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위기에서는 역시 베테랑이 나서줘야 한다. 수원 삼성의 염기훈(32)이 베테랑의 힘을 증명했다.
수원은 지난 18일 호주 골드코스트에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브리즈번 로어(호주) 원정 경기를 치르고 왔다. 12시간이 넘는 장거리 비행에 기온까지 바뀌면서 수원 선수들의 컨디션은 최악이었다.
A대표팀에 선발된 중앙 미드필더 김은선은 브리즈번과 경기가 3-3 무승부로 끝난 뒤 병원으로 실려갔다. 구토를 할 정도로 힘들어했다. 성남FC와의 K리그 클래식 3라운드가 열리기 하루 전인 21일에도 병원에 갈 정도로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정대세, 염기훈, 카이오 등은 감기 기운으로 애를 먹었다. 염기훈의 경우 말을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로 상태가 나빴다. 서정원 감독이 오죽하면 챔피언스리그와 K리그의 경기 일정이 탄력적으로 운영됐으면 좋겠다고 했을까.
22일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3라운드 수원-성남전에는 김은선이 결장했다. 중앙에서 왕성한 활동량을 보여주는 김은선의 결장은 수원에 치명적일 수 있었다.
서정원 감독은 오른쪽 풀백 오범석(31)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용했다. 오범석은 중앙 수비수 등 전천후로 활용 가능하다. 서 감독 나름의 승부수였다. 이런 수원의 전략은 통했다. 오범석이 김은선 못지않게 뛰면서 희생했다.
덕분에 공격도 잘 풀렸다. 특히 넣어야 할 상황에서 확실하게 공을 넣어줬다. 전반 종료 직전 아크 오른쪽에서 정대세(31)가 윤영선으로부터 파울을 얻어내자, 프리킥의 키커로 나선 염기훈이 왼발로 감아차 성남 골망을 흔들었다. 왼발의 마법사라는 별명답게 제 역할을 해냈다. 0-0으로 끝낼 수 있었던 전반을 1-0 리드로 만들며 후반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됐다.
후반 5분에도 염기훈이 다시 빛났다. 이번에는 정대세가 희생했다. 홍철이 왼쪽 측면으로 연결한 패스를 욕심부리지 않고 골지역 왼쪽으로 침투하는 염기훈에게 패스해 골을 만들었다. 염기훈은 놀라운 왼발 정확도를 과시했고 정대세는 어시스트로 기여했다.
염기훈은 성남 황의조의 골로 2-1로 추격을 당하자 수비 진영까지 내려와 볼을 간수하는 등 노련한 경기 운영을 했다. 개인적인 해트트릭 욕심보다는 팀 승리를 지키는데 주력했다. 어떻게 해야 경기를 승리로 이끌지 알고 하는 플레이였다. 염기훈은 체력이 떨어진 후반 막판까지 몸을 던지며 수비에 주력했고, 수원은 종료 직전 카이오의 추가골까지 터지며 3-1로 여유있게 승리를 거머쥐었다.
조이뉴스24 성남=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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