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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의 범상치 않은 신인들, 돌풍을 예고하다


25경기 연속골 기록 보유자-서포터 출신에 국가대표 동명이인까지

[이성필기자] 수원 삼성은 전북 현대 못지않게 신인들의 무덤으로 불린 팀이었다. 스타 선수를 수혈해 필요한 전력을 보강하는 식으로 선수단을 운영해오다 보니 좋은 신인이 성장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구단의 재정 축소라는 '외부 효과'가 수원을 신인들을 육성하는 팀으로 변화시켰다. 비용 절감을 위해 고연봉자를 내보내고 유스팀에서 성장시키는 방향으로 전환하면서 좋은 자원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현재 수원의 수비를 책임지는 민상기, 연제민과 미드필더 권창훈 등이 매탄고 출신이다.

올 시즌을 앞두고 수원에는 유스 출신 신인들이 대거 영입됐다. 방찬준, 한성규, 전현욱, 최주용 등이 매탄고 출신이다. 함석민은 실업축구 내셔널리그 한국수력원자력 출신이고 장현수는 인천 유나이티드 유스인 대건고를 졸업했다. 사실상 가능성이 있는 젊은피들을 수혈한 것이다.

이들은 스페인 말라가 전지훈련에서도 경쟁적으로 훈련에 집중했다. 훈련이 없는 시간에도 알아서 그라운드에 볼을 들고 나와 슈팅 훈련 등을 했다. 이들 때문에 쉬고 싶었던 코칭스태프도 나와서 열혈 지도를 했다.

고종수 코치는 "원래 수원이라는 팀은 내부 경쟁이 치열하다. 스타 선수들이 많아 신인들이 기회를 얻기 힘든데 이제는 조금 달라진 것 같다. 괜찮은 원석들이 많아 잘 다듬으면 충분히 주전 기회를 얻을 수 있다"라고 전했다.

재미난 사연을 가진 이들도 있다. 한성규(22)는 수원 서포터 그랑블루 출신으로 프로 선수가 되는 꿈을 이뤘다. 전지훈련 내내 식사 시간마다 선배들이 그에게 "정말 관중석에서 응원했었느냐"라고 묻는 등 호기심을 자극하는 선수였다.

한성규는 '정말 수원 서포터 그랑블루였어?'라는 선배들의 질문에 "유니폼 입고 응원한 것이 사실이다. 가족 모두가 수원 팬인데 구단 입단 후 경사가 났다. 어린 시절 서정원 감독님의 팬이었는데 이렇게 볼 줄은 생각도 못 했다. FC서울과의 슈퍼매치에서도 일반 관중으로 응원했다"라며 입이 닳도록 설명했다고 한다. 한성규의 수원 정신은 서울을 서울이라 부르지 않고 '다른 명칭'으로 부르는 것으로 충분히 대변된다.

공격수 방찬준(20)은 고교 무대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2012년에만 23골을 터뜨리는 등 놀라운 득점력을 보여줬다. 공식적으로 25경기 연속골을 넣으며 일찌감치 관심을 받았다. 중동중 시절 두 차례 전국대회 득점왕에 올랐고 매탄고 출신으로 한남대에 진학해서도 1학년이지만 팀 공격을 이끌었다.

그는 "사실 연속골 행진이 끊길 수 있었던 순간도 있었다. 어느 팀과의 경기인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경기 종료 직전까지 골이 들어가지 않아 포기하고 있었다. 마지막에 코너킥 기회가 왔지만 설마 들어가겠느냐며 자포자기했는데 벤치에서 코칭스태프가 '골문으로 올라가지 않고 뭐하느냐'라고 말해서 뛰어들어갔는데 골을 넣었다"라며 포기하지 않으니 영광스러운 기록이 따라왔다고 머쓱함을 감추지 못했다.

방찬준은 겉으로는 과묵남이지만 선수들 사이에서는 나름대로 말이 많은 선수로 꼽힌다. 그는 "고교 시절 선배들의 경기나 훈련을 자주 봐서 불편함은 없었던 것 같다. 어색한 것도 없다. 적응하는 것도 큰 문제는 없다"라며 성인팀에 익숙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프로에서 뛰는 것을 그려오며 수원에 왔다는 방찬준은 "기회가 주어진다면 유감없이 실력을 보여주고 싶다. 워낙 좋은 선배들이 많아 쉽지 않겠지만, 꼭 해내고 싶다. 레알 마드리드의 카림 벤제마가 롤모델인데 그처럼 뛰고 싶은 것이 목표다"라고 얘기했다.

어느 위치에서 뛰더라도 골 감각을 살려보는 것이 방찬준의 목표다. 그는 "서정원 감독님이 공격진을 다양한 위치에서 뛰게 하신다. 나 역시 그런 것에 적응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라며 단 1분을 뛰더라도 활용되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만드는 선수가 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측면 미드필더 장현수(22)는 수원 입단 자체가 영광스러운 일이다. 고교 시절 풍족한 생활을 하지 못한 상황에서 수원의 선택을 받아 기쁨이 남달랐다. 그는 "대건고 입학 당시에는 유스에 대해 그렇게 신경을 쓰는 문화가 아니었다. 인천 홈경기 볼보이를 하다가 심심해서 볼을 차 혼나기도 했다"라며 우울한 기억을 떠올리다가다도 "지금은 진성욱, 김용환 등이 프로팀으로 올라가는 등 나름 괜찮아졌다. 중간에 전학을 간 이주용도 전북 현대에서 뛴다"라고 전했다.

위기도 많았다. 대건고 3학년 시절에는 피로골절 부상으로 프로 우선지명에서 제외되는 아픔을 겪었다. 용인대에 진학해서도 잔부상이 계속 따랐다. 2012년 19세 이하(U-19) 대표팀에 발탁됐지만, 부상으로 포기했다. 용인대 3학년 시절에도 십자인대 파열 부상을 당했다.

그래도 수원을 비롯해 몇몇 구단의 유혹을 받았고 최종 선택은 수원이었다. 그는 "아버지 어머니 모두 삼성화재, 삼성생명에서 근무하신다. 입단이 결정되고 나서 정말 좋아하셨다. 우리 집은 모두 파란피가 흐른다"라며 수원 아닌 다른 구단으로 가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었음을 강조했다.

장현수의 최종 목표는 초등학교 선배이자 국가대표인 동명이인 장현수(24, 광저우 부리)를 뛰어넘는 것이다. 초등학교 2년 선배인 장현수가 국가대표에 발탁되면 늘 자신도 주변의 화제에 오른다. "국가대표에 가서 좋겠다"라는 장난스러운 연락도 많이 받는다.

그는 "(장)현수 형과는 몇 년 전까지도 연락을 자주 했었는데 지금은 잘 안 된다"라며 "내가 잘한다면 형의 명성을 따라갈 기회가 올 것으로 생각한다. 일단 수원에서 최선을 다하겠다. 롤모델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처럼 폭발력을 보여주고 싶다. 쟁쟁한 선배들이 많지만, 올해 나가는 대회가 많으니 기회를 얻으려 노력하겠다"라는 야망을 숨기지 않았다.

조이뉴스24 말라가(스페인)=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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