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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즈번 잡은 수원, 말라가 전훈 효과에 '흐뭇'


패스-멀티플레이어-피지컬 극복에 집중, 유럽팀과 연습경기 많은 도움

[이성필기자] 수원 삼성의 서정원 감독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가진 스페인 말라가 전지훈련에서 세 가지에 심혈을 기울였다. 패스 속도 높이기와 멀티플레이어 양성, 높이와 힘이 좋은 팀들을 상대할 때의 피지컬 극복이었다.

패스는 수원이 추구하는 축구의 중심이다. 높이 있는 공격수가 적은 상황에서 수원이 던질 수 있는 승부수라 할 수 있다. 기본 체력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쉽지 않다.

멀티플레이어를 많이 보유하는 것은 부상, 경고누적 등 다양한 변수를 이겨내기 위함이다.

마지막으로 피지컬 극복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 붙게 된 브리즈번 로어(호주)를 염두에 둔 것이었다. 호주 선수들의 체형이 유럽과 비슷하다는 점을 고려해 유럽팀들과 많은 연습경기를 가졌다.

수원은 전지훈련에서 디나모 키예프, 드니프로(이상 우크라이나), 자비차 비드고슈(폴란드), 빅토리아 플젠(체코), 크라스노다르(러시아) 등 유럽팀들과 집중적으로 연습경기를 치렀다. 이들과는 1승 1무 3패의 전적을 냈다. 185㎝ 이상의 장신 선수들이 대다수였던 자비차 비드고슈에 유일하게 승리했다.

그래도 이들과 연습경기를 통해 해법을 찾은 서정원 감독은 챔피언스리그에 자신감을 가졌다. 브리즈번 원정은 12시간 이상의 비행으로 체력 문제라는 변수가 있었지만 홈에서라면 충분히 자신감을 가질 만했다. 지난달 18일 브라즈번 원정경기에서 수원은 3-3으로 비겼다. 승리하지는 못했지만 서정진이 작은 체구에도 스피드를 앞세워 두 골을 넣으며 브리즈번 공략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

8일 홈에서 치른 브리즈번전은 말라가 전지훈련의 모든 효과가 총체적으로 드러나면서 수원이 3-1로 이겼다.

서 감독은 이날 지쳐있는 중앙 미드필더 김은선을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그의 파트너인 권창훈 역시 벤치에 대기시켰다. 대신 오른쪽 측면 수비수 오범석이 중앙 미드필더로 나섰다.

오범석은 종종 중앙 미드필더로 뛴 경험이 있다. 측면 공격수 고차원을 이상호와 원톱 정대세 아래에 전진 배치해 브리즈번에 대항했다. 공간 싸움을 벌이는 브리즈번을 맞아 활동량과 패스로 대응한 것이다. 포지션 적응력이 뛰어나지 않으면 쉽게 시도하기 어려운 선수 구성이었다.

브리즈번은 짧은 패스와 긴 패스를 적절히 섞는 전술을 구사했다. 하지만, 수원은 전방의 공격진까지 내려서서 수비하며 활동량으로 브리즈번의 공격을 잘 막아냈다.

전반을 득점없이 마치고 맞은 후반, 수원의 진가가 나왔다. 고차원이 나가고 권창훈이 교체 투입됐다. 서 감독이 승리를 위해 던진 확실한 승부수였다. 권창훈이 나오면서 미드필드의 패스 속도가 더 빨라지고 뒷공간을 파고드는 움직임도 좋아졌다. 5분에 터진 권창훈의 골은 정대세가 절묘하게 오른쪽으로 흘려주며 가능했다. 공간 커버가 느린 브리즈번의 수비 움직임을 놓치지 않은 권창훈이 빠른 타이밍으로 슈팅해 골망을 흔들었다.

13분 서정진의 두 번째 골은 훈련의 축소판이었다. 욕심을 죽인 정대세가 패스했고 이를 받은 이상호도 바로 오른쪽으로 열어줬다. 연결된 공을 서정진이 수비수를 속이고 오른발이 아닌 왼발로 골을 터뜨렸다. 수비수들이 근접해 있었지만, 압박이 헐거워진 틈을 패스로 파고든 결과였다. 이후 수원은 염기훈이 전매특허이 프리킥으로 쐐기골을 뽑고, 전체 라인을 더 위로 끌어올리며 압박하는 등 활동량의 축구로 브리즈번의 공세를 1실점으로 견뎠다.

이날 경기까지 수원은 이번 시즌 무려 10명이 골을 넣었다. 다양한 공격 루트를 보여주며 득점력이 있는 팀으로 변신한 모습을 보여줬다. 선수들의 변화를 꾸준히 점검하며 철저한 관리를 한 결과였다. 전지훈련에서부터 체지방 측정 등 세세한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

그렇지만 서 감독은 "아직은 잘하는 것이 아니다. 조금 더 강해져야 한다. 아쉬운 면도 있다. 선수층이 두꺼워져서 원활하게 돌아가야 하는데 아쉽다. 승리하고 있지만 경기력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더 멀리, 더 크게 봐야 한다는 뜻을 전했다.

서정진은 "선수들 간 경쟁을 하다 보니 조직력이 좋아졌다. 앞으로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이 있다"라며 자체 경쟁을 통해 팀 전력을 끌어올리면서 일관된 경기력을 펼쳐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을 했다.

조이뉴스24 수원=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사진 조성우기자 xconfind@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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