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은 한 시즌 최고의 농사다. 그런데 한국농구연맹(KBL)은 지난달 31일 2014~2015 챔피언결정 2차전(7전 4선승제) 울산 모비스-원주 동부전에서 괴상한 선택을 했다.
당초 경기 시간은 오후 7시였다. 직장인들이 퇴근하고 경기를 찾기에 알맞은 시간이었다. 하지만 지상파 생중계 편성에 성공한 KBL이 2시간이나 앞당겨 5시에 경기를 시작했다.
평일 오후 5시 경기는 관중을 내쫓는 것이나 다름없다. 학업에 열중하는 학생들도 오기 힘든 시간이다. 같은 달 29일 1차전에서 6천629명의 만석을 기록했던 동천체육관은 3천28명의 관중이 모였다. 50% 이상 하락한 수치다. 유료 관중은 2천841명이었다. 관중석 상단은 텅 비었다. 그나마 모비스 프런트의 노력이 아니었다면 이마저도 메우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이날 경기는 모비스가 83-65로 여유 있게 이기며 2연승으로 3시즌 연속 우승에 한발 더 다가섰다. 전반의 열세를 후반에 완벽한 조직력으로 뒤집는 경기는 모비스와 만수 유재학 감독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알려주는 장면이었다.
하지만, KBL의 경기 시간 선택은 누구를 위한 것이었을까, KBL은 스폰서 노출 효과와 다수의 일반 팬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조치라고 항변하고 있다. 그러나 KBL이 원한 효과는 형편없었다. 지상파 생중계를 한 것이 도리어 손해로 작용했다.
관중이 준 것 대비해 시청률은 최악이었다.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 코리아가 집계한 이 날 중계 시청률은 전국평균 1.0%에 불과했다. 동시간대 지상파 프로그램 꼴찌였다. 스스로 경쟁력 없는 콘텐츠라는 점을 만천하에 알린 것이다. 지난달 16일(월요일) 오후 2시에 한 대학농구리그 시청률은 1.2%였다. 프로농구가 대학농구보다 못하다는 것을 KBL이 숫자로 알려줬다.
날짜와 시간대는 다르지만 프로야구는 지난달 28일 개막전에서 KIA-LG전이 2.8%, 삼성-SK전이 2.1%를 기록했다. 지난달 21일 프로배구 플레이오프 OK저축은행-한국전력 2.8%가 나왔다. 올해 16회 이상 KBS1에서 생중계가 예정된 프로축구의 경우 지난달 15일 울산 현대-포항 스틸러스전이 2.3%, 7일 전북 현대-성남FC전이 2.4%였다.
오히려 프로야구와 프로배구, 프로축구는 시청률 취약 시간대인 주말 오후 2~5시 사이였다. 올 시즌 프로농구도 일요일인 지난해 12월 7일 고양 오리온스-서울SK 경기 중계가 있었는데 1.3%가 나왔다. 2월 15일 모비스-SK전이 2.0%로 체면치레를 했지만 챔프전이 정규리그보다 더 못한 것은 치명적이었다.
평일 동시간대 프로농구를 중계했던 방송사의 다른 프로그램은 평균 4%대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KBL은 방송사, 스폰서, 구단, 팬 모두에 손해를 크게 끼친 것이다.
이날 김영기 KBL 총재는 1차전에 이어 2차전도 울산을 찾지 않았다. 1차전에서는 팬들이 '먹고 살기 바쁜 평일 5시가 웬말이냐'라는 현수막을 내걸며 강한 불만을 표시했지만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했다. 올 시즌 현장의 목소리를 철저히 외면하고 자신만의 길을 걷고 있는 김 총재에게 시청률 1%는 어떤 의미였을까.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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