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2승 4패 평균자책점 5.91. 선발이 아닌 중간계투로 나온 투수라도 썩 좋은 성적은 아니다. 김영민(넥센 히어로즈)이 올 시즌 8일 현재 거둔 성적이다.
프로 10년차 시즌을 맞고 있는 김영민은 프로 입단 초기부터 유망주로 꼽혔다. 150km가 넘는 강속구를 던졌기 때문이다.
그는 현대 유니콘스를 거쳐 히어로즈로 팀이 바뀌면서 미래의 선발감 중 한 명으로 꼽혔다. 하지만 선발 한 자리를 꿰차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이번 시즌 김영민을 중간계투로 활용하기로 했다. 지난해까지 조상우와 함께 '필승조'를 맡았던 한현희가 선발진에 합류하면서 자연스레 그 자리를 메울 선수가 필요했다.
김영민은 지난해 이미 선발과 중간을 모두 오간 경험이 있었다. 손혁 넥센 투수코치는 "(김)영민이의 경우는 주변 기대와 눈높이가 높은 편"이라고 했다. 손 코치는 "성적이 눈에 띄게 좋은 편은 아니지만 올 시즌 팀 불펜에서 없어선 안될 자원이 바로 김영민"이라고 강조했다.
김영민은 지금까지 31경기에 등판했다. 불펜 필승조의 핵심 전력인 조상우(28경기)보다 더 많은 경기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홀드 수에서는 조상우(10홀드)에 이어 팀 중간계투진 중에서 두 번째로 많은 6홀드를 기록했다.
김영민이 중간계투진로서 자신의 가치를 좀 더 높이려면 연투 능력을 키워야 한다. 염 감독은 "그 부분이 조금은 떨어지는 것 같다"며 "하루 던지고 하루 쉬고 그런 패턴이 현재 영민이에게 더 잘 맞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영민은 최근 다시 머리를 짧게 잘랐다. 시즌 개막 후 거의 삭발에 가깝게 머리카락을 정리했는데 다시 손을 댔다. 염 감독은 "자신이 달라졌다는 걸 어필하는 것"이라며 "예전 영민이를 떠올린다면 정말 변한 부분"이라고 했다.
그만큼 김영민도 이제는 상황이 급히다. 유망주 또는 기대주라는 꼬리표는 떠난 지 오래다. 올 시즌 확실하게 어느 한 자리를 잡지 못한다면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염 감독은 "영민이는 '된다'고 하다가 다시 자리를 못잡는 케이스"라며 "선수나 코칭스태프가 어떤 부분이 문제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면 충분히 바뀔 수 있다"고 기대를 보였다.
김영민은 그동안 제구력이 약점으로 꼽혔다. 아무리 빠른 볼을 갖고 있다고 해도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스트라이크존을 한참 벗어난 공으로 타자에게 범타나 헛스윙을 유도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단순 비교지만 줄어들고 있는 볼넷 숫자가 김영민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그는 지난 2012년 30경기에 나와 70볼넷을 기록했다. 2013년에는 29경기에서 48볼넷, 지난해에는 34경기에서 29볼넷을 각각 허용했다. 올 시즌에는 31경기에서 허용한 볼넷이 13개다.
짧아진 머리와 함께 한 가지 더 눈에 띄는 부분이 있다. 그는 투구시 안경을 착용한다. 시즌 초반에는 쓰지 않았으나 손혁 코치의 조언을 따랐다.
손 코치는 시즌 초반 야간경기 도중 한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김영민이 마운드에 올랐을 때 포수가 사인을 내는 동작이 다른 투수가 던질 때와 다르게 커졌기 때문이다. 손 코치는 경기가 끝난 뒤 배터리를 불러 이유를 물어봤다. 김영민은 "포수가 내는 사인이 잘 안보였다"고 했다.
손 코치는 "나도 선수 시절 영민이와 같은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지금은 안경을 쓰고 있는 손 코치도 프로 신인 시절인 1996년에는 안경을 착용하지 않았다. 그는 "2년차였던 1997년부터 안경을 썼다"며 "효과를 봤다. 그 해 8승(5패)을 거뒀다"고 웃었다.
야구팬이라면 지난 1989년 미국에서 제작됐고 국내에서도 개봉된 영화 '메이저리그'를 기억한다. 주인공인 강속구 투수 릭키 본(찰리 쉰 분)은 흔들리는 제구력으로 고민을 한다. 그러다 안경을 착용한 뒤 전혀 다른 선수가 된다. 팀의 마무리투수로 자리를 잡고 영화 속 소속팀인 클리블랜드 인디언스가 챔피언십까지 진출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물론 영화와 현실은 다르다. 그러나 김영민이 머리를 짧게 자르고 안경을 쓰는 등 심기일전해 자기 자리를 확실히 잡는다면 넥센 마운드 전력은 강해질 수밖에 없다.
조이뉴스24 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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