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남자프로배구팀 우리카드에는 오프시즌 한 가지 문제가 생겼다. 주전 세터 김광국을 보조할 백업 세터가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팀 주장을 맡기도 했던 장신 세터 송병일이 은퇴를 선언했다. 당장 김광국의 뒤를 맡을 세터는 오병관과 수련선수로 입단한 황중호 둘밖에 없었다.
우리카드 지휘봉을 새로 잡은 김상우 감독은 고민 끝에 팀의 전신 우리캐피탈 시절 세터로 뛴 이승현을 영입했다. 그는 한양대 졸업반 시절이던 지난 2008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4라운드 8순위로 우리캐피탈에게 지명을 받았다. 수련 선수를 제외하면 드래프트 가장 마지막 지명자였다.
이승현은 당시 황동일과 트레이드를 통해 팀에 온 베테랑 세터 이동엽의 휴식 시간을 보조했다. 주전은 아니었지만 조금씩 프로 경험을 쌓아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이승현의 팀내 입지는 좁아졌다. 출전선수 명단에서 제외되는 횟수가 늘어났다. 어쩌다 명단에 포함될 경우에도 세터가 아닌 다른 포지션에 이름이 올랐됐다. 이승현은 "당시에는 배구가 정말 하기 싫었다"며 "코트에 거의 나서지 않은 두 번째 리베로를 맡을 정도였다"고 어려웠던 때를 돌아봤다. 이승현은 "중고등학교 시절 센터, 레프트, 라이트로 뛴 적이 있는데 전 포지션을 다 경험한 셈"이라고 웃었다.
그는 2010-11시즌이 한창 진행 중일 때 팀을 나왔다. 이승현은 "배구는 생각하지 말자고 마음먹었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그런데 배구선수가 아닌 다른 길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는 "1년 정도 놀다보니 '아, 이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고 말했다.
이 때 이승현을 다시 배구선수의 길로 이끈 이가 권순찬 LIG 손해보험 코치다. 이승현은 "권 코치님이 아니었다면 지금 이 자리도 올 수 없었다"고 했다.
그는 실업팀인 부산시체육회에서 다시 운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상무(국군체육부대)를 거쳐 이번에 친정팀 우리카드로 돌아온 것이다.
이승현은 "상무에서는 편하게 운동을 했다. 우리캐피탈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동료들과 후배들이 많았기 때문"이라며 웃었다. 전역 후 예전과는 달라진 우리카드로 와서 가장 적응하기 힘들었던 부분은 역시 팀 훈련이다. 그는 "처음에는 적응하기 힘들었다. 분위기도 달랐고 무엇보다 훈련량이 많았다"고 했다.
친정팀 복귀까지 순조로운 과정을 거친 건 아니다. 이승현은 정식으로 테스트를 요청했고 그 관문을 통과했다. 그는 "좋지 않은 모습으로 팀을 나갔기 때문에 더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며 "예전에는 몰랐지만 지금은 백업으로도 코트에 나가는 게 더 낫다고 본다. 운동을 열심히 하고 부상 당하지 않는게 우선 목표"라고 각오를 밝혔다.
이승현은 아직까지는 정식선수 신분은 아니다. 한국배구연맹(KOVO)으로부터 공시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누구보다 다가올 컵대회와 2015-16시즌을 기대하고있다. 여유를 부릴 틈은 없다. 이승현은 동료들과 함께 팀 훈련을 하고 있는 인천 송림체육관에서 배구화끈을 더 바짝 조여맸다.
조이뉴스24 /인천=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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