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고종욱(넥센 히어로즈)은 다시 자기 자리로 갔다. 덕아웃에서 대기하며 대타 또는 대수비로 그라운드로 나갈 준비를 하는 '백업' 자리다.
고종욱은 지난 4월 팀 전력의 빈자리를 잘 메웠다. 서건창의 부상으로 공백이 생긴 넥센의 톱타자 역할을 맡아 깜짝 활약을 보여줬다.
주장 이택근도 부상으로 빠지면서 외야 한 자리가 비었을 때 고종욱은 선발 좌익수로 나서 무난하게 제몫을 소화했다. 부상선수들이 차례로 복귀하자 자연스레 고종욱의 선발 출전 기회는 줄어들었다.
그렇다고 낙담할 이유는 없다. 팀이 필요로 할 때 나와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면서 또 때를 기다리면 된다. 매번 좋은 결과가 나오는 건 아니지만 그 기회를 어떻게 하든 살리기 위해 노력한다.
고종욱은 5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경기에서 6회말 대타로 나와 삼성 세 번째 투수 심창민을 상대로 3점홈런을 쏘아 올렸다. 5-4로 앞서고 있던 넥센은 고종욱의 한 방으로 분위기를 완전히 가져와 9-4로 승리할 수 있었다.
경기 후 고종욱은 "문우람이가 앞선 타석에서 역전타를 쳐 부담이 덜했다"며 "점수차가 크게 나지 않아 달아나는 점수를 꼭 뽑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큰 타구가 될 줄 몰랐는데 타이밍이 잘 맞은 것 같았다"고 홈런을 친 당시 상황을 전했다.
집중력이 좋은 결과를 이끌어낸 셈이다. 이날 삼성 선발은 좌완 차우찬이었다. 넥센 벤치는 맞춤형 타선을 짰다. 좌타자인 고종욱을 대신해 우타자인 박헌도가 선발 좌익수로 나섰다. '플래툰 시스템'을 적용한 것이다.
차우찬이 마운드를 내려간 뒤 좌타자들이 대기했고 문우람, 고종욱에게 차례로 대타 기회가 돌아왔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문우람의 역전타에 이은 고종욱의 쐐기포까지, 대타 카드가 딱딱 들어맞으며 넥센은 1위팀 삼성에게 역전승을 거뒀다.
고종욱은 넥센의 미래를 이끌 선수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상무(국군체육부대)를 다녀와 병역도 이미 해결했다. 1군 경기 경험을 쌓으며 야구를 잘할 일만 남은 것이다.
고종욱은 "1군에서 오래 머무는 게 첫 번째 목표"라고 했다. 그는 프로 데뷔 시즌이던 지난 2011년 54경기에 나왔다. 지금까지 자신의 1군 최다 출전 기록이다. 군 복무 후 팀에 복귀한 지난해에는 8경기 출전에 그쳤다.
올 시즌 상황은 다르다. 백업으로 나선 경우가 많지만 벌써 16경기에 나왔다. 타격 페이스도 좋은 편이다. 고종욱은 타율 3할2리(63타수 19안타) 3홈런 10타점 2도루를 기록하고 있다. 타점은 종전 자신의 한 시즌 최고기록(2011년 9타점)을 이미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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