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여자 축구대표팀의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동아시안컵 출발은 승리였지만 만만치 않은 내상도 있었다. 그 뒤에는 한국여자축구연맹의 일방통행도 한몫을 했다.
여자 대표팀은 1일 중국 우한 스포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동아시안컵 중국과의 경기에서 정설빈의 골로 1-0으로 승리했다. 중국과의 역대전적에서 4승째를 수확함과 동시에 첫 2연승이라는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여자 축구는 6월 캐나다 여자월드컵에서 사상 첫 16강에 진출하는 등 상승세를 타고 있다. 당시 8강까지 올랐던 중국을 꺾었다는 점은 여러 가지 의미로 다가온다. 중국은 월드컵 주전이 모두 출동했지만, 한국은 이민아(24, 현대제철), 이소담(21, 대전 스포츠토토), 이금민(21, 서울시청) 등 어린 선수들이 주축이었다.
이번 동아시안컵은 내년 2월 일본 오사카에서 예정된 2016 리우데자네이루 아시아 예선 전초전 성격이다. 2장의 출전권이 주어진 상황에서 난적 중국을 꺾어 사기를 끌어올리기에 그만이다. 지소연(첼시 레이디스), 박은선(이천대교)이 빠졌고 조소현, 전가을(이상 현대제철) 없이 이겼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었다.
남다른 승리였지만 아쉬움이 남는 부분도 있었다. 이날 심서연이 후반 8분 터치라인으로 나가는 볼을 살려내려 넘어지며 발을 뻗다가 오른 무릎에 부상을 입어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
하필 주말인 데다 밤늦게 경기가 열려 자기공명영상촬영(MRI)도 하지 못했다. 병원에 MRI 전문 인력이 퇴근으로 부재해 일요일이 휴일이라 3일(월요일)에나 부상 부위를 확인하게 됐다. 빠른 조치가 필요한 선수가 치명적인 부상일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이틀이나 기다려야 하게 됐다.
심서연 김정미(현대제철)도 후반 막판 공중볼 경합 과정에서 상대가 갈비뼈를 향해 밀고 들어와 큰 충격을 받고 쓰러졌다. 어렵게 일어나 추가시간 8분을 버텨내는 등 투혼을 불살랐다.
선수들은 경기 뒤 그라운드에 모두 주저앉았다. 서로 말은 하지 않았지만 지난달 27일 WK리그를 뛰고 온 여파라고 부인하기 어렵다. 대표팀은 지난 24일 소집 됐지만 27일 리그를 위해 소속팀으로 복귀해 경기를 치르고 28일 돌아와 29일 우한으로 왔다. 제대로 된 훈련을 우한에 와서 한 셈이다.
이는 여자연맹의 대표팀 소집 규정 무시에서 온 결과다. 대표팀 규정에서 동아시안컵은 개막일 보름 전까지 소속팀 경기를 뛸 수 있다. 하지만 여자연맹은 이를 무시했다. 결국 중국전에서 모든 충격이 한 번에 밀려왔다.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봤던 전가을은 월드컵 당시 대표팀 주축이었던 자신을 비롯해 권하늘(부산 상무), 이은미(이천대교), 김도연(현대제철) 등 1988년생의 결장에 대해 "몸이 다 안 좋았다. WK리그를 월요일(27일)까지 치르니 피로 누적이 된 것 같다. 나는 발바닥과 아킬레스건염 등이 문제가 됐다. 조소현은 무릎이 좋지 않다"라며 규정을 무시한 일정으로 선수들이 힘들었음을 전했다.
심서연에 대해서도 비슷한 의견이었다. 그는 "소집 전 리그 경기를 치르고 중국전에 나서면서 더 큰 문제가 됐다"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항상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윤덕여 감독은 "100% 전력을 발휘하지 못했지만, 투혼을 보인 선수들에게 고맙다"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에둘러 표현했다. 동아시안컵을 무시하고 경기를 뛰게 했던 여자연맹의 안일함에 대표팀만 힘든 상황이 됐다.
조이뉴스24 우한(중국)=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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