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수원 삼성은 올 시즌 기대감 넘치는 외국인 공격진을 구축했다. 처진 공격수로 지난해 득점왕을 차지했던 기존의 산토스에 전북 현대의 우승에 공헌했던 카이오, 그리고 역시 브라질 출신인 레오를 영입했다.
이들 브라질 3인방은 스페인 말라가 전지훈련에서 분위기 메이커로 자리 잡았다. 우승에 목마른 수원은 이들의 결정력에 큰 기대를 하고 있다.
카이오는 감기몸살로 전지훈련에 합류하고도 잘 뛰지 못하다가 컨디션 호전 후 최근 자연스럽게 훈련에 녹아들고 있다. 측면 공격수인 레오는 빠른 발과 돌파력으로 서정원 감독의 따뜻한 시선을 받고 있다. 지난 몇 년 사이 외국인 선수 농사에 재미를 보지 못했던 수원은 이번 시즌에는 풍작을 거둘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이들의 적응력은 대단하다. 산토스가 주도하고 카이어가 다리를 놓으면 레오가 따라오는 식이다. 브라질 출신 반델레이 피지컬 코치까지 네 명이 서로를 장난스럽게 흉보며 웃음을 안긴다. 지난 8일 빅토리아 플젠(체코)과 연습경기에서 수원이 0-2로 패한 뒤 산토스는 "반델레이 코치가 우리를 힘들게 해서 그런 것이다"라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전북에서 뛰었던 카이오의 시즌 활약을 지켜보는 것은 흥미롭다. 우승 경쟁을 해야 하는 친정팀 전북과 피할 수 없는 승부를 펼쳐야 한다. 카이오는 지난해 11월 2일 FC서울과의 경기 종료직전 결승골을 터뜨리며 전북의 우승 매직넘버를 1로 줄이는 데 공헌했다.
카이오는 "그래도 결정적인 역할은 산토스가 하게 될 것이다"라며 점잖은 자세를 보이면서도 "전북을 만나서 골을 넣으면 나 역시 수원에서 뛰다가 전북으로 간 에두가 그랬다는 것처럼 골 세리머니를 하지 않겠다"라고 선언했다. 친정팀에 대한 나름의 예우를 하겠다는 것이다.
어느새 수원의 파란피를 이식한 카이오는 지난해 최우수선수(MVP) 수상을 노렸다가 이동국(전북 현대)에게 밀린 산토스를 두고 "충분히 MVP를 받을 수 있었다. 다만 분위기가 그렇지 않았던 것 같다"라고 얘기했다. 이어 "산토스는 올해 더 잘하게 될 것으로 믿는다"라며 추켜세웠다.
산토스는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부끄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나는 아직 욕심이 있기는 하지만 올해가 될 지는 모르겠다"라고 말한 뒤 "카이오와 레오라는 훌륭한 동료가 있으니 지난해 이상의 골을 넣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갓 입단한 레오의 아버지 역할을 하는 산토스는 "지난 5년 동안 한국에서 내가 적응했던 과정 등을 말해주고 있다.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라고 믿음을 전했다. 레오가 김치도 잘 먹는 등 한국 음식 적응에 순조롭다고 하자 "김치를 먹으면 한국 음식은 다 먹는 것"이라는 한국 사람같은 답을 내놓기도 했다.
물론 올 시즌 득점 경쟁에 대해서는 바짝 긴장하고 있는 산토스다. 에닝요의 전북 복귀와 아드리아노의 대전 시티즌 재계약 소식에 귀를 세웠다. 산토스는 "나도 잘하고 싶지만, 그들은 그들대로 열심히 할 것이다"라며 경쟁에서 이겨내는데 힘을 쏟겠다고 진지함을 보였다.
스위스 FC시옹에서 뛰다 수원으로 온 레오는 "수원은 강팀으로 알고 있다. 친구가 과거 포항 스틸러스에서 뛰어서 포항만 알고 있었지만, 수원에서 정말 열심히 뛰겠다"라고 각오를 전했다.
이들 세 명의 욕심은 끝이 없다. 정규리그,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FA컵 세 대회 중 어느 대회에서 우승하고 싶으냐는 질문에는 모두 "어떤 대회든지 다 우승이다"라고 힘차게 말했다. 우승을 다툴 경쟁팀에 대해서도 의견이 일치했다. 전북이 1순위였다. 산토스는 "올해도 전북이 껄끄러울 것 같다. 전북은 또 다른 스쿼드가 있다"라고 정리했고, 카이오도 "전북이다. 미드필드에서 선수가 빠져나가기는 했지만 상대하기 어려운 팀일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레오는 K리그에서 많이 뛰는 것이 목표다. 그는 "경기 출전 기회를 잡아가고 싶다. 그것이 내게는 가장 중요한 상황이다. 아직 나를 보여주지 못했다. 꼭 능력을 발휘하고 싶다"라며 주전경쟁에서 이겨내겠다고 말했다.
산토스와 카이오는 재치 넘치는 언변도 보였다. 수원에 뼈를 묻고 싶지 않으냐는 질문에 산토스는 "이미 구단에 말했다. 5년 이상 계약을 해주면 수원에서 끝까지 뛰겠다"라고 호탕한 모습을 보였다. 카이오는 "기회가 된다면…"이라고 모호한 대답을 했다.
조이뉴스24 말라가(스페인)=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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