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똑같이 승격했는데 시즌 초반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는 광주FC와 대전 시티즌. 그 차이는 무엇일까.
광주는 21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3라운드 부산 아이파크와 원정 경기에서 프리킥 전쟁을 벌인 끝에 3-2 승리를 거뒀다. 같은 날 대전 시티즌은 제주 유나이티드와 원정 경기에서 0-5로 완패했다.
광주와 대전은 올 시즌 나란히 클래식으로 복귀했다. 클래식 승격 과정은 좀 달랐다. 광주는 지난해 챌린지(2부리그)에서 FC안양에 골득실로 앞서 겨우 승격 플레이오프 마지노선인 4위를 확보했다. 하지만 플레이오프에서는 승승장구하며 순위 상위팀들을 연파했고 클래식 11위 경남FC와 승강 플레이오프마저 승리하며 승격의 감격을 누렸다.
대전은 지난 시즌 초반부터 챌린지 1위를 질주했다. 아드리아노라는 특급 외국인 선수를 앞세워 무서운 속도로 승수를 쌓으며 승격하겠다는 집념을 표현했다. 결국 시즌 막판 우승을 확정, 큰 힘 들이지 않고 일찌감치 승격에 성공했다.
하지만, 다시 돌아온 클래식 무대에서 3라운드까지의 성적은 광주와 대전이 극과 극이다. 광주는 2승 1무로 호조인 반면 대전은 3연패를 기록 중이다. 광주의 2승 중에는 대전과의 맞대결이 끼어 있었다. 미리 보는 강등권 경기라고 할 정도로 치열했고 광주가 2-0으로 승리했다.
광주의 시즌 초반 호성적이 더욱 주목받는 것은 현재 떠돌이 신세라는 점 때문이다. 광주에서 열리는 하계 유니버시아드 때문에 광주는 5라운드 전북 현대전에서야 홈 경기를 치른다. 계속된 원정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3경기 7득점 5실점으로 나름 공수 균형도 잡혔다.
대전은 빈공에 허덕이며 연패에 빠졌다. 무득점 8실점으로 역대 최악의 시즌 출발을 하고 있다. 지난해 챌린지 득점왕 아드리아노는 초반 한계를 드러냈다. 부산 아이파크-광주-제주 유나이티드로 이어지는, 비교적 상대하기 괜찮은 팀과의 3연전에서 내리 패했다는 점에서 일찌감치 다시 강등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물론 대전이 슬로 스타터라는 점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대전은 3월에 승리한 기억이 거의 없다. 2013년에도 4라운드에 가서야 첫 승리를 거둘 정도로 3월 승리가 힘들다. 시즌 초반 늘 고생하다가 몇 경기 치르면서 겨우 틀이 잡힌다는 뜻이다. 대전 프런트도 "빨리 이겨보는 것이 소원이다"라고 할 정도다.
이토록 양 팀이 클래식 승격 시즌 초반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광주는 전력 손실이 거의 없이 시즌을 맞이했다. 수비라인에서는 수원 삼성-울산 현대 등을 거치며 산전수전 다 겪은 풀백 이종민이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임선영, 김호남 등이 미드필드와 공격에서 힘을 내는 등 흐트러지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남기일 감독과 광주 선수들이 형제처럼 지내며 다양한 어려움을 함께 견디고 있는 연대의식도 한몫을 한다. 광주는 올해 메인스폰서 확보에 여전히 애를 먹고 있다. 그나마 지역 건설사인 호반건설이 5억원을 후원했다고는 하지만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반면 대전은 경기의 리더가 없다. 클래식으로 올라오면서 베테랑 김은중이 떠났다. 풀백 임창우도 울산 현대로 임대 복귀했고 노련미가 있었던 김한섭은 내셔널리그 용인시청, 미드필드의 연결고리 정석민은 전남 드래곤즈로 이동했다.
결정적으로 주공격수 아드리아노가 일본 동계훈련을 함께 소화하지 못했다. 그렇지 않아도 훈련 태도가 불성실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몸 상태도 완벽하지 않아 조진호 감독의 속만 타들어가고 있다. 새로운 얼굴들이 팀을 메우다 보니 조직력에도 구멍이 생겼다.
양 팀의 경기를 분석한 A팀의 B감독은 "광주는 선수 변동이 거의 없어서 그런지 틀이 잡혀 있다. 약속된 패스에 따라 움직이는 것도 괜찮다. 세트피스에서의 강점도 보이고 마지막까지 뛰겠다는 절실함이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대전에 대해서는 "완성도가 떨어지고 긴장감이 없는 경기를 한다"라는 말로 압축했다.
물론 진짜 승부는 A매치 휴식기를 보낸 후 시작되는 4라운드부터다. 광주는 울산 현대(원정)-전북 현대(홈)-제주 유나이티드(원정)-성남FC(홈) 순으로 대진이 짜였다. 대전은 성남(홈)-울산(원정)-FC서울(원정)-포항 스틸러스(홈)를 차례대로 만난다. 두 팀의 올 시즌 운명은 4월 레이스를 통해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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