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프로농구는 큰 경기에서 사소한 실수로 종종 승패가 갈리곤 한다. 승부처에서 범하는 턴오버나 자유투 실패로 웃고 우는 경우가 다반사다.
2014~2015 KCC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에서는 자유투가 마술을 부리고 있다. 11일 서울 SK-인천 전자랜드전에서는 막판 SK가 김선형, 박승리가 얻은 자유투 4개를 모두 실패하며 1점 차 역전패라는 쓴맛을 봤다. SK는 2연패를 당해 벼랑 끝으로 몰렸다.
12일 고양체육관에서 6강 PO 3차전으로 재회한 고양 오리온스-창원 LG도 그랬다. 지난 10일 2차전에서 LG 데이본 제퍼슨은 4쿼터 2분22초를 남기고 70-70 동점 상황에서 자유투 2개를 모두 놓쳤다. 이후 오리온스는 김동욱의 자유투로 균형을 깬 뒤 트로이 길렌워터의 2점슛 성공으로 승리했다. 양 팀은 나란히 1승 1패를 안고 이날 다시 만났다.
추일승 오리온스 감독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앞서 있으면 심리적으로 풀어지게 된다. 끝까지 집중력을 유지하지 않으면 자유투 실패로 이어진다. 전자랜드의 경우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승부에 집중했다"라며 막판 접전 상황에서 자유투 성공 여부가 승부를 가를 수 있음을 강조했다.
이어 "주심의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마음을 놓으면 안된다. LG도 (2차전에서) 그렇게 놓치지 않았느냐"라며 자유투 집중력을 강조했다.
김진 LG 감독도 마찬가지. 김 감독은 "(단기전은) 결국 자유투 싸움이다. 2차전에서 우리팀의 자유투 성공률은 43%였다. 농구는 흐름의 경기인데 앞선 상황에서 자유투 실패로 흐름이 오리온스로 넘어갔다"라고 아쉬워했다. 경기 몰입도가 떨어지니 상대에게 자유투를 내준다는 이야기였다.
양 팀 감독은 자유투 성공률 향상을 위해서는 경기 집중력이 가장 중요한 열쇠라고 입을 모았다. 체력 소모가 극심한 플레이오프에서는 경기 집중력을 고도로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날 양 팀은 자유투에 공을 들였다. 오리온스가 76%, LG가 65%의 성공률로 반타작 이상은 했다.
그런데 이날 경기에서는 예기치 않은 변수가 등장했다. 4쿼터 종료 9분 10초를 남기고 전광판이 갑자기 고장난 것. 이로 인해 한 쿼터가 넘는, 15분 가까이 경기가 중단됐다. 흐름이 끊길 수밖에 없었고, 경기 집중력을 잃지 않는 팀에게 유리한 상황이 됐다.
LG는 52-61로 뒤진 가운데 김종규가 한호빈의 U1파울(언스포츠맨라이크파울)로 얻은 자유투를 놓쳤다. 점수를 좁힐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날렸다. 5분 22초를 남기고 58-66에서 문태종의 자유투 역시 1개만 성공했다. 거듭된 자유투 실패에도 LG는 집중력을 잃지 않았고, 김시래의 3점포를 앞세워 70-68로 역전에 성공했다.
남은 시간은 1분 이내로 줄었다. 각각 한두 차례 남은 공격 기회에 얼마나 공을 들이느냐가 승부의 열쇠였다. 24.5초를 남기고 김시래가 크리스 메시의 스크린 플레이 도움을 얻어 골밑을 과감하게 파고들어 슛을 성공, LG가 74-73 리드를 잡았다.
오리온스가 24.5초 남은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승리가 가능했다. 다만, 오리온스는 이미 팀 파울에 걸려 있었고, LG는 3파울로 아직 팀 파울에 여유가 있었다. LG는 파울을 활용하며 시간을 끌었다. 15.4초를 남기고 문태종이 다시 파울을 범했지만 자유투를 허용하지 않았다.
오리온스는 마지막 공격 기회에서 길렌워터가 골밑으로 파고들어 슛을 하거나 파울 유도로 자유투를 얻으려 했지만, LG는 침착한 수비로 버텨냈다. 결국 시간에 쫓긴 길렌워터가 외곽슛을 던졌으나 볼은 림을 외면했다. 막판 위기 관리를 잘 한 LG의 영리한 74-73 승리로 경기가 끝났다.
조이뉴스24 /고양=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사진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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