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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만년 유망주' 문창진-강상우, 칼 빼들었다


4년차 문창진 "승부수를 내야 하는 해", 강상우 "경쟁은 필수"

[이성필기자] K리그 유스시스템의 표준으로 자리 잡은 포항 스틸러스는 유망주 천국이다. 포항이 만든 선수들은 다른 팀에서도 주전을 확보하는 경우가 많다. 당장 지난해 챌린지(2부리그) 우승을 이끌며 클래식 승격의 행복을 얻은 대전 시티즌의 김찬희가 그렇다. 올해도 이광훈이 임대를 가는 등 포항 출신 선수들의 인기는 여전하다.

수많은 유망주 속에 문창진(22)과 강상우(22)도 있다. 포철중-포철공고를 거친 문창진은 2012년 입단 당시 상당한 기대를 모았다. 공격형 미드필더로 포항의 미래라 불렸다.

입단 4년 차인 올해 문창진은 여전히 유망주 중 한 명이다. 2012년 아시아 축구연맹(AFC) 19세 이하(U-19) 챔피언십에서는 4경기 연속골을 뽑아내며 주목받았지만 2013 터키 20세 이하(U-20) 월드컵을 앞두고 허리 디스크 판정을 받았다. 좀 더 뛰어보겠다며 허리 부상을 숨긴 것이 독이 됐다.

지난해 문창진의 컨디션은 나쁘지 않았다. 24경기에 나서 2골 2도움을 기록했다. 그러나 만족스러운 해는 아니었다. 완전한 주전도 아닌 조커 성격이 더 강했다. 딱 절반인 12경기에서 풀타임을 소화했을 뿐이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도 문창진은 유력한 최종 엔트리 후보였지만 탈락했다. 누구보다 이광종 감독을 잘 알았던 그였기에 상실감은 컸다. 설상가상으로 팀이 금메달을 따면서 그의 가슴은 타들어 갔다. 같은 팀의 김승대, 손준호가 금메달을 목에 걸고 돌아오는 장면을 쉽게 볼 수 없었다.

문창진을 바라보는 황선홍 감독의 마음도 아프다. 황 감독은 "정말 괜찮은 선수인데 부상이 참 아쉽다. 재능도 있고 활용 가치도 있어 지난해 잘 활용하려고 하던 상황에서 작은 부상을 당했다. 그래서 여러모로 참 안타깝다"라고 평가했다.

계속 유망주로 남으면 안되는 상황에서 문창진은 칼을 빼 들었다. 22세 이하(U-22) 대표팀의 일원으로 태국에서 열린 킹스컵 우승을 이끈 뒤 터키 벨렉 전지훈련지에서 만난 문창진은 "이제 4년 차인데 내 능력을 확실하게 보여줘야 된다고 생각한다. 마냥 유망주에 머물면 안된다고 생각한다"라며 승부수를 던져야 하는 시기임을 전했다.

문창진의 의지는 강하지만 상황은 또 달라졌다. 안드레 모리츠, 티아고, 라자르 베셀리노비치 등 외국인 3인방이 영입됐다. 문창진의 주포지션은 공격형 미드필더지만 좌우 날개로도 뛸 수 있다. 이들과 포지션이 모두 겹친다.

그는 "벌써 4년 차다. 시간이 정말 빨리 가는 것 같다. 승부수를 내야 하는데 윤곽이 보이지 않는다"라며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았다. 속칭 '낀 세대'인 셈이다. 이명주(알 아인), 황진성(빗셀 고베), 신진호(에미레이츠 클럽) 등 포지션 경쟁자가 나간 상태에서 외국인이 들어오면서 존재감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부상도 참 아쉽다. 문창진은 "지난해도 몸이 올라오던 4월에 부상을 당했다. 정말 속상했다. 팬들도 나에 대한 기대치가 큰데 올해는 어떻게든 내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안된다"라고 전했다.

2년 전인 2013년 당시 포항보다 20세 대표팀에 좀 더 마음을 크게 가졌던 태도도 달라졌다. 그는 "올해는 정말 팀에 대한 애착이 크다. 2년 전에는 나 자신도 마음이 애매했는데 지금은 아니다. 포항에서 뭔가를 보여줘야 대표팀에서도 더 잘할 수도 있다"라고 칼을 갈았다.

강상우는 문창진과 달리 아직 여유가 있다. 지난해 포항에 입단해 올해 2년 차인 강상우는 서서히 경기 출전 기회를 얻으며 이름을 알린다는 계획이다. 그 흔한 유스가 아닌 재현중, 고교와 경희대를 거친 학원 축구 출신이다.

측면에서 뛰는 강상우 역시 각급 대표팀을 거친 인재지만 외국인이 들어온 올해도 여전히 경쟁을 해야 한다. 황 감독도 강상우가 귀국했던 지난 8일 연습경기에 20여 분을 뛰게 하는 등 활용 가능성을 높였다.

강상우는 "처음 포항에 왔을 때 두려움이 많았지만, 청소년대표팀에서 만난 친구들이 적응을 도와줬다. 같이 스트레스도 풀러 다니는 등 지금은 괜찮다"라고 전했다. 함께 하면서 팀에서도 안정감을 되찾았다는 것이다.

그는 "팀 스쿼드가 워낙 두꺼워서 경쟁은 피할 수 없는 것 같다. 쉽지는 않아 보이지만 일단 내 것을 보여주려고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시간을 길겠다"라고 답했다.

둘은 이광종 전 U-22 대표팀 감독을 위해서도 뛰고 싶다며 의욕을 불태웠다. 이 감독은 급성백혈병 진단을 받고 투병 중이다. 이들은 이 감독 없이 킹스컵 우승을 이끌었다. 강상우는 우즈벡전에서 후반 32분 야롤리딘 마샤리도프와 공중볼 경합 과정에서 발로 가슴 부근을 가격당했다. 이후 심상민(FC서울)이 샴시디노프에게 무려 세 차례나 얼굴을 맞아 아픔이 가려지기는 했지만, 그 역시 피해자 중 한 명이었다.

강상우는 "이 감독님은 대회를 앞두고 이가 아프다고 식사를 하지 못하셨다. 나중에 귀국하신다고 들었는데 기사로 (백혈병) 확인하고 놀랐다. 아직 이 감독님께 연락을 드리지 못했다. 일단은 포항에서 더 열심히 해서 계속 U-22 대표팀에 뽑혀 2016 리우 올림픽 본선에 나가게 하는 것이 감독님을 위해서도 중요한 것 같다"라고 의지를 다졌다.

조이뉴스24 벨렉(터키)=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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