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한국전력은 올 시즌 '화이트보드' 효과를 보고 있다. 화이트보드는 팀 훈련 장소인 의왕체육관에 걸려 있다.
신영철 한국전력 감독은 선수단 전체가 볼 수 있도록 화이트보드에 알리고 싶은 문구를 적어 놓는다. 매번 이용하진 않는다. 꼭 잡아야 할 중요한 경기가 있거나 팀이 전체적으로 컨디션이 떨어졌다고 판단했을 때 화이트보드를 통해 메시지를 전했다.
신 감독은 한국전력이 9연승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던 동안 '자만하지 말자'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흐름이 좋을 때일수록 방심하지 말자는 의미였다.
정규시즌 마지막 6라운드에 접어들자 신 감독은 다시 한 번 화이트보드를 이용했다. 이번에는 새로운 말이 추가됐다. '리듬, 각도, 정확' 세 단어다.
신 감독은 "리듬은 공격을 할 때 좋은 리듬을 선수들이 기억했으면 하는 것이고 각도는 수비와 관련이 있다. 정확은 이기는 느낌을 잘 알고 가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가 셋 중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것은 각도다. 신 감독은 "상대 공격을 수비하는 과정에서 특히 오픈 공격을 대비하기 위해서"라며 "그 다음은 블로킹을 할 때 위치와 손모양이 중요하다"고 수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상대 공격 방향을 예측해서 성공률을 떨어뜨린다면 그만큼 더 유리하게 경기 흐름을 가져갈 수 있다.
한편 한국전력은 2일 안방인 수원체육관에서 열리는 현대캐피탈전에서 승리를 거둘 경우 플레이오프 직행을 확정한다. 이 경우 자동적으로 준플레이오프는 치러지지 않는다.
'봄 배구' 진출에 대해 실낱같은 희망을 걸고 있는 현대캐피탈과 대한항공 모두 한국전력이 1승을 보태는 순간 기대를 접어야 하는 상황을 맞는다. 한국전력 입장에서는 플레이오프 진출을 미리 확정해놔야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벌게 된다. 현대캐피탈과 이날 경기를 허투루 치를 수 없는 이유다.
신 감독은 "경우의 수를 따지진 않겠다"며 "준플레이오프를 치르게 되면 우리가 유리한 부분이 없다. 플레이오프 진출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한편 신 감독은 화이트보드에 적어넣을 다음 메시지도 공개했다. '유종의 미'다. 그는 "플레이오프에 나가게 되면 선수들에게 후회 없이 한 번 뛰어보자는 의미를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전력은 V리그 출범 후 지난 2011-12시즌 처음 봄 배구에 나섰다. 당시 준플레이오프에서 만난 현대캐피탈에게 시리즈 전적 2패로 밀리며 포스트시즌을 일찍 마감했다. 신 감독과 선수들은 올 시즌 플레이오프 진출 그 이상의 성적을 내기 위해 코트를 달리고 있다.
조이뉴스24 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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