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수원 삼성의 전지훈련에는 자율 속 질서가 숨어 있다.
수원은 1월 6~18일 경남 남해 전지훈련에서 체력 훈련에 집중한 뒤 19일 스페인 말라가로 넘어왔다. 누가 주전이 될 지 몰라 전술 훈련과 연습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의 집중도가 상당하다.
말라가 입성 초기에는 오전, 오후 두 차례씩 훈련했지만 2월에 접어들면서 하루 한 차례로 훈련을 줄였다. 주로 오후에 훈련하고 있다. 수원의 올해 첫 공식전이 될 오는 24일 우라와 레즈(일본)와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1차전에 맞춰 훈련 강도를 조절하고 있다.
골키퍼만 예외다. '조용한 독사' 신범철 코치는 하루도 쉬지 않고 노동건 등 어린 골키퍼들을 집중적으로 조련하고 있다. 정성룡도 아시안컵 대표팀에서 돌아온 뒤 그라운드에서 발을 떼지 않고 있다.
몇몇 선수들은 훈련이 없는 시간에도 자율적으로 훈련장에 나온다. 아침 식사 후 알아서 숙소 안에 있는 그라운드로 볼을 들고 모여든다. 구자룡, 민상기 등 3~4년차 어린 선수들과 고민성, 한성규, 방찬준 등 유스팀인 매탄고 출신 우선지명 신인 선수들이다.
조용하던 훈련장은 이들의 떠드는 소리로 덮인다. 이들이 훈련이 없는 오전에도 나와서 슈팅, 패스 연습을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올 시즌 모든 선수를 활용하려는 서정원 감독의 전략을 알기 때문이다. 정규리그는 물론 FA컵과 AFC 챔피언스리그까지 치러야 하는 수원으로서는 두꺼운 선수층을 반드시 갖춰놓아야 하고, 부상자 발생 등의 변수를 고려하면 우선지명 입단자들까지도 모두 즉시 전력감으로 활용될 수 있다.
유스팀 출신들이 경기 경험을 키워 성장해주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다. 수원 관계자는 "몇몇 선수들이 올해 경험을 많이 쌓아야 수원이 원하는 우승도 가능하다"라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무엇보다 염기훈, 오장은, 양상민 등 선참들이 먼저 나와 훈련을 하고 있다는 것도 후배들이 스스로 자신을 연마하는 길로 이끌고 있다. 오범석은 "지난해 김두현, 염기훈 등 형들이 먼저 훈련에 자발적으로 나서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신인들도 수원에서 살아 남기 위해 알아서 움직이는 것 같다. 수원이라는 팀에서는 누가 말하지 않아도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라고 말했다.
전북 현대에서 넘어온 카이오도 비슷한 의견이다. 그는 "수원은 자유로움이 있는 것 같다. 그런데 훈련은 체계적으로 하고 있다. 그런 것이 수원의 힘이 아닌가 싶다. 빨리 훈련에 나서고 싶다"라며 자신도 하루속히 팀에 녹아들기를 바랐다.
카이오는 말라가 전훈 합류 후 감기몸살로 아직 정상적인 훈련을 소화하지 못했다. 그런데 위, 아래에서 치고 올라오니 조바심이 나는 것이다. 외국인까지 안심하지 못하게 만드는 수원의 훈련 분위기다.
조이뉴스24 말라가(스페인)=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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