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김기태 KIA 타이거즈 감독과 김경문 NC 다이노스 감독이 선발 투수의 교체를 놓고 확연한 색깔 차이를 보였다. 김기태 감독은 뚝심, 김경문 감독은 결단력이 돋보였다.
KIA 타이거즈와 NC 다이노스가 맞붙은 8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 KIA 좌완 신예 임기준과 NC 토종 에이스 이재학이 선발 맞대결을 펼쳤다. 두 선수 모두 올 시즌 첫 등판. 임기준은 선발 등판해 4이닝 1실점 호투를 펼치던 지난 2일 SK전이 우천 노게임으로 선언된 바 있어 공식적으로는 이날이 첫 등판이 됐다.
임기준이 먼저 무너졌다. 1회초부터 제구난에 시달리며 나성범에게 선제 투런포, 이호준에게 적시 2루타를 허용해 3실점했다. 2회초에도 임기준은 이종욱에게 2타점 적시타를 얻어맞고 5점째를 내줬다.
반면 이재학은 출발이 좋았다. 1회말을 깔끔하게 삼자범퇴로 막아낸 뒤 2회말 역시 1사 1,2루 위기에서 실점하지 않았다. 하지만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결과가 발생했다. 엄청난 난조를 보이던 임기준보다 초반 페이스가 좋았던 이재학이 먼저 마운드를 내려간 것이다.
이재학에게는 3회말이 고비였다. 선두타자 이홍구에게 볼넷을 내줬다. 김원섭에게 1루수 땅볼을 유도해 이홍구를 2루에서 아웃시켰다. 이어 최용규를 루킹 삼진으로 잡아냈다. 그 사이 1루에 있던 김원섭이 2루 도루를 성공시켰지만 2사 2루로 아웃카운트 하나면 이닝을 끝낼 수 있었다.
그러나 이재학은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 필에게 9구 승부 끝에 중전 적시타를 허용하며 이날 첫 실점을 기록했다. 이어 나지완을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내보내며 다시 1,2루에 몰린 뒤 최희섭에게 우전 적시타를 허용, 2점 째를 내줬다.
그러자 김경문 감독은 곧바로 결단을 내렸다. 2사 1,3루 위기가 이어지자 이재학을 강판하고 최금강을 구원 등판시킨 것. 최금강은 이범호를 유격수 땅볼로 처리하며 불을 껐다.
2회까지 34개의 공을 던진 이재학은 3회 아웃카운트 2개를 잡아내는 동안에만 29개의 공을 던졌다. 한 번 위기를 맞자 급격히 흔들리는 모습이었다. 우천 취소로 두 차례나 등판 일정이 밀리며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던 탓도 있었겠지만, 초반 큰 점수 차의 리드를 등에 업고도 적극적인 승부를 펼치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김경문 감독도 그런 이재학의 소극적인 투구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지체없는 교체를 지시했다. 시즌 첫 등판부터 큰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결정이었을 수도 있다. 어떤 이유였든지 김경문 감독은 과감하고 빠른 결단을 내리며 일찌감치 불펜을 가동했다. 최금강이 위기를 넘기며 김경문 감독의 선택은 결과적으로 성공을 거뒀다. 이재학은 2.2이닝 3피안타 2볼넷 2실점의 기록으로 올 시즌 첫 등판을 마쳤다.
반대로 김기태 감독은 뚝심을 보였다. 2회까지 5점을 내준 임기준을 계속해서 마운드에 올린 것. 임기준은 3회초 무사 1,2루 위기를 잘 넘기며 이날 경기 첫 무실점 이닝을 기록했다. 하지만 임기준은 4회초 테임즈에게 투런홈런을 허용한 뒤 5회초에도 몸에 맞는 공만 3개(프로야구 한 이닝 최다 사구 타이)를 내주는 등 추가로 한 점을 내줬다. 스코어는 2-8까지 벌어졌다.
그럼에도 김기태 감독은 투수 교체를 지시하지 않았다. 5회까지 실점에 비해 적은 86개의 투구수를 기록하고 있던 임기준은 6회말에도 마운드에 올라 1사 1,2루 위기를 실점 없이 넘겼다. 7회말 역시 임기준은 계속 던졌고 추가 3실점한 뒤 2-11로 점수가 더 벌어진 무사 1루에서 드디어 홍건희와 교체돼 자신의 임무를 마쳤다.
그렇게 임기준은 120개의 공을 던지며 6이닝 13피안타 10사사구 11실점이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경기는 NC의 13-5 승리로 끝났고 임기준은 패전을 피할 수 없었다.
김경문 감독은 선발 투수의 빠른 교체로 경기를 승리로 가져가며 5연승을 달렸다. 반면 김기태 감독은 임기준을 밀어붙인 끝에 대패를 당했다. 임기준의 등판 강행은 젊은 투수에게 경험을 쌓게 하기 위한 김기태 감독의 결정으로 보인다. 이날 경기의 기억이 앞으로 임기준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지켜 볼 일이다.
조이뉴스24 /광주=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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