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한화 이글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가 열리기 전 2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 원정팀 감독실. 김성근 한화 감독은 텔레비전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화면에는 지난 1996년 쌍방울 레이더스와 현대 유니콘스의 플레이오프 경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당시 쌍방울 사령탑이 바로 김성근 감독. 김 감독은 만년 하위팀이던 쌍방울을 정규리그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시켰다. 현대와의 플레이오프에서도 먼저 2승을 거두며 한국시리즈 진출이 눈앞이었지만, 이후 내리 3연패하며 쓴잔을 들이켰다.
추억에 잠긴 듯 집중해서 TV 화면을 응시하던 김 감독에게 '만약에 과거 쌍방울에서 선수 한 명을 영입한다면?'이라는 질문이 던져졌다. 김 감독은 망설임없이 "박경완이지"라고 대답했다.
박경완(SK 육성총괄)은 쌍방울에서뿐만 아니라 SK 와이번스에서도 김 감독과 사제의 인연을 맺으며 '왕조 시대'를 개척했던 명포수. 현재 김 감독이 맡고 있는 한화 포수진의 상황을 떠나 감독이라면 누구나 영입하고 싶어할 선수다. 특히 올 시즌 한화는 포수진의 줄부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김 감독은 더욱 확신에 찬 목소리로 박경완의 이름을 부를 수밖에 없었다.
사실 현재 한화의 팀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포지션의 선수는 불펜 요원이다. 박정진, 권혁, 윤규진 세 명의 필승조 외에는 딱히 믿을 만한 불펜 투수가 없기 때문. 세 선수에게 가해지는 부담을 덜어줄 또 한 명의 불펜 필승조가 절실하다. 그렇다면 1997년 쌍방울에서 구원승으로만 20승을 거뒀던 김현욱(삼성 트레이닝 코치)을 영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김성근 감독은 "지금도 그 공이 통할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는 달라진 프로야구 수준에서 나온 대답. 앞서 김 감독은 "확실히 타자들은 지금이 낫다"며 과거에 비해 타자들의 기량이 크게 발전했음을 지적했었다. 김현욱이 아닌 과거의 어떤 투수가 와도 현재 타자들을 상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말이었다.
좌완 투수로 쌍방울의 뒷문을 책임졌던 조규제(전 KIA 코치)의 영입은 어떨까. 김 감독은 "목 디스크가 있어서"라며 빙그레 웃음을 보였다. 조규제가 마운드 위에서 고개를 좌우로 까딱까딱 하는 버릇이 목 디스크 때문이었다는 설명으로 대답을 대신한 김 감독이다.
당시 김 감독과 쌍방울에 함께 몸담았던 선수들 중에는 지도자의 길을 걷는 이들이 많다. 현재 KIA를 이끌고 있는 김기태 감독 역시 쌍방울의 간판스타였다. 그만큼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김 감독은 여전히 프로야구 지휘봉을 잡고 있다. 쌍방울처럼 만년 하위권이던 한화도 김 감독의 지휘 아래 올 시즌 선전을 거듭하는 중이다.
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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