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기자] 그야말로 힙합 전성시대가 활짝 열렸다. 오디션 열풍을 타고 신흥 래퍼들의 시대도 함께 도래했다. 그 중심에는 아이언이 있다.
지난해 엠넷 래퍼 오디션 프로그램 '쇼미더머니3'에서 아이언의 등장은 강렬했다. 아이돌 마냥 곱상한 외모에 반전 실력이 감춰져있었다. 공격적이면서 파워풀한 랩과 무대를 압도하는 카리스마. 대중들은 열광했다. 쟁쟁한 래퍼들 사이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세상을 향해 독기를 외치던 아이언이 마침내 자신의 데뷔곡을 들고 세상 밖으로 나왔다. 30일 디지털 싱글 앨범 '블루(blu)'를 발표하고 본격 데뷔를 알리는 것. '쇼미더머니3' 이후 6개월 만이다.
세상을 삼킬 듯 강렬한 랩을 내뱉던 아이언이지만 무대 아래서는 평범한 이십대 청년이다. 그는 "'쇼미더머니3' 이후 연예인도 아니고 일반인도 아닌, '반연예인'이 됐다. 낯가림도 심하다보니, 밖에 잘 돌아다니지 않았다. 실전에서 경험을 쌓다보니 6개월이 금방 지나갔다"고 그간의 근황을 설명했다. 방송 이후 크고 작은 무대에 선 그는 "예전에는 저를 알리기 위해 공연을 했다면, 이제는 저를 알아주는 사람들 앞에서 공연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분명 아이언의 인생에 '쇼미더머니3' 출연은 터닝포인트가 됐다. 아이언은 "'쇼미더머니3'를 안 나가려고 했다. 방송에 대한 편견이 있었는데 출연 안했으면 큰일 날 뻔 했다"고 웃었다. 그는 "음악을 혼자 하다보니 제 단점을 많이 깨닫았다. 방송에서 그런 점을 보완하고 정체성을 찾으려 했고, 이전보다 성장했다"고 말했다.
우승에 대한 미련은 없다. 그는 "처음부터 우승 욕심은 크지 않았다. 본선 진출했을 때부터 '맘 편히 하고 싶은 거 해보자'고 했다. 단지 무대에 대한 실수가 아쉬웠다. 욕심이 과했던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대중들은 아이언의 무대에 열광했지만, 정작 아이언 본인은 아쉬움이 많다고 했다. '쇼미더머니3' 방송이 끝난 이후 다시보기도 하지 못 했을 정도. 아이언은 "경쟁 프로그램이라 보여주기에 급급한 랩을 했다. 가사 전달력도 신경을 안 썼다. '독기' 무대를 하면서 가사에 신경을 많이 쓰게 됐고, 내 문제점을 느꼈다"고 냉철하게 자기자신을 평가했다.
방송 이후 슬럼프도 찾아왔다. 그는 "주변에서 제 랩에 대한 기대치가 있었고, 저 역시 랩에 대한 정체성 혼란을 겪었다"고 털어놨다.
데뷔곡 발표가 다소 늦어졌지만, 그에 앞서 자신감을 찾아야 했다. 아이언은 "음악을 작업하는 거보다 제 랩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본질적인 부분을 해결하려고 했다. 새 앨범 작업을 하며 심리적인 스트레스도 있었다.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이겨냈다"고 말했다.
첫 디지털 싱글 앨범 '블루'는 그렇게 탄생했다. '블루'는 대한민국 힙합신에서 이미 인정을 받은 시모와 떠오르는 신예 작곡가 슈프림 보이, 기즈모가 힘을 합쳐 만든 곡. 아이언은 사랑했던 여자와 이별한 후 약한 내면을 감추기 위해 독설을 날리며 더 강한 척 하는 남자의 모습을 역설적으로 표현했다. 피처링에 참여한 바빌론의 개성있는 보이스와 아이언만의 거칠고 강렬한 랩이 가미됐다.
근래 한국 힙합에서 보기 힘들었던 모던 록의 요소가 가미됐다. 그는 "실험성과 대중성을 모두 잡으려고 했다"라며 "예전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있었다면, 이젠 근거 있는 자신감이 생겼다"라고 데뷔곡에 대한 만족감을 표했다.
아이언은 '쇼미더머니3' 당시 선보인 '독기'로 음원차트 1위 및 오랜 기간 음원차트 상위권을 차지한 바 있다. 피처링으로 참여한 샤이니 종현의 첫 솔로앨범 타이틀 곡인 'crazy'와 효린X주영의 '지워' 역시 좋은 성적을 거뒀다.
데뷔의 음원 성적에 대한 부담감이 없지 않을 터. 여기에 쟁쟁한 가수들과 맞붙게 됐다. 음원 발매일인 30일, 엑소와 미쓰에이가 동시에 신곡을 발표하며, 비슷한 시기 쟁쟁한 가수들이 앞다퉈 컴백을 한다.
아이언은 "정말 유명한 분들과 함께 활동하게 되는 것도 영광이고, 쫄깃쫄깃할 것 같다. 긴장감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기대감이 더 크다"라며 "음악방송을 접수하러 가겠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쇼미더머니3'에서 대결했던 비아이와 바비도 아이콘으로 데뷔를 앞두고 있다. 많은 이들이 이들의 '장외대결'을 궁금해하지만, 정작 아이언은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그는 "음악으로 붙는걸 좋아하지는 않는다. 각자 좋은 무대를 꾸미는게 선의의 경쟁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를 질투하고 시기하기보다 윈윈하는 것이 중요하다. '쇼미더머니3'에서도 사이가 좋았다. 바비는 어릴 때부터 힙합이 몸에 배어있는 친구다. 잠재력도 많고 잘한다. 비아이도 마찬가지다. '쇼미더머니3'를 통해 증명했고, 저도 증명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데뷔 앨범을 들고 이제 막 첫걸음을 떼는 아이언. 그는 멀리 내다보고 있었다.
"예전에는 근거 없는 자신감도 있었죠. 영화로 치면 '아이언맨'이 깡통 로봇으로 시작해 완전체 아이언맨이 됐듯, 저 역시 완전체 아이언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실험적이고 세련되며 대중성까지 가미한 모습, 음악성으로 승부하고 싶어요. 멀리는 한국 음악을 한차원 높이는 래퍼가 되고 싶습니다."
조이뉴스24 이미영기자 mycuzm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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