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올 시즌 갑작스런 '좌완 풍년'을 맞고 있는 두산 베어스. 전통적인 '좌완의 무덤'이라는 오명을 한꺼번에 씻어내고 있다. 30일 현재 선발로테이션에만 유희관·장원준·진야곱·허준혁 4명이 포진해 있다. 불펜에도 이현호와 마무리 이현승이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갑작스런 좌완 풍년의 이유가 뭘까. 투수조장 이현승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이름을 댔다. "모두가 더스틴 니퍼트 덕분"이란 게 그의 해석. 이유는 이렇다. "지난 2013년 시즌 초반 유희관이 불펜에서 선발로 올라간 게 니퍼트가 아파서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였다. 올해 잘 던지는 허준혁도 니퍼트가 아파서 빠지는 바람에 기회를 잡은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공교롭게도 니퍼트가 아플 때마다 선발진에 '왼손 깜작 선발'들이 포진했고, 이들이 기대 이상의 호투로 전력손실을 막아줬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유희관은 갑작스럽게 잡은 선발 기회를 잘 살린 뒤 붙박이 로테이션 멤버로 입지를 굳혔고, 2년 연속 두자릿수 승리를 거뒀다. 올 시즌에도 선발진의 중요한 한 축을 이루며 20승 페이스를 나타내고 있다.
현재까지 올 시즌 두산의 가장 큰 '깜짝 스타'인 허준혁 또한 니퍼트의 어깨부상을 틈타 로테이션에 진입한 뒤 3경기 동안 2승 평균자책점 0.47로 호투행진을 펼치고 있다. 이현승의 눈에는 이 모든 게 결국 '적시에 빠져준' 니퍼트의 공로라는 얘기다.
원래 5선발 후보였던 이현승은 이들 때문에 손가락 부상에서 회복한 뒤에도 선발이 아닌 불펜에 남게 된 것. 하지만 이현승은 "마무리는 해보고 싶었던 보직"이라며 "마무리에 필수요소인 파이어볼이 내게는 없지만 제구력이 받쳐주는 만큼 자신감을 가지고 해볼 생각"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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