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수기자] 육아예능이 범람하던 시절이 있었다. MBC '아빠 어디가', SBS '오! 마이 베이비' '스타주니어쇼 붕어빵', tvN '엄마사람', KBS '엄마의 탄생'과 '슈퍼맨이 돌아왔다'까지. TV만 켜면 아이들이 나왔고, 사람들은 열광했다. 유행은 썰물처럼 사라졌다. 이제는 쿡방, 먹방예능의 시대다.
유행의 종결에도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이하 슈퍼맨)'는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일각에선 "'삼둥이'만 빼고 육아예능이 모두 죽었다"라는 극단적인 분석도 있다. 그만큼 '슈퍼맨'의 인기에는 흔들림이 없다.
지난 달에는 의미있는 기록도 세웠다. 52주 연속 동시간대 코너 시청률 1위를 차지한 것. 1년을 52주로 계산할 때, '슈퍼맨'은 지난 1년간 쉼 없이 가장 많은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셈이다. 예능 트렌드의 변화 속에서도 '슈퍼맨'이 꾸준히 사랑을 받는 비결은 뭘까. 53주 연속 시청률 1위를 차지한 날, 프로그램의 수장이자 메인 연출자인 강봉규 PD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일등공신은 사랑스러운 아이들의 모습이죠. 덕분에 시청자들이 끊임없는 사랑해주신 것 같아요. 2013년 8월 첫 촬영 이후 추성훈, 이휘재는 2년, 송일국은 1년, 엄태웅은 6개월 동안 고생 많이 하셨어요. 아빠 혼자 아이를 보는 게 쉬운 일은 아닌데,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예쁘게 봐주신 것 같아요."
'슈퍼맨'은 아내 없는 48시간 동안 아이들을 돌보는 연예인 아빠들의 육아 도전기. 육아에 서툰 아빠들의 꼬박 이틀간의 아이돌보기는 당초 '불가능'으로만 보였다. 출연자들 역시 과연 가능하겠나 싶어 머리를 갸우뚱했다. 실제로 촬영장에서는 적잖게 위기가 찾아온다. 강 PD는 "출연자들이 촬영 중 포기하고싶다는 마음을 내비친 적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기적은 서서히 나타났다. '슈퍼맨'을 통해 부부간 이해의 폭이 넓어졌고 가정에 평화가 찾아왔다. 서먹했던 아이와 친밀감이 높아졌고 더불어 뜻깊은 추억까지 만들었다. 출연자들이 힘들어도 '슈퍼맨'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육아를 하면서 트러블 없는 집이 있나요. 하지만 3주에 한번씩, 아빠와 아이가 거진 사흘동안 부대끼며 생활하다 보니 집안 분위기가 달라지더군요. 아빠는 엄마의 고충을 이해하고, 육아를 분담하면서 대화의 질도 달라지고요. 이런 순기능 덕분에 힘들어도 계속 함께 하는 게 아닐까요."
'슈퍼맨'에는 말 그대로 '슈퍼맨'들이 여럿 등장한다. '삼둥이' 대한, 민국, 만세를 한손에 번쩍 안는 에너제틱한 송일국, '쌍둥이' 서언, 서준의 친구같은 아빠 이휘재, 딸 사랑이 앞에서는 상남자도 잊은 '딸바보' 추성훈, 그리고 어리바리 좌충우돌 지온이 아빠 엄태웅까지. 각양각색의 육아방식을 가진 아빠들의 등장은 대한민국의 육아 분위기마저 바꿔놓았다. 일명 '슈퍼맨 효과'다.
강 PD는 "예전에는 아이를 돌보는 아빠를 신기하게 바라봤다면 이제는 아빠들이 아이와 함께 있어도 눈길을 돌리지 않을 만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 것 같다"며 "최근엔 아빠들이 육아휴직을 내거나 아이들과 바깥놀이를 함께 하는 모습도 왕왕 보게 된다"고 전했다.
'슈퍼맨'은 2013년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첫 선을 보였다. 당시만 해도 '아빠! 어디가?'의 아류작이라는 오명을 썼다. 첫방송을 앞두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이를 지적하는 날선 질문이 오갔다. 제작진은 이를 답변하느라 진땀을 뺐다. 2년이 흘렀다. 육아예능의 중흥을 이끌었던 '아빠! 어디가?'는 지난 1월 조용히 종영했다. '국민 육아예능'의 자리는 '슈퍼맨'이 물려받았다.
'슈퍼맨'은 가족 안에서 아빠-아이 관계를 들여다 보는 데 집중한다. 시청자들은 아이들의 성장과정을 지켜보고, 매일매일 자라나는 아이들의 모습에 뿌듯함과 감격을 경험한다. 더불어 멀게만 느껴졌던 연예인 아빠들에게 친숙함을 느끼는 계기도 된다. 이것이야 말로 '슈퍼맨'이 가진 힘이다.
"모든 프로그램은 살아있는 유기체예요. 고정되어 있지 않죠. '슈퍼맨' 역시 아이들이 자라고 아빠들이 성장해 가면서 조금씩 달라지고 있어요. 아빠의 육아, 육아를 통한 가정의 화합 등 초기 기획의도는 변하지 않겠지만 형태적, 내용적인 변화는 꾸준히 선보일 예정입니다."
인터뷰 ②로 계속
조이뉴스24 김양수기자 liang@joynews24.com 사진 조성우기자 xconfind@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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