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차두리를 만났다. 2010 남아공 월드컵 16강이 끝난 당시 차두리는 믹스트존에서까지 흐느끼며 인터뷰를 한 기억이 났다. 2013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 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차두리는 눈물을 보이며 말없이 취재진을 지나쳤다.
2015 호주 아시안컵 결승전 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차두리는 어땠을까. 의연했고 태연했다. 차두리는 눈물을 보이지도 흐느끼지도 않았다.
차두리는 "부모님이 두리라고 이름을 지어 매번 2등을 하는 것 같다. 3년 연속 2등만 했다. 오늘도 2등을 하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 이름이 하나였으면 일등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기분이 묘했다"며 농담까지 던지는 여유도 보였다.
단도직입적으로 차두리에게 물었다. 국가대표팀 마지막 경기에서 아쉬운 준우승을 거뒀는데 울보 차두리가 왜 울지 않았냐고. 차두리의 대답은 간단했다. 이전 2번의 눈물은 아쉬움이 더 커서 흘린 눈물이었고, 지금 눈물이 나지 않는 이유는 만족감이 더 컸기 때문이라고 했다.
차두리는 "우승을 하지는 못했지만 우승보다 값진 것을 얻었다. 대표팀 선수들이 끝까지 이기려는 의지를 보였다. 투지와 투혼을 보였다. 그동안 대표팀이 국민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줬는데 이번 대회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지더라도 박수 받을 수 있는 경기를 했다. 앞으로 대표팀의 모든 경기는 오늘과 같은 경기를 해야 한다. 태극마크의 기본을 보여줬다. 후배들은 잘 할 것이다. 선배들보다 더 위대한 역사를 쓸 것이다. 다음 월드컵에서도 잘 해낼 것"이라며 준우승 결과에도 만족감을 드러냈다.
든든한 후배들이 있었기에 차두리는 아쉬움이 없었다. 만족감이 더 컸다. 그렇기에 마음 편하게, 또 자랑스럽게 대표팀을 떠날 수 있었다. 자신이 떠나도 될 만큼 후배들은 성장했고, 투지와 투혼을 보인, 태극마크의 기본을 찾은 후배들에게 미래와 희망을 봤다. 국민들에게 감동을 전하는 대표팀으로 거듭났다. 차두리는 떠나면서 더 강해질 대표팀에 대한 확신을 가졌다.
차두리는 왜 울지 않았는지 알게 됐다. 차두리의 눈물을 멈추게 한 이들은 마지막까지 차두리와 함께 뛴 대표팀 후배들이었다. 투혼의 태극전사들은 차두리에게 우승보다 값진 최고의 은퇴선물을 선사했다. 아름다운 은퇴경기였다.
조이뉴스24 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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