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기자] 2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는 두 명의 '전설'이 한 그라운드에서 만났다.
그 중 한 명은 한국 축구의 전설 차두리(FC서울)였고, 또 다른 한 명은 일본 축구의 전설 엔도 야스히토(감바 오사카)였다. 이날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는 2015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FC서울과 감바 오사카의 경기가 열렸다. 두 전설들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경기였다.
이 두 선수는 참 닮은 점이 많다. 그렇기에 둘이 한 그라운드에서 뛰는 것을 눈여겨 볼 수밖에 없었다.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두 선수다. 월드컵, 아시안컵 등 메이저대회와 수많은 A매치를 뛴 이들이다. 차두리는 최근 국가대표팀에서 아름답게 은퇴했다. 엔도는 무려 152경기의 A매치를 뛰었다.
그리고 현역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있는 두 베테랑이다. 두 선수 모두 1980년생이다. 한국 나이로 36세다. 그런데도 변하지 않는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차두리는 서울의 중심이고 엔도는 감바의 상징이다.
두 선수의 팔에는 모두 완장이 차여져 있다. 둘 다 팀의 캡틴이다. 리더로서의 가치와 영향력 역시 두 선수는 닮았다. 리더로서, 팀의 중심 선수로서 이들은 그라운드에서 서로를 겨눴다. 포지션 상 두 선수가 맞부딪히는 장면은 거의 없었다. 그렇지만 두 팀 모두 그들을 중심으로 돌아가기에 두 팀의 대결이 곧 차두리와 엔도의 대결이나 마찬가지였다.
차두리는 차두리다운 모습을 보였다. 특히 전반 34분 전매특허인 폭풍 질주를 선보이며 감바 수비수 한 명을 따돌렸다. 그리고 고명진에게 패스를 찔러 넣었고, 고명진은 왼발 슈팅으로 연결시켰다. 슛은 골대를 살짝 벗어나 아쉬움을 남겼다. 차두리가 만들어낸 이 장면은 차두리와 서울의 경쟁력을 느낄 수 있게 만드는 결정적 장면이었다. 후반에도 차두리의 질주는 멈추지 않았다.
감바는 엔도를 중심으로 움직였다. 엔도가 움직여야 감바도 움직였다. 엔도는 활동량이 많지는 않았지만 엔도의 패스를 시작으로 감바의 공격도 시작됐다. 엔도의 조율과 패스가 감바 최고의 무기였다. 엔도의 전매특허인 킥력도 변함이 없었다.
어쩌면 한일 축구의 자존심 대결이라 할 수 있었다. 경기력은 서울이 우세했지만 골 찬스를 제때 살린 쪽은 감바였다. 감바는 우사미의 두 골과 요네쿠라와 한 골을 더해 윤주태의 한 골에 그친 서울을 3-1로 눌렀다. 승부에서는 감바가 이겼다.
승패를 떠나 전설과도 같은 두 선수를 함께 볼 수 있었던 이번 경기는 아시아 축구팬들에게는 큰 축복이었다. 둘의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고, 그들이 함께 뛰는 장면 역시 볼 수 있는 기회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차두리와 엔도의 마지막 불꽃은 경쟁을 떠나 함께 박수를 받을 가치가 있었다.
조이뉴스24 상암=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사진 박세완기자 park9090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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