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연봉 20만달러의 38세 용병. KBO리그 5시즌 동안 3개팀을 거치며 122경기를 소화한 호주 출신 오른손 투수. 그러나 크리스 옥스프링의 사전에 '쇠퇴'는 없는 듯하다. 등판을 거듭할수록 더욱 위력적인 공을 던지는 그는 신생팀 kt 위즈 마운드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옥스프링이 또 한 번의 쾌투로 팀에 귀중한 승리를 안겼다. 옥스프링은 5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홈경기에 시즌 17번째 선발등판, 9이닝 5피안타 2실점 역투를 펼쳤다. 투구수 97개에 탈삼진 9개 무사사구의 성적. kt가 9-2로 승리하면서 옥스프링은 시즌 6승(7패) 째를 가볍게 챙겼다.
의미 깊은 승리였다. 이날 옥스프링의 호투에 자극받은 kt는 올 시즌 첫 홈3연전 싹쓸이 승리를 거두는 기쁨을 누렸다. 지난달 6월 9∼11일 사직 롯데 3연전을 모두 쓸어담은 적이 있지만 안방에서 한 시리즈를 전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타선의 활발한 지원이 있었지만 역시 승리의 가장 큰 주역은 옥스프링이었다. 마치 황소(Ox)가 봄(Spring)을 맞은 것처럼 지칠줄 모르는 스태미너로 마운드를 지킨 그는 KIA 타선을 완벽에 가깝게 틀어막았다.
최근 등판인 지난달 28일 대구 삼성전에서 8이닝 6안타 3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된 데 이은 2경기 연속 호투. 시즌 첫 완투승을 거둔 지난달 4일 문학 SK전(9이닝 9안타 3실점) 이후 완전히 자신감을 찾은 듯 믿음직한 투구를 연속해서 선보이고 있다. 지난달 23일 수원 LG전에서만 4이닝 3실점(2자책)으로 조기 강판됐을 뿐 거의 매번 팀이 이길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하면서 팀의 약점인 선발 마운드를 든든히 지탱하고 있다.
이날 옥스프링은 1회초 첫 타자 신종길부터 3회 마지막 타자 최용규까지 선발 라인업 9명을 모조리 아웃처리하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필-이범호-김민우로 이어진 2회 3타자를 모조리 삼진 처리하며 홈팬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KIA타선의 첫 9타자 가운데 5명이 옥스프링에게 삼진의 제물이 됐다.
140㎞ 중후반대의 패스트볼엔 힘이 넘쳤고, 슬라이더는 예리하게 휘어졌다. 무엇보다 쓸데없이 공을 버리지 않는 경제적인 투구로 무사사구 완투승의 기쁨을 한껏 낼 수 있었다.
4회 선두 신종길을 3루수 내야안타로 내보내 퍼펙트 행진이 깨졌지만 신종길을 곧바로 견제사시킨 뒤 김원섭을 투수땅볼, 김주찬을 3루수 땅볼로 가볍게 요리하고 이닝을 끝냈다.
팀이 2-0으로 앞선 5회 첫 실점했다. 선두 필을 좌전안타로 내보낸 뒤 이범호에게 그만 중월 투런홈런을 허용해 리드를 날렸다. 131㎞ 체인지업이 가운데로 몰리면서 통타를 당했다.
하지만 곧바로 안정을 찾고 6회 3타자를 모두 유격수 땅볼로 가볍게 처리하더니 7회 역시 삼진 1개를 곁들여 삼자범퇴로 잡아냈다. 이 사이 타선이 5회 5점, 6회 1점을 얻어주면서 옥스프링의 어깨는 더욱 가벼워졌다.
8회에도 등판한 그는 선두 김주형을 좌전안타로 내보냈지만 김다원을 삼진, 백용환을 유격수 병살타로 요리했다. 9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그는 KIA의 마지막 공격을 무위로 돌리고 승리를 자신의 힘으로 확정했다.
옥스프링의 나이를 잊은 역투를 등에 업은 kt는 7월 들어 치른 5경기서 4승(1패) 째를 기록하며 고공행진을 계속했다. 3할 승률을 넘어 4할 승률을 향해 가는 kt의 선봉에 옥스프링이 있다.
옥스프링은 "오늘 완투해서 기분이 좋고, 많은 관중이 와서 더 좋았다. 평소 1회에 안 좋았는데, 오늘 등판할 때부터 컨디션이 좋아서 좋은 결과 있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6회까지 투구수가 좋아서 완투를 의식했다. 그 이후 정명원 코치와 투구수 관리를 했다. 마지막 회에 주자가 나가면 교체하기로 미리 이야기가 됐는데, 더블 플레이를 잡고 쉽게 끝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자신에게 힘이 되는 부분에 대해 "세 아이들과 많은 팬들이 나에게 큰 힘이 된다"라고 말하며 가족과 팬들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조이뉴스24 수원=김형태기자 tam@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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